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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 생태보고서②]‘큰손’ CJ, 투자금 회수 나설까?
입력 2013-12-24 12:01  | 수정 2013-12-24 16:04
(왼쪽부터) 지난해 M아카데미 발족식에 참석했던 방극균 한국콘텐츠산업협회장, 안석준 CJ E&M 음반사업부 대표, 이종명 폴라리스 대표, 가수 김범수, 팀리 M아카데이 교육 이사
"CJ가 부실채권 관리에 나서면서 투자에 신중해지기 시작했다." 가요계서 잔뼈가 굵은 한 30년차 제작자는 이 같이 말했다.
연말연시 가요계에선 제작자들을 불안에 떨게하는 소문이 돌고 있다. CJ E&M이 그간 중소기획사 아이돌 그룹에 투자한 선급금을 내년부터 회수하기 시작할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CJ E&M 측은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았으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그들이 현재 가요계에 깔아놓은 돈은 약 200억 이상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담보 없이 빌려준 이 돈을 CJ E&M이 회수한다면 가요계는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CJ E&M 관계자는 일각의 소문에 대해 "당장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기존처럼 서로 무책임한 선급금 투자는 지양할 방침인 것은 맞다. 이러한 부분이 다소 와전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CJ E&M은 음악 시장에서의 역할 변화를 꾀하고 있다. CJ E&M 관계자는 "레이블화를 통해 우리가 갖고 있는 마케팅과 네트워크를 기획사와 공유할 계획이다. 이제는 '6억원 줄테니 앨범 2개만 만들어 오라'는 식이 아닌 기획사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직접 챙기고 도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이 균형적으로 클 수 있는 건설적인 방향의 투자, 즉 지분을 갖고 경영에 참여하면서 제 2의 SM 혹은 YG를 키워내겠다는 것이 CJ E&M이 내건 기치다.
실제로 자본력이 탄탄한 가요 기획사는 다섯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SM, YG, JYP 등 상장사들이다. 반면 1년에 데뷔하는 아이돌 그룹은 약 100여 팀.
가요계에서 기획력이나 트레이닝 시스템 못지않게 중요한 건 바로 ‘돈 싸움이다. 신인 가수가 단박에 정상급 스타로 올라서기란 힘들기 때문이다. 그들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수익이 나기까지 버텨줄 자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다수 중소기획사는 결국 CJ E&M이나 로엔엔터테인먼트 같은 음원 유통사로부터 선급금 형태로 투자를 받아 소속 가수를 제작하고 있는 형편이다.
문제는 이른바 '돌려막기' 폐해가 심각하다는 데 있다. 국내 대중음악 시장의 현실은 어렵다. 직원 4~5명의 월급조차 제때 주기 힘든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러다 보니 선급금을 받으면 앨범을 만드는 데 온전히 쓰는 것이 아닌 ‘펑크 난 회사 유지비와 기존 투자자와의 계약 조건을 지키기 급급하다.
예를 들어, A기획사 대표에 따르면 그가 급여 포함 회사 운영비(중소기획사 5명 기준)로 매달 나가는 돈이 최소 1500만원이다. 여기에 식대·유류비, 보컬·댄스 트레이닝비, 숙소 유지비까지 고려한다면 매달 지출되는 고정 비용은 약 4000만원이다. 2억원이라는 거금은 사실상 이렇게 5개월이면 끝난다. 질 좋은 음악이 나올 수가 없다. 직원들의 복리후생은 생각할 겨를도 없다.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SM엔터테인먼트와 로엔엔터테인먼트가 공격적으로 강소기획사를 흡수한 가운데 이들 못지않은 '가요계 큰 손' CJ E&M의 행보가 주목된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CJ E&M과 중국 기획사가 공동 제작한 아이돌 그룹 타임즈(TimeZ) 외 새로운 아이돌 그룹에 대한 투자는 더 이상 없다고 봐야할 것"이라면서 "실력파 싱어송라이터 중심 레이블이 CJ E&M의 타깃이다. 아이돌 제작자들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fac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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