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직장人 직장忍] 바쁜 직장인의 크리스마스? "피로 회복제거나 피로 더하기거나"
입력 2013-12-24 17:46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 A씨(26, 여)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야간 당직이 걸렸다. 주변 친구들은 크리스마스 이브 콘서트, 불꽃놀이 등으로 한창 들떴지만 A씨는 새벽이 가까워져서야 소등하고 회사를 나설 수 있는 상황. 그래도 A씨가 웃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남자친구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이벤트?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
A씨는 야간 당직이 걸린 후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안한 마음에 목소리는 기어들어갔다. 밤늦게까지 회사에 남아 있어야 하기 때문에 '특별한 날'을 즐길 수 없다는 A씨의 말에 남자친구는 "집에서 따뜻한 저녁을 해놓고 기다리겠다"라고 답했다.
A씨는 "남자친구가 섭섭해하거나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추운데 고생하겠다', '고기 구워놓고 기다릴게, 따뜻한 밥 먹자'라고 얘기했다"며 "야간 당직에 걸려 짜증났던 기분이 눈 녹듯 사라졌다"고 말했다.
A씨는 남자친구와 5년째 연애 중이다. 최근 들어 결혼도 염두하고 있다. 이젠 사소한 일에 다투고 화해하는 연인사이를 넘어 하나의 가족같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게 됐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그동안 특별한 이벤트도 사건도 많았지만 남자친구와 집에서 고기를 구워먹는 이번 크리스마스가 내겐 최고로 따뜻한 크리스마스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연인 있지만 크리스마스는 친구와 보내고파"
금융업에 종사하는 B씨(34, 남)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연말 결산을 앞두고 거래처 인사에 해외출장까지 일이 겹치면서 크리스마스 이벤트 예약을 전부 놓친 것. 업무 때문에 12월 초까지 3시간 이상 자본 적 없는 B씨지만 여자친구가 이해해주지 않을 것 같아 고민이다.
B씨는 "크리스마스 공연이나 고급 레스토랑, 호텔 숙박권 등은 적어도 한 달 전에 예매를 마쳐야 한다"며 "너무 바빠 미처 챙기지 못했는데 지금은 예약이 전부 끝나 여자친구를 볼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B씨와 여자친구는 11월초 소개팅으로 만나 이제 갓 연인사이에 접어든 풋풋한 커플이다. B씨에 따르면 여자친구는 크리스마스를 잔뜩 기대하고 있다. 선물만 주자니 정성이 부족한 거 같아 이벤트 업체에까지 문의 했지만 "크리스마스 이브 당일은 관련 예약이 꽉 찼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B씨는 "업무로도 치이고 있는데 이것까지 스트레스가 겹치니 이젠 크리스마스가 '피로회복제'가 아닌 '피로더하기'같다"며 "지난해에는 솔로인 친구들끼리 모여 술을 마셨는데 오히려 그때가 그립다"고 전했다.
B씨는 이어 "'커플 지옥'을 외치는 솔로만이 크리스마스를 걱정할 것같지만 바쁜 직장인에게 크리스마스는 '커플 지옥' 이상의 괴로움"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친 B씨는 기자에게 슬쩍 "기자는 할인이나 당일 예약이 가능하지 않겠냐"며 대리 예약(?)이 가능한지 물어보기까지 했다.
◆"아내에 아이들까지…가족이 선물"
아내와 두 자녀를 영국으로 보낸 '기러기 아빠' C씨(56세, 남)는 크리스마스를 한껏 기대하고 있다. 바로 아내와 아이들이 연휴를 맞아 한국을 찾기 때문. C씨는 크리스마스에 맞춰 연차를 내고 가족여행 계획을 짜며 연말 분위기에 한층 취해있다.
C씨는 "사무실에서 나도 모르게 흥얼거려 후배들이 눈치를 줄 정도"라며 "하지만 가족과 보낼 크리스마스 생각에 벌써부터 흥이 난다"고 말했다.
C씨는 지난해 한국을 찾은 아이들과 제주도로 여행을 갔다가 코피를 쏟기도 했다. 기러기 아빠 생활 3년차로 혼자 있는 게 익숙해진 탓인지 아이들을 챙기는데 피로감이 쏠렸다. 하지만 C씨는 "안쓰럽다는 듯이 아내가 코피를 닦아줬는데 순간 뭉클했다"며 "외로운 거 보단 피로한 게 낫다"며 크게 웃었다.
이어 "크리스마스의 가장 큰 의미는 사랑"이라며 "종교인은 아니지만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다"고 전했다.
최근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는 미혼 직장인 1000명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크리스마스에 연인과 함께 하고 싶은 데이트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남성 응답자의 26%(130명), 여성 응답자의 22.2%가 '단 둘이 여행 떠나기'를 꼽았다. 이어 남성 응답자는 로맨틱한 호텔에서 파티 하기(15.4%)와 집에서 요리하며 시간 보내기(15.4%)를 공동으로 답했으며 여성 응답자는 로맨틱한 호텔에서 파티 하기(16.4%)와 집에서 요리하며 시간 보내기(13.8%)를 연달아 선택했다. 크리스마스에는 인파가 많은 곳보다 단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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