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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그대’ 사례로 본 드라마 표절 논란…여전히 공방만 ‘시끌’
입력 2013-12-24 15:09 
[MBN스타 김나영 기자] 표절 : 다른 사람의 저작물의 일부 또는 전부를 몰래 따다 쓰는 행위.

최근 몇 년간 드라마계에 표절 논란 바람이 계속되고 있다.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가 표절 논란에 휩싸여 양측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일 만화가 강경옥은 자신의 블로그에 ‘진짜로 이게 무슨 일이죠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설희는 400년 전 광해군일지에 나온 사건이다. 외계인에게 치료를 받아 젊은 모습으로 400년 이상을 살아왔고, 어린시절에 도와준 주인공과 몇백년 전 얼굴이 똑같은 전생의 인연을 찾아 한국에 온다. 또한 미국에선 어린 시절에 만난 인연의 남자가 세계적인 무비스타가 돼 연애를 한다는 내용이다”라며 광해군 일지는 누구나 쓸 수 있는 사실이지만, 그 사건에서 파생된 400년을 살아온 늙지 않는 사람이 현실에서 사는 법과 인연의 이야기는 내가 만들어낸 ‘설희의 원 구성안이다”고 설명했다.

또 400년 전의 UFO 사건은 나 말고도 ‘기찰비록이라는 곳에서도 다뤘고, 실제사건이니 다른 식으로 풀어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이건 드라마의 분위기와 남녀 역할만 다르고 밝혀지는 순서를 바꿨을 뿐 이야기의 기둥이 너무 비슷하다는 건 맞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표절 논란이 일자 제작사인 HB엔터테인먼트와 ‘별그대 작가 박지은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박 작가는 저는 ‘설희라는 만화를 접한 적이 없습니다. ‘설희라는 작품이 있다는 것도 이번 사건이 언론을 통해 제기되면서 처음 알았습니다”라면서 예능 작가 출신인 저는 2002년부터 2003년 사이에 방송된 SBS ‘깜짝스토리랜드라는 프로그램에서 역사 속 놀랄만한 이야기들을 묶어서 내보내는 ‘역사 속으로라는 코너를 집필했습니다. 당시엔 희귀했던 조선왕조실록 CD를 사서 매일 들여다보는 것이 일이었고, 국회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하며 자료조사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광해군일기 속 1609년의 이 사건을 만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사건 중 흥미로우면서도 나름대로 유명한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또 이후 하지 못한 그 아이템이 10여 년 동안 마음속에 계속 남아 있었고, 앞으로 드라마를 쓰게 된다면 ‘조선시대 당시 목격된 것이 우주선이었고, 그 우주선에서 온 외계인이 현재까지 살아오게 된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해서 대략의 시놉시스 노트도 만들어 두었습니다. UFO나 외계인 관련 뉴스 기사들도 차곡차곡 모으며 준비도 했습니다”라며 해명했다.

HB엔터테인먼트 또한 두 작품의 차이점을 비교하며 ‘별그대는 기획의도를 통해 ‘조선시대에 지구로 오게 된 외계인과 여배우의 기적 같은 달콤한 로맨스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설희는 인터넷상에 작품소개를 ‘평범한 여자아이가 거액의 상속녀가 된다. 상속금을 둘러싼 음모, 풀리지 않는 알리사의 비밀, 꿈에 나타나는 전생의 인연이라고 하고 있습니다”라며 두 작품은 기본 줄거리에서 인물과 성격, 구성과 글의 흐름, 주제 의식까지 확연히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작품의 시간적, 공간적 배경도 크게 다릅니다. 조선왕조실록의 한 부분인 ‘광해군 일기에 기록된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이 논란의 이유가 될 수 없음도 주지의 사실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작품 전반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 비슷한 단어만을 뽑아 그것을 유사성의 근거로 삼는다면 모든 창작물이 비슷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준대로라면 ‘악독한 계모 ‘죽음 직전에 부활 ‘친어머니의 죽음을 근거로 ‘백설공주가 ‘심청전을 표절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요”라며 ‘별그대의 작가와 제작진은 만화 ‘설희를 인지하고 참조한 적이 없음을 한 점 부끄럼 없이 밝힐 수 있습니다”라고 마무리했다.

이를 접한 강경옥은 법에 문의를 해 소송할 것을 밝힌 상태다.


‘별그대 뿐만 아니다. 올해도 여러 작품이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SBS 월화드라마 ‘야왕은 이희명 작가와 한국방송작가협회가 진실공방을 벌였다. 한국방송작가협회는 이희명 작가가 최란 작가의 대본을 표절했다며 제명 조치를 내렸고, 이희명 작가는 법정 투쟁을 통해 진실과 명예를 되찾겠다”며 협회를 고소한 상황이다.

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지난해 11월 출간한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속 작품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제작사 측의 반박에 논란은 일단락됐다. 이외에도 ‘태왕사신기 ‘시크릿가든 ‘선덕여왕 등 인기를 끈 여러 작품이 표절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계속적으로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는 표절 판단에 대한 모호한 기준 때문이다. 지난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는 ‘표절방지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 대사, 등장인물, 플롯, 사건 전개과정, 작품 분위기, 전개 속도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서 판단한다고 적시돼 있으나, 그 기준을 잡는 것조차 지나치게 주관적이라는 지적이다. 앞선 표절 논란 사례를 보면 얻을 것 보다 잃을 게 많아 소송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강경옥 작가의 말처럼 표절을 입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드라마가 표절로 판명 나더라도 징계가 솜방망이 수준이다. 작가가 표절로 문제가 된 소설 등에 대해 ‘차용했다고 인정한 후 사과하면 징계 없이 끝난다. 2010년 KBS 드라마스페셜 ‘달팽이 고시원의 경우, 일본소설 ‘와세다 1.5평 청춘기표절 논란이 일자 윤지희 작가가 그 소설을 좋아해 대사를 메모해뒀다가 차용했다”며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는 수준으로 일단락된 바 있다.

김나영 기자 kny818@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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