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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법인, 감사기업 확보전 뜨겁다
입력 2014-01-01 17:35 
새해 벽두부터 회계법인들의 감사 기업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연초에 530개 상장기업이 감사법인을 다시 선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가총액 5위권에서 삼성전자, 포스코, SK하이닉스 등 3개 업체의 감사법인 계약이 만료되는 등 주요 대기업들의 감사인 선정 작업을 앞두고 회계법인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는 2010년 감사인 6년 의무교체 제도가 폐지된 이후 3년이 지나 첫 번째 교체주기가 된다. 대부분 상장기업들이 3년 주기로 감사 계약을 맺고 있어 올해 감사법인 선정의 폭이 크다.
KB금융지주는 기존 감사법인이었던 삼일회계법인을 재선정해 올해 감사법인 교체 시즌의 서막을 열었다. 그러나 삼일회계법인이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삼일의 대형 고객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CJ 등의 감사법인 계약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회계법인들은 새해를 맞이해 신한지주를 필두로 감사법인 선정 대상 기업들에 제안서를 발송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회계법인 업계에서는 대부분 교체 대상 기업들이 2월 초까지는 감사법인 선정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대형 고객들이 감사법인을 교체할 경우 회계법인 빅4의 판도 변화까지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잠재 고객들의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지연, 학연, 혈연을 총동원해 맨투맨식 접촉 작전을 펴고 있다.

올해 감사법인 재선정 기업 가운데는 삼정회계법인의 대어급 고객들이 포함돼 있어 주목된다. 올해 감사법인 교체주기가 돌아온 신한지주,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은 삼정의 최대 클라이언트들이다. 신한지주와 포스코의 감사 수수료는 30억원과 19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신한지주는 KB-삼일, 우리-안진, 하나-한영이라는 기존 4대 금융지주의 틀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삼정의 재수성이 점쳐진다. 그러나 삼정이 감사를 맡은 지 6년이 지난 포스코, 현대중공업은 감사법인 교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다른 회계법인들이 공을 들이고 있다.
삼정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기업도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유일하게 삼일이 감사를 맡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삼정이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정은 지난해 대한항공을 안진에 빼앗기면서 항공업계의 경쟁 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또 다른 변수는 국제감사기준의 전면 도입이다. 모회사 감사법인이 종속회사 회계감사 내용까지 포괄적으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모회사와 종속회사의 회계감사법인을 일치시킬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기존 모회사와 종속회사의 감사를 맡고 있는 회계법인이 제각각 해당 기업집단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기존에 삼일이 맡고 있던 SK하이닉스의 경우 모기업인 SK텔레콤을 감사하는 삼정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가 SK텔레콤의 종속기업으로 포함돼 있지는 않지만 실질지배력 기준을 적용해 종속기업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의 최대주주이며 실질지배력이 있다는 명분을 앞세운 삼정이 삼일과 한판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감사수수료 37억원 규모로 최대어로 꼽히는 삼성전자는 삼일회계법인을 재선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현 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CJ도 회장 부재로 인해 큰 변화 없이 삼일회계법인을 선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회계법인별 영업 전략이 어떤 성과를 나타낼지도 관심사다. 삼일은 국내 회계법인 업계 1위라는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맨투맨식 영업전략을 펼치고 있다. 삼정은 진념 전 장관 등 거물급 고문들의 활약을 바탕으로 맨파워에 기반한 영업전략을 펴고 있다. 오랜 단골 고객사가 많은 안진은 조용한 '수성' 전략을 펼치고 있다. 4위로 평가되는 한영은 기존 보수적 전략에서 벗어나 회계사를 충원하는 등 올해부터 공격적 영업을 펼칠 예정이다.
[박승철 기자 /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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