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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려는 구자철-남으려는 김신욱, 이유는 ‘브라질’
입력 2013-12-30 09:16 
월드컵이라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무대에서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이기 위해 구자철은 이적을 고려하고 김신욱은 이적을 포기하려 하고 있다. 사진= 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구자철은 월드컵 때문에 이적을 고려하고 있다. 김신욱은 그 월드컵 때문에 이적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 결정은 다르지만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판단기준은 같다. 월드컵이라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무대에서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이기 위해 한쪽은 이적을 고려하고 다른 쪽은 이적을 포기하려 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구자철(볼프스부르크)과 김신욱(울산현대)이 최근 동시에 이적설에 휩싸였다. 공히 현지발 소식이 나왔다.
독일의 축구전문지 키커는 지난 25일 구자철이 겨울이적시장을 앞두고 소속팀 볼프스부르크에 이적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사흘 뒤인 28일, 러시아의 뉴스채널 베스띠는 스파르타크 모스크바가 대한민국의 스트라이커 김신욱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적료로 500만 유로, 한국 돈으로 약 72억원을 예상했다.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신들의 입을 통하는 것이다.
29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홍명보장학재단 자선경기에 참가한 구자철과 김신욱은 이적 소식을 들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상반된 반응을 나타냈다. 구자철은 조심스레 인정하는 뉘앙스였고 김신욱은 단호하게 부인했다. 구자철은 떠나고 싶은 마음이 컸고 김신욱은 남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구자철은 (어느 곳이든)축구에 미쳐서 집중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했다. 현재 볼프스부르크에서의 흔들리는 입지와 맞물려 해석할 여지가 있는 말이다. 구자철은 지난 10월 A매치 평가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한 이후 소속팀에서 좀처럼 출전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시즌 초반에는 붙박이에 가까웠던 구자철이지만 현재 모습은 주전경쟁에서 밀린 모양새다.
월드컵이라는 중요한 무대를 불과 6개월 남겨두고 소속팀의 입지가 불안하다는 것은 구자철로서는 큰 위기다. 따라서 월드컵에서 후회하지 않으려면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하는데 지금은 상황이 좋지 않다”는 말은 분명 이적을 고려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아우크스부르크 임대를 통해 최상의 컨디션으로 끌어올렸던 것을 감안한다면 겨울이적시장을 통한 둥지 이동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러시아 무대 최강클럽이라 평가받는 스파르타크 모스크바에서의 제안임에도 김신욱이 고개를 가로젓는 것은 현재의 ‘감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사진= MK스포츠 DB
김신욱의 판단은 다르다. 공교롭게도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과 같은 H조에 속한 러시아 프로리그에서의 러브콜 소문에 김신욱은 모스크바 이적설은 들어보지 못했다. 그리고, 월드컵 이전까지 팀을 옮길 생각은 없다”고 확실한 입장을 전했다. 비록 빅리그는 아니지만 유럽리그이고, 그것도 러시아 무대 최강클럽이라 평가받는 스파르타크 모스크바에서의 제안임에도 김신욱이 고개를 가로젓는 것은 현재의 ‘감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2013년 K리그는 김신욱의 해였다. 아쉽게 득점왕을 데얀에게 넘겼으나 시즌 MVP를 차지했을 정도로 커리어 최고의 해를 보냈다. K리그에서의 활약을 발판으로 11월 A매치에서도 흡족한 반응을 끌어냈다. 김신욱에게는, 이보다 좋을 수 없는 2013년 후반기였다. 아직 홍명보호의 확실한 공격옵션이라 자신할 수 없는 김신욱으로서는 2014년에도 이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따라서 섣불리 모험수를 두기 어렵다. 유럽에서의 손짓은 분명 매력적이나 월드컵을 6개월 앞두고 자칫 적응에 허송세월을 보낼 경우 2013년에 쌓았던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 월드컵 전까지는 생각 없다”던 김신욱의 말처럼, 해외 진출은 대회 이후에 고민해도 될 일이다.
구자철은 떠나고 싶고 김신욱은 남고 싶다. 이적에 대한 상반된 견해를 가지고 있으나 결국 이유는 ‘브라질 때문이다. 이제야 비로소 월드컵이 열리는 2014년이 임박했다는 느낌이 나고 있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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