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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공연] 뮤지컬도 블록버스터 시대…‘부익부 빈익빈’ 여전
입력 2013-12-19 11:01  | 수정 2013-12-19 11:15
[MBN스타 두정아] 화려했지만, 모두가 행복하진 못했다. 올해도 거액의 제작비가 투입된 해외 라이센스 뮤지컬이 강세를 보였다. 스타를 내세운 대형 뮤지컬은 흥행의 축배를 든 반면, 창작 뮤지컬은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뮤지컬 시장이 여전히 호황을 누린 것은 괄목할 만한 성과다. 뮤지컬 시장은 매년 10~20%가 넘는 성장세를 꾸준히 보이고 있다. 지난해 뮤지컬을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은 관객은 약 700만 명에 이르며, 공연 수는 해마다 늘어 2천500편이 넘는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10~20만원을 넘나드는 값비싼 가격에도 호황은 계속돼, 뮤지컬 블록버스터의 르네상스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레베카와 ‘위키드 ‘레미제라블 ‘카르멘 ‘보니 앤 클라이드 ‘맘마미아 ‘고스트 등의 대작들이 뮤지컬 마니아들을 고민에 빠지게 했다.

공연 예매사이트 인터파크가 2013년 티켓 판매량을 기준으로 올 한해 가장 많이 관람한 공연과 장르별 특징을 정리한 결과 ‘레미제라블이 가장 판매량이 높았다.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27년 만에 한국어 초연한 ‘레미제라블은 트리플 캐스팅 이상이 일반적인 요즘 원캐스팅으로 승부수를 내걸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국어 초연 ‘위키드는 제작비 250억 원이 투입된 최고의 블록버스터 뮤지컬이었다. 화려한 무대와 의상이 화제가 됐었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극작가 팀 라이스가 쓴 ‘요셉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도 꾸준한 사랑을 받았고, ‘애비뉴Q 또한 발칙한 가사와 재치있는 음악으로 브로드웨이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얻었다.

최근 막을 올린 뮤지컬 ‘고스트의 첫 라이선스 공연도 15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들었다. 1990년에 만들어진 영화 ‘사랑과 영혼이 원작으로, 이번이 아시아 첫 공연이다.

화려한 초대형 라이센스 작품이 국내 공연계를 휩쓸었지만, 큰 인기와 흥행을 몰고 온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한 창작품 또한 쉼 없이 관객을 찾았다.

지난해 초 전 국민을 ‘훤 앓이로 들끓게 한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이 뮤지컬로 재탄생됐고 지난해 1000만 관객을 돌파했던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는 연극 무대로 자리를 옮겼다. 2001년 개봉해 800만 이상의 관객을 모았던 영화 ‘친구는 배경이 됐던 부산에서 공연 중이다.


‘서른 즈음에로 유명한 고 김광석의 명곡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그날들은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하며 창작뮤지컬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고, 이 외에도 ‘살짜기 옵서예, ‘여신님이 보고 계셔 등의 창작뮤지컬도 관객을 만났다.

매년 아이돌 가수들의 뮤지컬 진출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마케팅이나 유료 점유율에 있어 ‘갑이 돼버린 아이돌 가수들에 대한 ‘모시기 경쟁도 갈수록 치열하다. 지난해부터 뮤지컬에 도전한 아이돌 가수만 해도 줄잡아 20~30명에 이른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된 뮤지컬계의 아이돌 스타 캐스팅이 올해 정점에 올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케팅 전략이나 티켓 파워에 있어서 아이돌 가수만한 안정적인 카드는 없다는 것이 업계의 분위기다. 경기 불황으로 침체된 공연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을 뿐 아니라 뮤지컬 시장을 넓힐 수 있는 계기도 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연기력 논란이나 연습 불참 등의 과제를 안고 가더라도 아이돌 가수를 마다할 이유는 없지만, 그들의 스케쥴에 따라 공연 일정을 갑자기 변경하거나 취소하는 일도 벌어져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뮤지컬 스타 박해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돌 가수들이 뮤지컬 데뷔에 대해 그것은 제대로 된 뮤지컬 작품이 아닌 이벤트 장사”라며 아이돌이 주가 되는 뮤지컬 무대는 그 인물에 대해서 환호하는 것이다. 그 매체가 뮤지컬이 됐건 아이돌을 사랑하는 사람은 상관없이 그 장소를 찾을 것이기에 순수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피해가 될 뿐”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음악감독 박칼린은 앞서 한 방송에서 아이돌 스타라 하더라도 배역에 잘 맞고 실력만 있다면 상관없다”며 개방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실력도 없이 뮤지컬로 넘어오는 것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고 쓴소리를 낸 바 있다.

실제로 아이돌 가수의 출연 날은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연일 매진 세례다. 예로, 김준수의 공연을 예매하기 위해 몰려든 팬으로 인해 한 때 예술의전당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하는가 하면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기도 했다.

자칫 작품 안에서의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아이돌과 비(非) 아이돌의 티켓 점유율이나 관객 호응도가 눈에 띄게 차이 날 뿐 아니라, 첫 뮤지컬 도전작에서 단숨에 주연을 꿰차 위화감을 조성하기 쉽다. 특수를 내세워 검증도 없이 주연을 꿰찬 아이돌 가수로부터 느끼는 심리적 박탈감도 상대적으로 크다.

배우 지망생의 설 자리가 좁아진다는 측면에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지만,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아이돌 가수를 섭외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도 대두된 지 오래다. 이른바 ‘스타 마케팅이 공연 업계에서 씁쓸하게 느껴지는 것은, 앙상블과의 호흡을 중시하는 구조적인 특수성 때문이다.

한 뮤지컬 관계자는 작품성보다는 팬덤에 따라 성패가 좌지우지 되는 양상은 마케팅 경쟁만 부추기는 제 살 깎아먹기나 다름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바쁜 배우들의 스케쥴로 인해 한 캐릭터 당 5~7명을 캐스팅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두정아 기자 dudu0811@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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