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뉴스의 맥]'숨바꼭질 협상'의 이유…병사도 퇴직금 받는다
입력 2013-12-30 07:50 
(오프닝)
12월 30일 월요일 아침 뉴스의 맥입니다. "증세는 없다"고 했는데, 결국 정부가 부자증세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서울 모처에서 7시간 동안 숨바꼭질 회의를 했습니다. 내년부터 병사들도 일반 회사원들처럼 퇴직금을 받게됩니다. 관객 500만 돌파를 눈앞에 둔 영화 '변호인', 정치권의 시각을 알아봅니다.

1. 부자증세 없다더니…
- "증세는 하지 않겠다". "지하경제 양성화로 충분히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이 호언장담했던 말입니다. 그런데 결국 대선 1년 만에 증세가 이뤄지게 됐습니다. 그것도 여권이 그렇게 기피하던 '부자증세'입니다.
아직 정확한 금액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어제 정치권이 심야 협상을 통해 최고 소득세율 38%를 적용받는 과세표준을 3억 원에서 2억 원 이하로 대폭 내리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고소득층 가운데 최대 12만 명이 세금을 더 내야 합니다. 이와 함께 대기업이 내는 법인세 부담도 소폭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로서는 국민 앞에 거짓말을 하게 된 셈이지만, 사실 증세가 없을 것이라고 믿었던 국민은 별로 없었을 겁니다. 내년 복지예산만 해도 100조 원이 넘는 데다 경기 침체로 돈이 돌지 않으니 세금은 더 안 걷힙니다. 결국 정부가 있는 사람들에게만이라도 손을 벌리게 된 겁니다.

이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합니다. 정부도 할 만큼 했으니 국민 여러분이 도와달라는 말을 자신있게 꺼낼 수 있을 만큼 정부 지출을 최대한 졸라매는 겁니다.

2. 숨바꼭질 협상
- 어제는 정치부 기자들에겐 악몽같은 일요일이었습니다. 어제 여야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 그리고 국정원 특위 간사 등 8명이 7시간 가까운 마라톤 협상을 했는데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일단 강남 쪽에서 모임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중간에 마포로 자리를 옮겼다. 아니다 여의도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설왕설래가 이어졌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어제 여야가 회담을 꼭꼭 숨길 수 없었던 이유를 2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먼저, 서로 자신들이 '을'로 비쳐지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겁니다. 여든 야든 회담 내용을 먼저 공개하면 그쪽이 뭔가 아쉬워서 회담을 요청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겁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양쪽 다 회담을 성공시킬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국민들이 회동 사실을 알게 되면 합의에 대한 기대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예상대로 어제 회담은 빈 손으로 끝났고, 오늘 마지막 본회의에서 여야의 한 판 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3. 병사도 퇴직금
- 앞으로는 의무복무 중인 병사들도 일반 회사원처럼 '퇴직금'을 받게 될 전망입니다. 국방부가 내년부터 병사들이 전역할 때 100만~200만 원의 돈을 '희망준비금' 명목으로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깜짝 놀랄만한 일인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조삼모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돈을 더 주는 게 아니라, 월급에서 매달 5만~10만 원을 떼어 내 적립했다가 나중에 돌려주는 형식이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강제 적금을 들어주는 겁니다. 물론 시중 은행 이율보다 훨씬 더 높은 이자는 얹어 줍니다.
대선 공약을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고개를 더 갸우뚱 하실 겁니다. 원래 공약은 월급과는 별도로 준비금을 주는 것이었고 금액도 이보다는 많이 산정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방부는 사병월급 2배 인상에 대한 재원을 마련하느라 손 쓸 도리가 없다고 밝혔지만, 정말 공약이 폐기된 거라면 좀더 책임있는 설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4. 변호인 500만
- 요즘 국회에서 회자되는 말 중의 하나가 바로 이겁니다. 변호인 보셨어요?” 개봉 12일 만에 관객 500만 돌파를 눈앞에 둔 영화 변호인이 정치권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변호인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을 다룬 이야기로 부림 사건 등 80년대의 굵직굵직한 민주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야권에서는 일단 잔뜩 고무된 모습입니다. 현재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불만이 이런 폭발적인 반응으로 나타났다는 겁니다. 이 영화의 관객수와 민주당의 지지율을 동일시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여기다 새누리당의 중진 이재오 의원, 잠룡으로 꼽히는 원희룡 전 의원까지 이런 분위기에 동조하는 듯한 트윗을 올린 상황이라 여권으로선 그렇게 유쾌한 이슈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정치권의 이런 뜨거운 관심과는 달리 이 영화를 보는 상당수의 관객들은 어떤 정치적 의도도 없이 그야말로 ‘재미있어서 본다는 겁니다. 지나친 아전인수식 해석도, 불필요한 과도한 경계도 바람직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 이준희 기자 / approach@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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