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100억 규모 작은 펀드가 맵다…IBK 중소형펀드 31%
입력 2013-12-25 18:15 
지지부진한 박스권 장세에서 올 한 해 상당수 펀드가 수익률 부진을 면치 못한 가운데 운용 규모 100억원 내외 소형 펀드들이 높은 수익을 거둬 주목된다.
25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 중 올 한 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낸 펀드는 IBK자산운용의 'IBK중소형주코리아증권자투자신탁[주식]'으로 운용 규모는 113억원에 불과하다. 저평가된 중소형주에 집중 투자하는 이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30%를 넘어선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 -1.2%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현대인베스트먼트로우프라이스증권투자신탁1(주식)A1' '키움작은거인증권투자신탁1[주식]ClassA'는 올해 들어 각각 19.08%, 11.8% 수익을 냈다.
해외 주식형 펀드들 가운데서도 소형 펀드 성과는 단연 눈에 띈다. 설정액 104억원에 불과한 '알파에셋투모로우에너지증권자투자신탁1[주식]A'는 연초 이후 60.17% 수익률을 기록해 해외 주식형 중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
반면 대형 펀드들의 실적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신영자산운용과 한국밸류자산운용의 가치주 펀드를 제외한 운용 규모 1조원 내외 펀드 대부분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벗어나지 못했다.

운용 규모 1조5858억원으로 덩치가 큰 '한국투자네비게이터증권투자신탁1(주식)(A)'의 경우 올 들어 1.16% 손실을 냈다. 운용 규모 1조원이 넘는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증권투자신탁1(주식)(C 5)' '삼성코리아대표증권투자신탁1[주식](A)' 역시 연초 이후 수익률이 각각 -7.57%, -6.85%를 기록했다.
이처럼 펀드 규모별로 수익률 차별화가 나타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올 한 해 증시 흐름이 소형 펀드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상반기까지 내수주, 중소형주 강세가 이어지다가 하반기 경기민감주, 대형주 위주 장세로 트렌드가 급변했다"며 "시장 트렌드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소형 펀드가 대형 펀드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연초 이후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히고 개별 종목 위주 장세가 지속되면서 소형 펀드들의 '종목 선정 효과'도 빛을 발했다.
대형 펀드는 유동성 확보 문제가 있어 특정 종목을 많이 사들이기 어렵다. 다양한 종목을 두루두루 사들이는 식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지수가 오르지 않으면 수익률도 크게 좋아지기 힘들다.
또 펀드 규모가 크면 주식 매수, 매도 규모도 커져 주가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고 원하는 가격대에 원하는 만큼 사거나 팔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반면 소형 펀드는 향후 주가가 유망한 몇몇 종목에 집중 투자할 수 있어 펀드매니저 역량에 따라 대박에 가까운 수익률도 가능하다.
시장에서 펀드 규모가 일정 선을 넘어서면 수익률이 하락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최근 대형 펀드를 환매하고 소형 펀드로 갈아타려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롱쇼트 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시장 선두주자인 트러스톤자산운용으로 많은 자금이 몰렸는데 최근 이 펀드가 너무 커졌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2, 3위권 롱쇼트 펀드로 갈아타려는 수요도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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