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6년만에 흑자전환…한전株 4만원 갈까
입력 2013-12-23 17:23 
전반적으로 시장이 지지부진한 상황 속에서도 기관투자가가 23일까지 15거래일 연속 순매수한 종목이 있다.
최근 전기료 인상과 부장급 이상 직원들의 임금 반납, 자회사 지분 매각 등으로 본격 재무구조 개선에 시동을 건 한국전력이다. 기관은 최근 보름 사이 한국전력 주식 1202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특히 연기금이 513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적자 늪에 허덕여 온 한국전력이 탈바꿈할 움직임을 보이자 시장 '큰손'들 관심이 커진 것이다. 한국전력 주가 역시 지난 13일부터 7거래일 동안 단 하루를 빼고 상승 마감했다. 같은 기간 종가 기준 3만1700원에서 3만3950원으로 7.1% 올랐다. 기관의 순매수 행진에 뒤늦게 외국인도 뛰어들었다. 지난 20일 하루에만 한국전력 주식 10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한전은 2008년부터 5년간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쌓인 부채가 70조원이 넘는다. 전기요금이 지난해 이전까지 4년여 넘게 동결되고 송전 등 설비투자에 들어가는 자금 부담은 커지면서 빚이 누적돼 왔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누적적자가 9조6000억원이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5년간의 적자행진을 끝내고 6년 만에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무엇보다 1월과 지난달 두 차례를 합쳐 10% 가까운 평균 요금 인상과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원료값 절감으로 수익 개선 요인이 뚜렸해졌기 때문이다. 한국전력 IR 담당자는 "어떻게든 올해 흑자 지표를 시장에 보여주려 한다"며 "전기요금 인상에 임금 반납, 업무 프로세스 개선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보유 자산을 잇따라 처분하고 있는 것도 흑자전환이라는 기록을 세우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국전력은 최근 자회사 지분과 부동산을 잇따라 매각해 모두 2371억원을 확보했다.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지난 6일 한전KPS 지분 315만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주당 4만8300원에 매각했다. 12일에는 한국전력기술 152만9000주를 주당 5만5600원에 팔았다. 앞으로 LG유플러스 등 보유 지분은 물론 본사 땅도 매각 대상에 올려 시장에 분명한 신호를 보여줄 방침이다.
한전의 이 같은 변화는 곧바로 외부 전문가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금융투자사들이 최근 집계한 한국전력 2013년 영업이익은 1조6285억원에 달한다.
대형 법인 회계사는 "영업이익은 기업의 계속가치를 나타내기 때문에 순이익보다 중요한 지표"라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전력이 내놓은 6조원대 재무구조 개선 작업으로 미뤄 볼 때 영업개선 추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내년 한국전력 '정상화'를 통한 추가 주가 상승을 기대해도 좋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김승철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향후 요금 인상을 통한 수요 관리에 나서겠다는 방침은 실적과 주가에 긍정적 요인"이라며 "재무구조 개선이 가시화한 뒤에야 이익 증가가 요금 인하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내년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내년 많게는 5조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거둬 모처럼 투자자들에게 배당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제 시장 관심은 한전 상승세가 얼마나 더 이어질지로 모아진다. 아직 주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게 증권사들 평이다. 다만 3만원 선에 안착한 한국전력 주가의 1차 저항선은 3만5000원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2010년 4월 이래 한국전력은 3만5000원을 넘어서지 못하고 3년 넘게 2만~3만원 지루한 박스권 장세를 이어왔다. 만약 내년 초 이 선을 넘어선다면 실적 개선과 수급 동력이 맞물려 다시 4만원대까지 내다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윤재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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