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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리뷰] 어둡고 무겁지만 알려져 다행이고 알았으니 다행이다…‘청야’
입력 2013-12-25 09:58 
사진=포스터
이제라도 알려져 다행이고 그저 많은 관객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작품.


[MBN스타 여수정 기자] 몰랐다면 알아야 하고, 알았다면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6.25 전쟁 중이던 1951년 2월 경상남도 거창군 신원면 일대의 마을 사람들 719명이 몰살당했다. 이는 공비소탕이라는 명목 하에 국군이 집단 학살을 한 것이다. 대부분의 희생자는 어린아이와 노인, 부녀자라 충격을 안긴다. 세월은 흐르지만 역사는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아 대한민국 현대사 한 부분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말썽의 소지가 있는 곳의 벽을 견고히 하기 위해(危害)들을 초토화시킨다는 뜻을 지닌 견벽청야(堅壁淸野)에서 제목을 따온 영화 ‘청야(감독 김재수·제작 거창군, (사)거창사건희생자유족회, 꿈꿀권리)는 거창 양민학살사건을 다뤘다. 이야기는 거창 사건 다큐멘터리를 만들지만 편성이 취소돼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한 다큐멘터리 프로듀서 차동석 PD(김기방 분)가 우연히 이노인(명계남 분)과 그의 손녀 이지윤(안미나 분)을 만나면서부터 시작된다. 차 PD는 자신의 프로그램을 살려줄 유일한 구원자로 이노인과 손녀를 지목, 그들의 마음을 끌기위해 노력한다.

원하는 장면을 얻은 차 PD는 편성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그저 행복해하기만 한다. 그러나 이노인과 손녀, 주변 사람들로 인해 거창 양민학살사건에 대해 자세히 접하게 되고 이때부터 인간의 상처와 자신의 욕심 사이에서 고민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차 PD처럼 고민할 것이기에 몰입도를 배가시켜준다.

특이하게도 ‘청야는 거창 양민학살이 일어난 현장인 거창으로 귀농한 영화감독 김재수가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우연한 계기로 귀농을 선택해 주변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던 중 관심을 갖게 됐고 거창사건은 국가가 잘못을 인정한 판결까지 나왔지만 희생자들의 명예회복과 피해보상은 아직 요원하다”며 작품을 통해 희생자와 가해자를 넘어 화해와 상생의 밑거름이 되고 쌓인 응어리를 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 감독의 바람대로 영화에는 거창민간인학살사건과 가해자와 피해자의 후손이 만나 진실을 알게 되면서 화해하고 용서하는 과정이 담겨있다. 실제 거창에 거주 중인 주민, 생존자와 유가족의 생생한 증언은 작품의 진실성을 높이고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의 묘하게 어울리는 조합은 신선하다. 참신하기에 조금의 낯설음이 있지만 애니메이션 덕분에 영화의 무게감을 조금은 더는 듯하다.

배우들의 연기보다 실제 생존자와 유가족의 생생한 증언이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을 선사한다. 2011년 거창사건 60주기를 맞아 영화가 제작됐고 거창군에서 1억2500만 원의 제작비 지원, 거기에 다양한 단체의 후원으로 2억 4000만원의 예산으로 강한 깨달음을 알리는 작품을 완성시켜 더욱 남다르다.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 없는 것처럼 이미 지나간 역사는 되돌릴 수 없다. 되돌릴 수 없으니 더욱 기억해야 되고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기 않게 더 이상의 외면은 없어야 된다. 오는 26일 개봉.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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