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큰둥한 평택시, 브레인시티 이대로 좌초하나
입력 2013-12-23 10:12  | 수정 2013-12-23 18:26
토지가 수용된 주민들이 평택시청 앞에 트럭을 세워놓고 항의 중이다.
브레인시티 사업이 이대로 해제되면 수년간 고통을 감내해 온 수용지역 주민들의 막대한 손실이 예상됩니다. 경기도와 평택시가 이 사업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개발기간 연장 등의 행정지원이 절실한 때입니다.(브레인시티개발 김운규 사장)”
경기도 평택시에 4.82㎢(약 146만평) 규모로 조성되고 있는 ‘브레인시티 첨단복합산업단지가 7년간의 표류 끝에 좌초 위기를 맞았다.
브레인시티 사업 승인기간 만료일이 올 연말(12월 31일)로 바짝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가 지난 17일 평택시가 전체 사업비의 20%를 출자하고, 사업지구 내 산업단지 66만㎡가 팔리지 않을 경우 3800억원 한도 내에서 대신 땅을 매입할 용의가 있는지 여부를 묻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사실상 사업의 진행여부를 묻는 ‘최후통첩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브레인시티 사업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부산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NH농협은행, 한국투자증권 등 5개 금융기관들이 지난 달 25일 열린 브레인시티 사업자금 마련을 위한 회의에서 내년 2월 말까지 내부승인을 전제로 1조4500억원의 사업비 대출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모아놓은 상태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물론 관련 금융기관들은 평택시의 조건 수용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평택시는 사업지의 미분양 발생 시 떠안을 3800억원의 땅 매입 조건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경기도는 평택시가 조건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사업기간을 더 이상 연장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간 연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결국 무산될 수밖에 없는 처치에 놓은 것.
경기도는 연말까지 평택시의 이렇다 할 반응이 없을 경우, 사업추진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즉시 지구지정 취소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문제는 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산업단지 예정지역에 대한 보상지연과 재산권 지연으로 산업단지 내에 토지를 갖고 있는 주민들이 상당히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수용주민 상당수가 빚더미에 쌓여 재산상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금융지원이나 행정상 지원확대 같은 이렇다 할 대안도 없다는 점도 문제다.
한 부동산전문가는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제16조2항이 강행규정이 아닌 임의규정이다 보니 지자체에서는 느긋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사업시행자가 실시계획 승인을 받은 후 2년 이내에 개발사업에 착수하지 않거나 ▲실시계획에 정해진 기간 내에 산업단지개발 사업을 완료하지 않거나 가능성이 없는 경우, 다른 사업시행자를 지정해 해당 산업단지 개발을 시행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즉 위 내용은 임의규정이기 때문에 다른 사업시행자를 지정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셈이다.
또한 경기 침체로 인한 일시적 사업 정체 시에도 기존 사업자의 기간연장보다는 새로운 사업자를 구하기 급급해 예산이나 금융비용을 낭비하는 등 경기활성화나 부동산활성화 정책에 반하는 지자체(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도 부지기수로 많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에 열린 국토해양부 국정감사 때에도 이 같은 일반산업단지의 문제점이 지적된 바 있다.
당시 민주통합당 신장용 의원은 자치단체에서는 새로운 사업자 선정으로 인한 분쟁으로 서민들이 또 다른 피해를 보지 않도록 사업연장방식으로 해결, 사업의 빠른 원상복귀를 국토해양부에 요청했다.
한편 브레인시티사업은 정부가 평택시에 배정한 14.21㎢(430만평)의 공업용지물량 중 4.82㎢의 부지에 추진되는 첨단복합산업단지 조성사업이다.
나머지 용지에는 삼성전자가 3.95㎢(120만평)과 LG전자 2.77㎢(85만평)가 들어선다.
이곳은 국내 최초로 대학(성균관대학교)이 중심이 되어 기존의 생산중심의 산업단지에서 탈피, 교육과 연구·개발(R&D) 및 기술지원 기능을 고루 갖출 예정이다.
또한 인근에서 지난 5월에 착공한 삼성전자 고덕산업단지와 평택시 진위면 소재 LG전자와 더불어 최첨단 산업벨트를 형성하게 된다.
농지대책위원회 회원들이 ‘브레인시티 사업지 인근에 모여 항의 중이다.
그러나 지난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 국내 건설·부동산경기 침체와 금융시장 위축이 맞물리면서 사업환경이 악화되면서 브레인시티 산업단지 조성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만약 평택시가 이 사업을 포기할 경우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토지수용(감정가 약 1조2000억원)에 따른 토지주들의 피해와 함께 삼성전자와 LG전자로 인해 한껏 들뜬 지역경기 역시 사라질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반면 성균관대학교를 유치했다며 지역 시민들에게 홍보했던 평택시가 막상 금융권들이 사업 투자의지를 내비치자 조건이 부담된다며 발을 빼는 이중적인 행보는 이번 사태가 일단락되기 전까지 지역주민들 입방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매경닷컴 조성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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