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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윤하의 사랑·이별·고민, 그리고 아이유
입력 2013-12-19 07:59  | 수정 2013-12-19 08:20
싱어송라이터 윤하(26)가 겨울 스페셜 미니앨범 ‘서브소닉(Subsonic)을 최근 발표했다. 이는 윤하의 정규 4집 ‘슈퍼소닉(Supersonic)의 연장선상이다. 약 1년 6개월이란 꽤 오랜 시간의 작업이 담겼다. 사랑하고, 이별하고, 다시 꿈을 꾸는, 윤하의 마음이기도 하다.
윤하는 이번 앨범 수록곡들에 대해 내가 느낀 정서들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자작곡 ‘시간을 믿었어는 상처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또 다르 자작곡 ‘홈(Home)은 그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을 담았다. 윤하는 자신이 (뮤지션으로서) 중요한 분기점에 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수 데뷔 10년 차를 앞둔 그의 고민이다. 윤하는 많은 나이가 아니지만 이제는 어리다는 것, 어떤 가능성에 편승할 수 없는 때가 왔다. 그래서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아이돌(Idon)도 뮤지션도 아닌, 애매한 중간 지점에서 블루오션을 개척하고 있는 당찬 소녀의 이미지를 언제까지 유지할 순 없단 판단이다.
아직 그 고민의 해답을 찾진 못했지만 윤하는 분명 한층 성숙해졌다. 뛰어난 가창력, 예쁘장한 외모, 어린 나이임에도 싱어송라이터의 길을 걷는다는 점에서 늘 비교 대상으로 거론되던 아이유에 대한 그의 생각에서 이를 엿볼 수 있었다.
윤하는 처음에는 스트레스가 없진 않았는데 요즘은 아이유와의 비교도 없다. 이제 서운하다”고 눙쳤다. 그는 이어 물론 아이유가 나보다 월등히 사랑 받을 만한 사람인 걸 알지만 그때는 막 태어난 동생만 엄마에게 사랑 받는, 그걸 시기하는 언니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많이 아이유에게 배운다. 좋은 자극이자 공부가 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윤하와의 일문일답
Q. 올 한 해를 돌아보니 어떤가
A. 앨범, 공연, 또 앨범, 공연, 앨범을 준비하다 보니 금새 지나갔다. 정신 없이 산 것 같은데 티가 나지 않아 아쉽다.(웃음)
Q. 앨범명 ‘서브소닉에 담긴 뜻은
A. 공대 출신 분들이 좋아하시더라.(웃음) 3개의 프로젝트 앨범 중 첫 컴백작은 초음속으로 돌아왔다. 빠르게 대중에게 다가서고 싶단 뜻에서 ‘슈퍼슈닉이라 명했는데, 이번 ‘서브소닉은 아음속(음속보다 약간 느린 속도)이다. ‘천천히 지금 이대로 영원히란 의미가 붙었다.
Q. 이번 앨범은 전체적으로 차분하다
A. 지난 미니앨범과 ‘슈퍼소닉에선 힘이 들어가고 짜여진 음악이었다. 이번엔 조금 편안하게, 전체적으로 어두운 음악들이다. 그 명도를 의도한 건 아니나 겨울에 맞는 감성을 담다 보니 그렇게 됐다.
Q. 자작곡이 2개 담겼다
A. 처음으로 마감 시간 없이 두 곡을 만들었다. 보통 기한을 정하고 만드는데 이번엔 회사에서 보채지 않아도 내가 만들어서 가져다 드렸다. 최근 내가 느낀 정서들이 반영됐다. ‘시간을 믿었어는 어떤 상처에 대한 이야기다. ‘홈은 그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을 담았다.
Q. 안 좋은 일이 많았나
A. 글쎄.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가수 생활 9년을 했다. 많은 나이가 아니지만 이제는 어리다는 것, 어떠한 가능성에 편승할 수 없는 분기점에 선 것 같다. 선택을 해야 하는 데 고민이 많았다.

Q. 어떤 선택을 말하는가
A. 지금까지 ‘윤하는 아이돌도 뮤지션도 아닌, 그 중간 지점에서 블루오션을 개척하고 있는 당찬 소녀 이미지였다. 언제까지 내 영역을 개척하고만 있을 수 없지 않은가.
Q. 해법을 찾았나
A. 혼자 고민한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더라. 주어진 기회에 항상 열심히 부닥치면서 배워가야 하는 부분인 것 같다. 그간 열심히만 달려왔다. 내 잘난 맛에 산 것 같기도 하고, 다행히 좋은 기회와 운도 많이 따랐다.
Q. 오히려 운이 따르지 않은 가수로 평가되는데
A. 내가 가진 능력에 비해 (운이) 따랐다. 일부 시각에서 나를 과대평가하는 부분도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내가 부응해야겠단 압박도 느끼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지만.
Q. 그러한 고민이 이번 앨범에 어떻게 승화됐나
A. 예전에는 힘든 일이 있을 때 주변에서 ‘괜찮아 ‘잘했어라고 말을 해주면 위로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꼭 그것만은 아니더라. 나와 비슷한 고민을 듣는 것만으로도 위로다. 괜히 그것을 들추면서 ‘잘 할거야라고 말하는 게 더 상처가 될 수 있다. 연예인이나 아티스트는 어둠을 숨기고 밝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여겼는데 이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나도 그저 당신들과 똑같다. 그냥 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단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내 음악의 정체성을 찾고 있는 중이다.
