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감독당국이 은행들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레버리지 비율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 바젤은행감독위원회가 금융업계의 가열찬 로비에 레버리지 비율 관련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은행들은 건전성 규제가 너무 엄격하다며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전날 바젤위원회는 더 낮은 수준의 위험을 나타내도록 레버리지 비율 범위를 수정했다. 레버리지 비율은 총 자산 대비 자기자본을 나타낸다. 이번 개정으로 분모인 자산 규모가 줄어 레버리지 비율이 기존보다 더 높아지게 됐다.
한 감독당국 관계자는 대형 글로벌 은행의 레버리지 비율이 현재 3.8% 수준에서 4% 이상으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월가에선 2018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레버리지 비율이 최소 3% 이상으로 규제될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은행들은 이번 조정으로 레버리지 비율 요건을 맞추기 위해 자산(분모)을 팔거나 자본(분자)을 늘려야 하는 압력을 덜 받게 됐다.
특히 분모인 자산에 반영되던 파생상품과 신용장 등 부외자산 반영 비율이 낮아졌다. 이 때문에 파생상품과 주식시장 거래가 많은 금융업체들이 큰 혜택을 누리게 됐다. 환매조건부채권의 경우 일정 부분 상계 처리(netting)하는 방식이 허용돼 위험에 노출된 금액이 대차대조표 상에서 이중 집계되던 것도 없어질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이는 곧 금융 거래를 통한 이익이 더 늘어나게 된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BNP파리바의 대니얼 데이비스 애널리스트는 "이번 개정은 은행업계의 승리"라며 "기대하던 것 이상의 결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미국의 건전성 규제보다 엄격한 수준이어서 미국이 바젤 규정을 도입할지 여부가 아직 논쟁거리로 남아있다고 FT가 전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레버리지 비율은 위험 자본 체제의 중요한 방어벽"이라며 국가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할 경우 이같은 기능이 둔화될 것을 우려했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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