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바닷물에서 리튬 캐는 기술 개발
입력 2013-12-23 13:24 

지난해 뇌졸중으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한인 과학자의 아이디어를 이어 받아 국내 연구진이 바닷물에서 리튬과 같은 작은 물질을 분리해 낼 수 있는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
포스텍 기계공학과 임근배 교수와 전형국 연구원, 고(故) 강관형 교수 공동 연구팀은 '이온농도분극현상'을 이용한 입자분리장치를 개발, 바닷물에서 리튬을 회수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이온농도분극현상을 이용해 바닷물에 전기를 가해줌으로써 이온을 분리해 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온농도분극현상이란 작은 관 주변에서 특정 이온들의 이동에 따라 이온이 나뉘는 현상을 말한다. 연구팀은 긴 빨대를 평행으로 놓은 뒤 가운데 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크기의 작은 다리를 연결했다. 빨대에는 바닷물이 흐르는데 아무런 조작을 가해주지 않으면 작은 다리를 통해 아래 빨대로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위에 있는 빨대에는 양극을, 아래 있는 빨대에 음극의 전기를 걸어주면 바닷물 내부에 있는 이온들이 달라붙으며 작은 다리에는 순수한 물만 남게 된다. 임근배 교수는 "순수한 물에 여러 이온들을 넣어주면 튕겨 나가게 되는데 이 방법을 활용하면 바닷물 속에 있는 여러 물질들을 분리해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미 실험을 통해 100㎚ 크기의 물질 분리에 성공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방식은 바닷물에 전기를 가해줬을 때 발생하는 '기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분리 효율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근배 교수는 "생화학 분석장치나 검출장치로도 활용이 가능하다"며 "바닷물에서 리튬과 같은 희토류 금속 이온들을 분리하는 등 자원 회수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적 활용이 클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뇌졸중으로 타계한 강관형 교수가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임근배 교수는 "강 교수가 기본 이론을 제시한 뒤 이를 이어받아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강 교수의 이론이 이번 성과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했다. 강 교수는 포스텍 1회 입학생으로 석.박사 학위를 모교에서 취득하고 교수로 부임한 첫 졸업생으로 왕성한 연구활동을 펼쳐나갔지만 지난해 10월 뇌종양으로 숨졌다. 강 교수는 2006년 악성 뇌종양이 발견돼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동전 크기의 칩에 피 한방울 떨어트려 질병과 노화를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은 물론 휴대용 해수담수화 장치 등 투병 기간 동안에도 뛰어난 성과를 내며 주목받아왔다. 올해 과학기자협회는 강 교수를 기리기 위해 '올해의 과학자 특별상'을 제정, 수여하기도 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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