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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대상’, 불참·나눠주기 여전…민망함은 시청자 몫?
입력 2013-12-31 16:21 
사진=SBS ‘온에어’, MBC ‘연기대상’ 방송캡처
[MBN스타 남우정 기자] 연말 시상식 시즌이 돌아올 때마다 떠오르는 드라마의 한 장면이 있다. 바로 지난 2008년 방송된 SBS 드라마 ‘온에어의 시상식 장면이다. 톱스타 오승아(김하늘 분)는 공동 대상으로 선정되자 세상에 공동이 어디 있어? 연기대상이 개근상이야? 선행상이야? 어떻게 공동으로 줘?”라며 이 상은 사양하겠다. 상은 상다워야 한다. 나눠먹기식 관행은 상의 희소성을 떨어뜨린다. 그래서 안 나눠먹겠다. 대신 받을 자격이 생겼을 때 혼자 받겠다”며 대상을 거부했다.

하지만 이는 드라마일 뿐이다. 여전히 연말 시상식에서 나눠먹기 식 관행은 이뤄지고 있으며 특정 후보들은 얼굴조차 비추지 않았다. 지난 30일 서울 여의도 MBC 공개홀에서 열린 ‘2013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은 ‘기황후 하지원에게 돌아갔다. 올 해 MBC에선 큰 히트작이 없었기 때문에 현재 20%의 시청률을 돌파하며 승승장구 중인 ‘기황후의 하지원에게 공을 돌렸다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날 시상식은 어딘가 모르게 김이 빠진 느낌이었다. 권상우와 송승헌, 문근영, 고현정, 김주혁, 이준기, 유진 등이 불참하면서 민망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날 미니시리즈 최우수상 후보는 ‘메디컬탑팀의 권상우, ‘남자가 사랑할 때의 송승헌, ‘구가의서의 이승기가 올랐다. 하지만 권상우, 송승헌이 불참하면서 예상대로 홀로 시상식에 참석한 이승기에게 돌아갔다.

이 외에도 의미를 알 수 없는 황금연기상은 남자 3명, 여자 3명에게 공동수상으로 돌아갔고 ‘스캔들로 상을 수상한 조재현의 세 명이 서 있어서 가수인 줄 알겠다”는 농은 시청자들의 얼굴까지 붉게 만들었다.

이 같은 현상은 31일 진행되는 SBS 연기대상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질 전망이다. 대상 후보로 점쳐지고 있는 송혜교, 수애, 공효진 등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대상은 이보영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상식이 아직 열리지도 않았음에도 수상자가 예상되면서 긴장감을 떨어뜨렸다.

연기대상의 권위가 이렇게 떨어진 데에는 방송사의 탓도 크다. 그 중 MBC는 연말 연기 시상식에서 가장 많은 잡음을 낸 방송사다. SBS나 KBS도 상을 줄 수 있는 부문을 확장해 참석하는 이들에게 많은 상이 돌아갈 수 있게 했다. 하지만 MBC같이 공동대상을 남발하진 않았고 모든 수상 기준을 시청률로 삼지 않았다.

KBS는 높은 시청률이 아니었음에도 ‘브레인의 신하균에게 대상을 수상했고 2005년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김명민에게 대상을 선사한 적도 있다. SBS도 지난해 시청률보단 연기로 화제를 모은 ‘추적자의 손현주에게, 2008년엔 문근영을 최연소 대상 수상자로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MBC는 2008년 ‘베토벤 바이러스의 김명민과 ‘에덴의 동쪽의 송승헌 모두에게 대상을 수상했다. 김명민은 물론 송승헌에게도 굴욕적이고 민망한 일이었다. 2010년에도 김남주와 한효주에게 공동대상을 수상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사진=SBS ‘연예대상 방송캡처
반면 이미 3사 모두 방송된 연예대상은 연말 마무리 축제라는 의미를 제대로 살렸다. 무관에도 불구하고 동료들을 축하해주기 위해 시상식에 참석했고 대상 수상자에게 기립박수로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수상 후 감격에 젖어 소감을 밝히는 동료를 위해 함께 눈물 흘리는 참석자들도 여럿 있었다.

물론 이런 코미디언들의 끈끈함은 공개채용을 통해 발탁돼 많은 시간을 보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시상식이 단순히 상을 주는 자리로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랬기에 50이 넘은 나이에도 축하 공연을 함께 즐기는 이경규의 모습이 훈훈했고 방송사 3사에서 무관이었지만 끝까지 자리를 지킨 유재석이 빛났다.

시상식 참석 여부는 개개인이 결정할 문제이다. 하지만 방송사의 나눠주기 관행과 김을 빠지게 하는 스타들의 불참 소식은 시상식에 참석해 영광을 안은 참석자들의 노고까지도 깎아 내려 여전히 씁쓸함을 남긴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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