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5년만에 첫 손실 `채권의 굴욕`
입력 2013-12-26 17:26  | 수정 2013-12-26 19:21
◆ 아듀! 2013 증시 ◆
2013년은 '채권 = 안전자산'이라는 공식이 깨진 한 해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금리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은 안정적인 이자 수입과 함께 채권값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까지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시장 예상을 깨고 지난 5월을 기점으로 금리가 반등하기 시작하면서 투자자들은 5년 만에 채권값 하락에 따른 손실을 맛봐야 했다.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시세차익뿐만 아니라 절세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는 마케팅에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던 국고채 30년물은 올해 들어 10% 가까이 가격이 하락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꼽히는 국고채에서 손실이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의 당혹감은 더욱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초 3.04%까지 내려갔던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1%포인트 가까이 상승해 4%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브라질, 터키, 인도 등 신흥국 채권은 연 10%에 달하는 이자를 지급하는 중위험ㆍ중수익 투자 수단으로 각광받았으나 지난 6월 버냉키쇼크 이후 환율과 금리가 급등하면서 손실이 발생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에게 많이 판매됐던 브라질 국채는 지난 4월을 기점으로 헤알화 가치가 20% 넘게 떨어졌고 기준 금리도 한 해 동안 5번이나 인상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국고채 30년물과 신흥국 국채를 공격적으로 판매했던 삼성증권, KDB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은 평판과 영업력에 타격을 입어야 했다.
회사채시장에서는 STX, 동양그룹의 법정관리 신청이라는 대형 악재가 잇따라 터졌다. 2~3%포인트 높은 금리를 받기 위해 STX와 동양그룹 계열사 회사채를 매수했던 투자자들은 원금마저 모두 잃을 위기에 처했다.
금리 인하에 베팅했던 기관투자가들도 큰 손실을 입었다. 특히 총 자산의 50% 이상을 채권에 투자하고 있던 증권사들의 손실이 컸다. 약 10조원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대형 증권사들은 불과 몇 달 만에 채권 투자손실이 수백억 원대로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은 이제 시작일 뿐이며 채권투자자들은 위험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내년 연말까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 중반, 10년물 금리는 4% 초반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6일 기준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는 각각 2.88%, 3.57% 수준이다.
김세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우려만으로 금리가 많이 상승했는데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 금리 인상까지 고려한다면 금리가 또 한 번 레벨업될 가능성이 크다"며 "금리 변동에 따라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는 장기 채권 비중을 낮추고 만기가 짧은 채권에 투자하거나 변동금리부 상품 비중을 높이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채권 투자를 줄이고 주식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금리상승기 주식시장에 대규모 유동성이 유입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나타나고 이 시기 주식 투자가 채권보다 월등한 성과를 냈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특히 2014년은 글로벌 경기 회복의 수혜를 입을 수 있는 국내 주식들이 저평가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혜순 기자]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