Q. 씩씩한 이미지, 이제 하지 않으니 편해졌나
A. 고집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한 면으로 누군가에게 용기를 줄 수도 있지만 그 진정성은 아무래도 적다. 내가 실제로 그러한 사람이 아닌데 ‘난 당차고 씩씩하다. 캔디 같은 여자다라면서 연기할 순 없다.
Q. 10년 전 지금의 윤하는 어떤 모습이기를 바랐나
A.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대기실을 혼자 쓰고 싶긴 했다. 얼마 전 실현됐다. 신기했다. 약간 외롭기도 했지만 기분이 묘했다. 10년 전엔 경험을 많이 쌓아 누군가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아직도 내 앞가림 하기 힘들다.(웃음)
Q. 나이를 먹으면서 어떠한 감정 변화가 있었나
A. 나는 직장 생활을 안 해봤지만 친구들은 다들 회사에 다니면서 생기는 고충에 대한 이야기를 참 많이 한다. 학교 다닐 때는 내가 ‘시험범위가 어디냐고 그 친구들에게 빌붙었었는데 지금은 술 한잔 사달라고 먼저 연락이 온다. 내가 그냥 못되게 살진 않았구나. 그들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을 만큼은 되는구나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 꼬집어 말하기 어렵지만 무엇인가 그런 것 같다.
Q. 많은 여성가수들이 변신을 하는데
A. 박지윤 선배 등을 보면서 용기를 얻긴 했다. 그가 '성인식'을 부를 때 지금 같은 음악을 해야지 마음 먹진 않았을 것이다. 그때그때 할 수 있는 걸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간 나에게도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러한 점에서 나 역시 훗날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Q. 항상 아이유와 비교되곤 했다
A. 처음에는 스트레스가 없진 않았는데 요즘은 그러한 비교마저 없다. 이제 서운하다.(웃음) 물론 아이유가 나보다 월등히 사랑 받을만한 사람인 걸 알지만 그때는 막 태어난 동생만 사랑 받는, 그것을 시기하는 언니 같은 기분이었다. 지금은 내가 많이 (아이유에게) 배운다. 좋은 자극도 됐고 공부가 된다.
Q. 닮고 싶은 선배 여성 뮤지션이 있나
A. 정말 많다. 그런데 멋진 여자 아티스트를 보면 대부분 좋은 엄마도 되시더라. 김윤아 박기영 호란 선배 등. 여자로서의 삶을 잘 꾸려가는 것도 자기 음악을 위해 꼭 해야 될 일이 아닌가 싶더라. 결혼을 참 잘해야 된다.
Q. 연애를 통해 음악이 일취월장하는 경우도 많다
A. 나도 노력 많이 하고 있다.(웃음) 다만 지금까지 나쁜 남자에게 끌렸다. 드라마가 사람을 망친다고 그게 좋았다. 그래서 나온 좋은 곡들도 있지만 이제는 안정되고 싶다. 진짜 연애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Q. 나쁜 남자 때문에 나온 곡이 무엇인가
A. 수지가 SBS ‘힐링캠프서 불렀던 '그 거리'라는 곡이다. 그 밖에 전투적인 사운드는 보통 내 바이오리듬에서 나온 곡이다.(웃음)
Q. 이번 앨범에도 그런 곡이 좀 있다. 상처. 이별 같은…
A. 항상 내가 더 많이 사랑했다고 생각하는 스타일이다. 잘 안 고쳐진다. 실제로 험한 꼴을 당했다기 보단 내 스스로 나를 몰아넣는 기분이다.
Q. 최근 결별했나
A. 계속 만나고 헤어지고 있다. 아무도 관심이 없어서 그렇지.(웃음)
Q. 존박과의 열애설은 계속 나온다
A. 요즘엔 권순일(어반자카파) 씨 이야기도 나온다. 들을 때마다 우리끼리 웃는다. 서로 어처구니 없다고.(웃음)
Q. 고집이 센가
A. 아주 센 편은 아니다. 그래도 생각은 갖고 움직이고 싶다. 남의 것을 주입 받아서 잘 되면 보람을 못 느낄 것 같다. 주입을 받아도 적어도 내가 무엇을 하고 있다는 자각은 있어야 할 것 같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내 음악을 하고 싶다.
Q. 앞으로 10년 뒤 윤하는
A. 좋은 가정의 엄마였으면 좋겠다. 앞서도 말했지만 그러한 면도 여성 아티스트의 힘인 것 같다. 또한 재즈 음반 한 장 정도는 갖고 있는 가수가 됐으면 좋겠다. 연말 공연은 계속 하고 싶다.
Q. 올해 연말 공연 타이틀이 ‘스물여섯 그리고이다. 그 다음에 채우고 싶은 말은
A. 지금 우리의 이야기다. 여러 단어를 넣을 수 있다.
Q. 팬들에게 한 마디
A. 올해 마지막은 콘서트로 인사 드린다. 내년에 또 다른 모습을 보여 드리기 위해 열심히 살겠다. 무엇이 됐든 최소한 윤하의 팬이라면 창피하지 않은, 자랑스러운 가수가 되겠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fac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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