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레이더M] 회사채 만기 대응전략 `제각각`
입력 2013-12-31 11:23 

[본 기사는 12월 27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빌려서 막을까, 갚아버릴까.'
2013년 결산을 앞두고 내년 자금조달 계획을 수립중인 기업들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돈 나갈 곳은 많은데, 들어올 곳은 마땅치 않아서다.
내년도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은 쉽지 않을 전망인 가운데 기업별로 회사채 만기 대응 전략에 차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2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내년 1월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는 공모와 사모(주식관련사채 포함)를 합쳐 2조5417억원(28개사)으로 파악된다. 2월에는 총 4조7552억원(43개사) 규모 회사채가 만기 도래한다.
대한항공 동부씨엔아이(CNI) LG생활건강 GS칼텍스 크라운제과 포스코 한진중공업 현대로템 현대산업개발 현대오일뱅크 현대제철 등(가나다 순)은 갑오년 새해부터 회사채 만기를 앞둔 주요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 자금담당 부서는 부채 관리 전략을 세우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상태다.
◆"미래 경영환경 불투명, 갚아버리자"
일반적으로 회사채가 만기 도래하는 경우 기업들은 대부분 차환발행(다시 회사채를 발행해 회사채를 상환하는 것)을 시도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보유 현금으로 회사채를 상환할 계획이다. 회사채 시장에서 투자자를 찾기가 어려워지자 일단 현금으로 갚아 위기를 넘겠다는 전략이다. 일단 빚을 최대한 줄여나가겠다는 보수적인 경영전략으로 풀이된다.
LG생활건강은 내년 1월 27일 만기 도래하는 800억원을 현금으로 상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26일 밝혔다. 건설업계 시공능력 9위인 현대산업개발도 내년 2월 25일 만기 도래하는 3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현금으로 상환하기로 했다.
동양 사태 이후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들 회사채 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현금상환 사례가 줄을 이었다. 내년에도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한 대기업 자금팀 관계자는 "회사채 수요예측 과정에서 투자자 모집에 실패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회사 평판에 부정적일뿐만 아니라 향후 자금을 조달할 때 금리도 높아진다"며 "자금조달 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보유한 현금이 충분하다면 갚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믿을 건 회사채, '차환 추진형'
현금상환은 어렵고 돈 빌릴 곳이 마땅치 않은 회사들은 회사채 외에 뾰족한 대안이 없다. 주관 증권사와 인수단 등 '우군'이 있다면 당장 투자자를 찾지 못해도 일단 총액인수(증권사들이 회사채를 인수한 이후 투자자들에게 파는 형태)로 자금을 조달받는 것도 선택지다.

동부씨엔아이(CNI)는 동부그룹에 대한 시장의 우려에도 회사채를 발행을 진행 중이다. 동부그룹 계열회사들이 올해 진행한 회사채 발행은 투자자를 찾지 못해 번번히 어려움을 겪었다. 유진투자증권과 동부증권 주관(인수)으로 조달한 자금은 내년 1월 3일 만기 도래하는 300억 회사채를 상환하는 데 쓰인다. 현금상환과 차환 사이에서 고민하던 현대제철도 내년 3300억원 규모 회사채를 차환하기로 결정했다. 내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저울질하는 현대오일뱅크도 2월 2일 1000억원 회사채 차환을 위해 주관사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투자자를 찾기 어려워지면서 일부 기업들은 해외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포스코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내년 1월 20일 만기 도래하는 5000억원 공모 회사채(포스코292회)를 상환한다. 앞서 일본에서 발행한 사무라이본드(엔화표시 채권) 500억엔(약 5060억원)으로 만기를 막는다.
◆첨단금융기법 총동원 'ABS 활용형'
활용할 수 있는 현금이 많지 않고, 무보증 회사채로는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들은 첨단 금융기법을 동원한다. 건물이나 토지 등 보유자산을 담보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을 발행하거나 미래 현금흐름을 기초로 자금을 조달하기도 한다.
대한항공과 한진중공업 등이 대표적이다. 한진중공업은 1월 20일 만기 도래하는 2500억원 회사채 상환을 위해 일천 율도 땅 부지 중 일부(15만평)를 담보로 2200억원어치 자산융동화기업어음(ABCP) 발행했다.
한진중공업은 인천북항지구에 장부가 기준 1조원 규모 을 토지를 중이다. 현재 시가로 재평가하는 경우 토지 가치는 2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추가로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도 보유 자산을 담보로 한 ABS나 ABCP 등을 통해 조달할 것으로 IB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미래 현금흐름을 기초로 자금을 조달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대한항공은 내년 1월 ABS를 통해 5000억원을 조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2월 만기 도래하는 3000억원 규모 회사채 상환을 위해서다. 이 ABS는 화물운송사업을 통해 들어올 미래 운임수입이 기초자산이다.
앞서 이달 초에는 여객운임 매출채권을 담보로 4000억원 규모 3년 만기 ABS를 해외에서 발행하기도 했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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