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공모주 수익률 52% vs 공모주펀드 2%
입력 2013-12-20 15:54  | 수정 2013-12-20 20:21
# 직장인 A씨는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증권사 직원의 설명을 듣고 지난 5월부터 공모주 펀드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올해 신규 상장된 새내기주들 주가가 100% 가까이 올랐다는 뉴스를 접한 A씨는 펀드 계좌를 열어보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펀드 수익률이 100%는커녕 정기예금 금리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지부진한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고 마땅한 투자 대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모주 투자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겁다. 지난 3분기 신규 상장된 5개 기업 평균 수익률(상장일 종가 대비 공모가)은 89.2%로 최근 3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초 이후 공모주 수익률도 평균 52.3%로 2005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공모주 대박'을 바라보는 펀드 투자자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2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공모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2.17%에 그쳤다. 올해 들어 가장 좋은 성과를 낸 KTB자산운용의 'KTB글로벌공모주증권투자신탁[주식혼합]종류A' 펀드는 수익률 6.3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공모주 투자 열풍이 오히려 공모주 펀드에는 악재로 작용했다고 해석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공모주 청약 경쟁이 너무 치열해져서 물량을 받는 데 한계가 있다"며 "몇 년 전만 해도 청약 경쟁률이 100대1 정도면 선방했단 얘기가 나왔는데 최근 1~2년 사이 경쟁률이 300대1, 500대1을 넘는 공모주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다른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펀드로 돈은 계속 들어오는데 막상 청약을 신청하면 1억~2억원어치 공모주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며 "펀드 규모가 1000억원인데 이 중 1억~2억원어치 공모주를 사 100% 상승해봤자 전체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특히 공모형 펀드는 '청약 한도 제한' 규정이 수익률 발목을 잡았다. 공모형 펀드는 투자 원금 대비 청약 한도가 50% 미만으로 정해져 있고 특정 종목을 전체 펀드의 10% 이상 담는 것도 금지된다. 반면 사모형 펀드는 투자원금의 90% 이상까지 청약 신청이 가능하고 한 종목을 펀드에 많이 담아도 상관없다.
올 한 해 사모형 공모주 펀드들은 공모형에 비해 나은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이후 '현대공모주사모증권투자신탁7[주식혼합]' 'HDC파워공모주사모증권투자신탁W-2[주식혼합]' 수익률은 각각 10.33%, 7.75%를 기록했다.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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