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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모지에서 싹튼 감동…‘소치의 기적’ 잇는다
입력 2014-01-15 12:22  | 수정 2014-01-15 12:24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한국 겨울스포츠 사상 최초, 최초, 최초….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낭보가 쏟아지고 있다. 썰매, 컬링, 스노보드 등 불모지에서 피어오른 놀라운 쾌거다. 23일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에서 과연 기적의 드라마로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까.
한국의 동계올림픽 메달권은 정해져 있었다. 전통적으로 메달밭이었던 쇼트트랙이 유일했다. 그러다 지난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메달권 범위를 넓혔다. 스피드스케이팅과 피겨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밴쿠버의 기적을 일궈냈다. 한국은 쇼트트랙의 부진한 성적에도 동계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인 종합 5위의 성과를 이뤄냈다.
소치올림픽 목표도 올림픽 3회 연속 종합 10위 안에 드는 것이다. 여전히 강점을 보이고 있는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에서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최소 4개 이상의 금메달을 목표로 정했다. 남녀 쇼트트랙의 에이스 신다운과 심석희,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상화 모태범 이승훈, 피겨 여왕 김연아를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낙점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심상치않다. 기대하지 않았던 종목에서 연이은 희소식이 들려오면서 깜짝 메달의 기대감이 급상승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는 태극전사들의 눈부신 성장세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썰매 종목이다. 썰매는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루지 등 3종목으로 나뉜다. 메달권도 인기 종목도 아닌 썰매 대표팀은 무관심 속에 최악의 훈련 환경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제대로 된 슬라이딩센터 등 훈련장이 없어서 아스팔트 위에서 훈련을 척박한 여건이었다. 그러나 올림픽을 앞두고 각종 국제대회에서 한국 썰매 역사를 새로 쓰며 주목받고 있다.
세대교체 이후 입문 2~3년차밖에 되지 않는 봅슬레이 대표팀은 메달권 진입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봅슬레이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전 종목(남자 4인승‧2인승‧여자 2인승) 출전권을 사실상 따내며 기대감을 높였다.
파일럿 원윤종과 석영진 전정린 서영우로 구성된 4인승 남자 A팀, 파일럿 김동현과 김식 김경현 오제한으로 이뤄진 4인승 남자 B팀, 원윤종‧서영우, 김동현‧전정린으로 각각 구성된 2인승 A, B팀이 올해 가진 아메리카컵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메달권을 바라보고 있다. 또 여자 2인승에 나서는 김선옥과 신미화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루지 대표팀도 한국 루지 사상 최초로 전 종목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루지는 아시아 최초의 성과이기 때문에 더 값지다. 남자 싱글(1인승) 김동현, 더블(2인승)에 박진용과 조정명이 나서고, 여자 싱글(1인승)에는 성은령이 출전권을 따내 올림픽 첫 메달에 도전한다. 또 아시아 최초로 소치 대회부터 신설된 팀 릴레이(여자 싱글-남자 싱글-남자 더블 계주)에도 출전한다.
스켈레톤의 기대주 윤성빈도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다. 스켈레톤에 몸을 맡긴지 불과 1년7개월 만에 대륙간컵 우승을 차지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로 에이스로 우뚝 서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국이 스켈레톤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것도 역시 최초의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썰매 뿐 아니라 설상 종목에서도 깜짝 메달 가능성이 엿보인다. 설상 종목은 총 60개의 메달이 걸려있는 동계올림픽의 메달밭이지만, 한국 선수들에게는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그러나 모굴스키의 최재우와 알파인 스노보드 신봉식이 깜짝 활약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최재우는 프리스타일 모굴스키의 기대주다. 지난해 국제스키연맹(FIS)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모굴스키에서 당당히 5위에 올라 역대 한국 선수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올림픽 최초로 시상대에 오르는 것도 꿈이 아니다.
또 신봉식도 FIS 월드컵대회 스노보드 평행회전에서 한국 선수 사상 최초로 16강 진출을 이뤄내며 종합 10위의 성적을 거두는 깜짝 낭보를 전했다. 60명의 선수 중 50위권에 머물던 과거 성적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과다.
여자 컬링대표팀도 ‘깜짝 메달 후보로 손색이 없다. 사상 첫 올림픽 무대를 밟는 여자 컬링은 김지선 김은지 신미성 이슬비 엄민지로 이뤄진 여전사들이다.
컬링은 이미 기적을 만들어냈다. 지난 2012년 3월 캐내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패 뒤 컬링 강국인 스웨덴 이탈리아 스코틀랜드 미국 덴마크 중국을 상대로 6연승을 기록하며 컬링 사상 최초로 4강 신화를 써냈다. 지난해 11월 PACC(아시아-태평양) 선수권대회에서 중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데 이어 12월 유니버시아드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소치에서의 메달권 전망을 매끄럽게 닦았다.
그 누구도 지난 밴쿠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의 강세를 예상하지 못했다. 기적은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순간 이뤄진다. 소치 무대를 밟는 것만으로 이미 충분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는 썰매와 설상, 컬링 대표선수들. 소치를 향한 기적의 감동 드라마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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