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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대축제 190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종합)
입력 2013-12-28 00:23  | 수정 2013-12-28 09:13
27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의 생방송 190분. 광고 시간을 빼더라도 웬만한 장편영화보다 긴 시간이 흘렀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마지막 순간 '올해의 노래'로 그룹 엑소(EXO)의 '으르렁'이 선정된 점을 빼고서 말이다. 2013 KBS 가요대축제 이야기다. 인상 깊은 무대가 없었다. 엄청난 가요 사랑, 특정 가수의 특정 팬이 아니라면 그저 비슷비슷한 젊은이들이 나와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나 정도 여겼을 테다.
짧은 시간, 바쁜 일정을 쪼개 최선을 다한 가수들을 탓할 노릇은 아니다. 그들에게는 박수를 보내야 마땅하다. 연출과 기획의 문제다. 제작진 역시 여러 어려움이 뒤따랐으리라 여겨진다. 하지만 하지 않으니만 못한 잔치는 뒷말이 나오기 마련이다. 기존 KBS 내 음악 프로그램(뮤직뱅크, 불후의명곡, 유희열의 스케치북, 가요무대, 개그콘서트) 콘셉트와 무대를 확장해 고스란히 모아놓은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KBS 가요대축제는 1부와 2부로 나뉘었다. 올해 가요사에 빼놓을 수 없는 '가왕(歌神)' 조용필이 불참한 가운데 영상 메시지로 감사 인사를 대신했다. 그의 노래 '바운스(Bounce)'를 후배 가수들이 헌정 무대로 꾸몄다. 이어 크레용팝, 엑소, B1A4, 에이핑크, 아이유 등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다음은 '슈퍼빅매치'라는 명목으로 틴탑 니엘과 시크릿 송지은 대 비스트 양요섭과 에이핑크 정은지, 엑소 멤버들간의 댄스 대 보컬, 케이윌과 허각, 씨스타 효린과 에일리의 대결 구도가 펼쳐졌다. 그리고 걸스데이, 틴탑, 미쓰에이, 유희열, 아이유, 데이브레이크, 김연우가 등장했다. '뮤직뱅크', '불후의 명곡', '유희열의 스케치북' 종합판이었던 셈이다.
2부는 ‘어게인 케이팝 혼성그룹 리턴즈'란 이름으로 문이 열렸다. 비스트 손동운과 포미닛 권소현이 철이와 미애의 '너는 왜'를 함께 불렀다. 틴탑의 리키·창조와 포미닛 지윤은 업타운의 '다시 만나줘'를, 미쓰에이 민과 B1A4 신우는 자두의 '김밥'을 들려줬다. 걸스데이와 틴탑은 영턱스클럽의 '정'을, 시크릿 전효성·한선화와 B1A4 공찬·진영은 유피(UP)의 '뿌요뿌요', 민아와 산들·바로는 쿨의 '애상'으로 응답했다. '응답하라 1990년대' 히트송 메들리였던 셈이다. 사실상 본 무대는 허각, 에일리, 씨스타, 포미닛, 인피니트, 케이윌, 시크릿, 카라, 이승철, 비스트, 2PM, 이효리, 다이나믹듀오, 샤이니, 소녀시대였다. 이들은 각자 혹은 함께, 준비한 만큼 최선을 다해 화려한 무대를 꾸몄고 객석은 환호했다.

요즘 가요판을 고스란히 들여다 볼 수 있다. 듣는 음악이 아닌 보는 음악.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시대는 변했다. 뮤직비디오가 유튜브를 타고 2억 만리 지구 반대편에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세상이다. 다만 아이돌 그룹의 단면을 보면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천편일률적인 무대. 그들에게 뛰어난 가창력을 바라지는 않는다. 꼭 그래야 할 필요도 없다. 방송 음향 자체도 문제였지만 라이브 무대가 아닌 아예 AR(All Recording)을 그대로 틀어놓는 가수도 있었다(추정)는 의혹은 생각해 볼 문제다.
이 때문에 올 한 해 결코 적지 않은 활약을 편 힙합 뮤지션과 록 밴드의 부재는 더욱 커보였다. 이날 힙하퍼와 밴드는 다이나믹듀오와 데이브레이크가 유이했다. 그조차 그들의 독무대는 아니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발표된 국내 공인 가온차트에 따르면 2013년 디지털 차트 톱(TOP)50 장르별 점유율에서 발라드가 26%로 1위를 기록했다. 랩&힙합 부분과 OST·기획이 18%로 공동 2위 올랐고, 아이돌 댄스 음악은 16%의 점유율로 4위에 그쳤다. 이와 달리 가요대축제에서 아이돌 그룹의 출연이 다수 점유율을 차지했다. 결국 지상파 방송사의 음악 순위 프로그램은 '공감'이나 '가요계의 건강' 보다 수출용 콘텐츠가 필요한 그들의 노림수로 비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공동 MC 이휘재, 수지, 윤시윤의 진행도 산만했다. 중간중간 가수들의 인터뷰는 시청자의 몰입도만 방해했다. 아무리 글로벌 시대라지만 왜 '가요' 대축제에 특별한 이유 없는, 구색맞추기식 팝송이 들어가야하는지도 의문이다. KBS는 내년 이 같은 행사를 할 때 '가요대축제'란 타이틀에 걸맞은, 좀 더 성의 있는 창의력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KBS 가요대축제의 유일한 상, '올해의 노래'는 엑소의 '으르렁'이 뽑혔다. 엑소는 "큰 상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오늘 우리의 정규 1집이 100만장 판매량을 돌파하며 가요계 12년 만 밀리언셀러가 됐다. 팬 여러분과 소속사 스태프들 모두 사랑한다. 오늘을 잊지 않고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fac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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