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한진그룹, 에쓰오일 지분 2조3천억 매각
입력 2013-12-18 20:20  | 수정 2013-12-19 06:17
한진그룹이 2조3400억여 원에 달하는 에쓰오일 지분을 매각키로 전격 결정한 것은 최근 불거진 한진해운 유동성 위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진그룹은 이를 통해 1조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하는 내용을 담은 재무구조개선안을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에서 열리는 IR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18일 관련업계와 증권ㆍ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계열사 한진에너지가 보유한 에쓰오일 지분 28.41%(3198만3586주)를 매각할 계획이다. 보유지분은 18일 종가(7만3200원) 기준으로 약 2조3412억원이다.
한진그룹의 에쓰오일 지분 매각 방식과 정확한 범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매각 대상은 보유지분 전체이며, 이를 단계적으로 매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매각으로 한진그룹이 손에 쥘 현금은 1조2000억원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07년 에쓰오일 지분 인수 당시 한진그룹은 지분을 담보로 은행권에서 1조3000억여 원을 대출했고, 2011년 리파이낸싱 과정을 거쳐 현재 잔액은 1조600억여 원대로 알려져 있다.
한진그룹은 매각대금을 대한항공 재무구조개선 작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최근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이자비용 증가 부담을 더는 한편 한진해운 지원 자금에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항공업계 불황과 최근 한진해운 지원 등의 여파로 신용등급 하락과 이자비용 부담 증가, 채권단의 상환 압박 등에 시달리며 자금난을 겪어왔다. 내년 한진해운 유상증자에도 참여할 계획이라 대규모 현금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한진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최근 유동성 확보를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지난 12일 여객노선 운임채권을 기초로 400억엔(약 4083억원) 규모 3년물 사모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했으며, 다음달 말 화물운송 운임채권을 기초로 5000억원 규모 ABS 발행을 추진한다.
최근 보유 항공기를 세일즈앤드리스백 형태로 매각한다는 소문도 돌았다. 이와 관련해 채권단 관계자는 "리스할 경우 부채 비율을 낮출 수 없어 재무구조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보유 자산 매각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한진그룹이 이번에 에쓰오일 지분을 매각하기로 한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다.
대한항공은 또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서 지난 10월 30일 한진해운 주식 15.36%를 담보로 잡고 한진해운홀딩스에 1500억원을 대여했고, 한진해운홀딩스는 다시 이 돈을 한진해운에 빌려준 바 있다. 또 1000억원을 추가 대여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한진해운은 내년 3월 이후 만기가 돌아오는 3900억원의 회사채를 갚고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3000억원 규모 신디케이트론과 함께 3월께 3000억~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이때 대한항공이 제3자 배정 형태로 대부분 물량을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이호승 기자 / 조시영 기자 /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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