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김정은·리설주·김경희, 북한의 3人 3色
입력 2013-12-18 11:47  | 수정 2013-12-18 17:15
관심을 모았던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사망 2주기 추모행사가 모두 끝났습니다.

새로 권력을 잡은 김정은 제1위원장은 아버지 김정일의 추모행사를 통해 장성택 처형 이후 불안해질 수 있는 내부를 다잡으려 한 듯 보입니다.

어제 추모행사에서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라는 말은 19차례, '경애하는 원수'는 14차례, 그래서 모두 23차례에 걸쳐 김정은 찬양이 이어졌습니다.

김일성, 김정일에게만 썼던 수령 영생 위업이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 인터뷰 : 김영남 /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는 수령 영생 위업 실현의 새 역사를 펼치시고 있다."

▶ 인터뷰 : 최룡해 / 군 총정치국장
- "가장 숭고한 도덕의리와 고결한 충정을 지니시고 수령 영생 위업의 새로운 장을 펼치시고 있다."

김정은이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유일 수령으로서 자리를 확고히 한 모양입니다.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가 열린 셈입니다.

김정은의 시대가 열렸음은 사진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김정일 1주기때 금수산태양궁전에서 참배할때는, 김정은은 리설주 김영남 등과 함께 같은 줄에 섰습니다.

그러나 어제는 김정은이 맨 앞에 섰고, 리설주가 반보 뒤에,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한보 뒤에 섰습니다.

김정은이 시킨 건지, 아니면 장성택 처형 후 겁을 먹은 인사들이 스스로 한발 물러선 것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어쨌든 이 사진만 보면, 감히 누구도 김정은과 맞먹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사실 어제 김정일 2주기 추모행사는 김정은에게는 경건한 날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설레고 기쁜 날이기도 했을 겁니다.

그런데 추도행사에 나타난 김정은의 얼굴 표정이 영 밝지 않습니다.

이 사진을 한번 보시죠.

장성택 처형 후 마식령 스키장을 찾았을 때 모습과 어제 추도대회 때 주석단에 앉은 모습입니다.

얼굴 표정이 극과 극입니다.

전날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는 설, 아버지에 대한 슬픔 때문이라는 설, 고모 김경희가 참배에 이어 추도대회도 나오지 않아 화가 났기 때문이라는 설, 서방 세계를 의식한 연출설 등 각종 추론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정말 김정은의 속내는 뭐였을까요?

리설주의 등장도 우리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리설주가 아무런 공직을 맡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추도대회는 나오지 않았지만,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는 김정은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장성택과 관련설이 끊이 없이 돌았지만, 리설주는 북한의 퍼스트레이디로서 건재함을 과시했습니다.

그냥 살아 있다는 정도가 아니라 김정은과 다정히 팔짱까지 끼며 부부 관계에 이상이 없음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이 사진을 보시죠.

지난 9월25일 북한 능라유원지를 방문했을 때 팔짱을 끼며 다정한 모습을 보인 사진이고, 어제 금수산태양궁전 계단을 오르면 팔짱을 낀 모습입니다.

정말 두 사람 부부관계는 이상이 없는 걸까요?

혹 장성택과 관련설때문에 일부러 팔짱을 끼는 모습을 연출한 것은 아닐까요?

어제 리설주의 모습은 1년 전과 또 달랐습니다.

1년 전 김정일 1주기 참배때는 한복을 입었지만, 어제는 검은색 정장을 입고 세련미를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한복을 입은 리설주를 보고, 임신설이 돌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어제 리설주가 참배 현장에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장성택과 리설주의 스캔들설은 잠잠해질 것 같습니다.

어제 또 하나의 관심 인물은 바로 김경희 였습니다.

남편 장성택 처형 이후, 김경희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아니 정말 나타나기는 하는 걸까?

김국태 전 검열위원장의 장위위원 명단에 이름이 오른 것을 보면, 살아있기는 한데 정말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습니다.

그러나 김경희는 추도대회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도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김경희는 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까요?

이때문에 각종 설이 또 난무했습니다.

알콜중독과 치매로 건강이 악화됐다는 설, 남편 장성택 처형에 대한 항의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설, 사실상 가택연금 상태라는 설 등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앞으로 김경희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장성택을 처형한데 이어 김경희마저 사망할 경우 정치적 후견인이 없는 김정은은 과연 북한을 안정적으로 통치할 수 있을까요?

김경희가 비운 주석단 자리는 빨치산 혁명 1세대인 황순희가 앉았지만, 고령인 황순희가 앞으로도 계속 김경희를 대체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럼 김경희 빈자리는 누가 채울까요?

세 여자가 있습니다.

김정은의 이복누이 김설송과 친여동생 김여정, 그리고 부인 리설주입니다.

김설송은 장성택 처형과 관련있다고 알려진 국방위원회 산하 '54국'의 문제를 포함해 북한 경제에 깊이 개입하고 있으며, 장성택 측이 거머쥐고 있는 '돈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김여정은 어린 나이에도 국방위원회 과장을 맡으며 김정은을 수행하고 있어 그 역할이 크게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부인 리설주 역시 김정은이 가장 신뢰할 만한 인물이니, 리설주가 김경희를 대체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쩌면 북한 권력 내부에서는 장성택의 뒤를 이은 2인자 경쟁, 그리고 김경희의 뒤를 이은 세 여인의 숨막히는 경쟁이 벌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얘기는 어디까지나 추론이나 상상일 뿐입니다.

북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도무지 알수가 없으니,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얘기가 없고, 또뜬금없는 얘기조차 그냥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정말 알수가 없는 나라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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