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분신 남성 사망…`안녕하십니까` 유서 남겨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중구 서울역 앞 고가도로 위에서 분신한 이모(40)씨가 1일 오전 7시 55분께 전신 화상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씨의 수첩에서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을 담은 글이 발견돼 정확한 분신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현장에서 발견된 이모씨의 수첩에는 '어머니를 잘 부탁한다', '짐을 지우고 가 미안하다'라는 가족 등에게 남긴 유서 형식의 글이 적혀 있었다.
또 뒷부분에는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17줄 분량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부도 묻기 힘든 상황입니다"라는 정부 비판 글도 있었다.

이 글은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 주된 내용으로 최근 대학가에 붙은 대자보와 유사한 방식으로 글을 썼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는 특정 정당이나 단체, 노조 등 사회단체에 가입한 사실이 없다"며 "현재까지 수사결과 경제적인 고통과 어머니 병환 등의 이유로 분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이씨의 유서에는 경제적 이유로 자살을 결심했다는 내용이 없다"며 "유서 7편의 내용 중 2편이 대자보 형식의 글"이라며 경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날 이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에는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 강기정 민주당 의원 등 정계 인사 200여명이 찾아와 조문했다.
28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정원 시국회의는 "장례는 4일간 시민사회장으로 치르고 4일 서울역 광장에서 영결식을 한 뒤 광주 망월동 구묘역에 안장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매경닷컴 속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