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외국인 수급 낙관만 하기엔…
입력 2013-12-20 15:54  | 수정 2013-12-20 23:05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테이퍼링 결정 이후 국내 증시에 외국인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 등 우수한 경제체질을 감안하면 다른 신흥국과 달리 외국인 이탈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19일(미국시간) 테이퍼링으로 인도네시아 브라질 인도 터키 남아공 등 '5대 취약통화' 국가들이 충격을 받을 것으로 진단했지만 한국은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테이퍼링 결정으로 가속화된 달러강세-엔화약세 구도에다 낙관하기 힘든 기업실적, 연일 위협 발언에 따른 '북한리스크' 등을 감안하면 외국인 수급을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테이퍼링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돼 지난 19일 코스피는 1000억원이 넘는 외국인 순매수를 보였지만 하루 만인 20일 외국인은 171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실제 지난 5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를 내비치자 이후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거액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들 자금 일부가 한국과 대만 등 상대적으로 경제사정이 나은 이머징 국가로 옮겨왔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6~8월 인도와 인도네시아를 빠져나간 자금이 한국에 많이 들어왔는데 그때만 해도 엔저가 아니었다"며 "지금처럼 달러 강세에 초엔저가 될 경우 신흥국 이탈자금이 한국에 유입되는 강도는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 실적도 외국인 동향을 결정할 변수 중 하나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4분기는 상여금 지급 등 계절적 비용 지출이 많아 어닝쇼크가 나타날 기업이 많다"며 "삼성전자, 현대차도 급격한 성장에 한계가 있고 내수업종도 좋지 않아 실적에 기댄 외국인 매수를 바라긴 힘들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리스크가 다시 불거지고 있는 것도 자칫 외국인 진입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소재다. 류 팀장은 "북한 내부문제가 확대돼 타국 간섭과 외교문제로까지 커지면 외국인 이탈은 일순간에 벌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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