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현대그룹, 현대증권 매각 제값 받을 수 있을까
입력 2013-12-23 15:51  | 수정 2013-12-23 16:02

현대그룹이 결국 현대증권 등 금융 계열사 3사에 대한 매각에 나섰다. 현대증권을 합하면 23일 현재 국내 10대 증권사 중 매물로 나온 증권사는 무려 우리투자증권, 동양증권을 합해 무려 3곳이나 된다. 내년 하반기에는 KDB대우증권도 매물로 나온다. 결국 중소형사까지 합하면 10곳에 가까운 매물이 나와 있는 셈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현대그룹이 과연 현대증권을 제값을 받고 매각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현대그룹이 원하는 가격은 지난 22일 발표한 자구책에 언급돼 있다. 현대증권과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을 합쳐 7000억원에서 1조원까지다. 현대그룹에서는 각 사별 예상 가격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현대증권만 5000억원 이상을 책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격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증권 지분의 장부가와 대략 일치한다.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지분 22%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9월말 기준 장부가는 5941억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할 경우 현대그룹이 내놓은 가격과 맞아 떨어진다.
그러나 문제는 현대증권의 주가가 그간 부진을 면치 못했다는 것이다. 20일 기준으로 현대상선의 현대증권 지분 가치를 계산해보면 3067억원에 불과하다. 절반 가까이 깎인 가격이다. 따라서 장부가에 준하는 가격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을 공산이다.

함께 매물로 내놓은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의 부진도 제값 받기엔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자산운용은 회계년도 기준 2012년에 영업이익 2억9600만원을 기록했다. 현대증권의 출자금은 300억원이다. 960억원을 들여 인수한 현대저축은행도 지난해 9억원 가까이 적자를 기록했으며 장부가 2668억원 대비 순자산 가치가 1080억원에 불과한 수준이다.
현대그룹은 앞서 매각을 추진 중인 우리투자증권과 마찬가지로 내심 패키지 매각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 3사를 일거에 매각함으로써 매각 절차를 앞당기고 경영권 프리미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으면 하는 속내다. 그러나 우리투자증권 매각에서 알 수 있듯이 패키지 매각이 득보다는 실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2011년 현대증권 유상증자 과정에서 현대상선이 자베스펀드, NH증권 등과 맺은 주식스왑 계약도 매각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당시 대주주인 현대상선은 주당 인수가격인 8500원보다 주가가 낮아질 경우 손실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20일 종가가 5780억원임을 감안하면 약 900억여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증권 매각 과정에서 털어내야 할 부분이다.
현대그룹측은 "자구안에서 언급된 금융 3사 매각 가격은 일방적으로 정한게 아니라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산정한 것"이라며 "우선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매각을 추진할 것인 만큼 채권단, 금융 당국 등과 협의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만일 우리투자증권 인수금액의 절반에 달하는 가격에 인수합병(M&A)이 가능하다면 인수 주체는 비교적 많을 것"이라며 "그러나 시가 대비 높은 장부가, 계열사들의 가치 하락, 주식스왑계약에 따른 손실, 경쟁사 대비 높은 비용과 낮은 생산성 등 장애 요인이 많아 M&A가 성사되는 데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김용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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