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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스크린, 舊 배우와 新 감독 조화 빛났다
입력 2013-12-29 10:18 
2013년 한국영화계는 전성기다. 극장을 찾은 관객은 2억 명, 매출은 1조 5000억 원을 넘어섰다. 이렇게 흥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승승장구다. '7번방의 선물'이 연초 극장가를 달궈 1000만 관객을 넘어 올해 최고 흥행 한국영화가 되더니, 연말에는 '변호인'이 그 바통을 이어받은 모양새다.
올 영화계는 오랜 세월 연기해온 구 배우들이 이름값을 했고, 새로운 감각의 신인 감독들이 이끈 한해였다고 짚어도 된다.
송강호는 영화 '설국열차'와 '관상'으로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했다. 흥행 실패에 일희일비하지 않은 그는 현재 상영 중인 '변호인'에서도 매력을 증폭시키고 있다. 설경구도 부진을 딛고 '스파이'와 '감시자들'로 맹활약했다.
주목할 만한 신인감독들의 대거 등장은 한국영화의 소재 확장을 가능케 했다. 아파트 초인종 낙서 괴담을 모티프로 한 '숨바꼭질'의 허정 감독과 한정된 공간에서 박진감 넘치는 드라마를 담은 '더 테러 라이브'의 김병우 감독, CCTV를 소재로 한 쫀득하고 긴장감 넘치는 범죄 액션 스릴러 '감시자들'의 조의석ㆍ김병서 감독 등이 데뷔작을 흥행시켰다. '연애의 온도'의 노덕, '몽타주'의 정근섭 감독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물론 봉준호(설국열차), 박찬욱(스토커), 류승완(베를린) 등 기성 감독들의 신작도 사랑받았다.
할리우드 내한 스타들의 공도 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아이언맨3)와 브래드 피트(월드 워Z), 톰 히들스턴(토르: 다크 월드) 등이 한국 사랑의 모습을 보여줘 관객들을 극장으로 오게 했다.

영화들이 모두 흥행해 배우와 제작사, 배급사, 스태프들이 모두 배 따뜻했으면 좋았겠지만 여전히 부익부 빈인빈이다.
CJ와 롯데 등 대기업이 제작하고 배급 맡은 영화들의 독과점은 여전히 심각한 문제다. 전체 약 2000개 스크린에 1000개 이상을 선점한 영화들을 걸어놓으면 다른 영화를 볼 창구는 없다.
세계에서 먼저 인정받은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와 홍상수 감독의 '우리 선희' 등 다양성 영화들이 설 자리는 올해도 많지 않았다. 물론 적은 상영관 수로도 두 영화는 각각 15만 명, 7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해 다양성 영화의 성공 케이스로 남았다. 하지만 이 외에 다른 다양성 영화들은 관객을 만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뫼비우스'와 '천안함 프로젝트', '토르: 다크월드',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 상영을 놓고 벌어진 일들은 촌극이다. '뫼비우스'는 영등위로부터 두 차례 제안상영가 판정을 받았고, '천안함 프로젝트'는 보수단체로부터 항의를 받아 간판을 내리는 꼴을 당했다. '토르'와 '호빗'은 극장 부율 문제로 일부 지역에만 상영됐다. 누구의 이익이 중요한지를 떠나 관객을 우습게 보는 판단으로 결론 낼 수 있다.
뒤늦게 알려졌지만 지난 2월, 1년가량 일하고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한 영화제작사의 제작부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도 있었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의 선택을 했다. 스태프들의 처우가 좋지 않다는 건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닌데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영화산업협력위원회가 조사한 '영화 스태프 근로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스태프들의 연평균 소득은 916만 원에 불과했다. 많게는 7억 원, 적게는 2~3억 원을 받는 주연 배우들과 너무 차이가 크다.
배우 하정우와 박중훈의 연출 도전 실패는 본인들에게 뼈아프다. 하정우는 올해 영화 '베를린'과 '더 테러 라이브'로 배우로서 여전히 인기를 과시했으나 연출 데뷔작 '롤러코스터'는 사랑받지 못했다. 카메라 뒤의 하정우가 아니라 카메라 앞에 있는 하정우를 보고 싶어한다는 걸 생각하지 못한 실책이다. 박중훈도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이야기를 담아냈으나 관객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각각 관객 26만 명, 16만 명으로 퇴장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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