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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드라마] 스타보다는 작품성…그 이상의 ‘성공 공식’은 없었다
입력 2013-12-18 10:02 
[MBN스타 금빛나 기자] 2013년 안방극장은 외양보다는 내실, 겉의 화려함보다는 작품성이 통하는 한 해였다.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웰메이드형이 점점 늘어나면서, ‘스타의 인기에 무임승차 하는 드라마들이 더 이상 안방극장에 통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에서도 ‘오로라 공주로 대표되는 ‘막장의 힘은 위대했다.

◇ 드라마, 더 이상 흥행공식은 없다

예로부터 전해오는 흥행 불변의 법칙이 있었다. 병원을 배경으로 하는 ‘의학 드라마는 기본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잘나가는 여배우들을 앞세운 드라마는 사람들의 시선을 충분히 사로잡을만하며, 사극은 언제나 안방극장에 호감인 장르라는 것이다. 하지만 2013년 이와 같은 드라마의 흥행공식은 완전히 깨졌다.

의학드라마 흥행불패 신화는 대학병원 소아외과를 배경으로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의사 시온이 의사로서 고군분투하는 내용의 KBS2 ‘굿 닥터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러한 의학드라마의 흥행 신화는 MBC ‘메디컬탑팀에서 깨지고 말았다. 각과의 최고 의사들이 모인 의료 협진팀의 이야기를 다루는 ‘메디컬탑팀은 ‘해를 품은 달의 김도훈 PD, ‘브레인의 윤경아 작가의 합작이라는 사실 만으로도 큰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내용면에서 여러 가지 부실함을 드러냈고, 이는 저조한 시청률로 이어지면서 차후에 선보일 의학드라마에 많은 과제를 남기게 됐다.

2013년 드라마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사극과 스타캐스팅의 몰락이었다. 김태희 주연의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는 ‘장희빈으로 변신한 김태희만으로도 큰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정작 방송이 시작되자 조선시대 하이힐을 신는다는 설정에 현대판 마네킹이 등장하는 등 허술한 방송 사고를 일으키더니, 연기논란, 전개 등 완성도 면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낸 작품이 됐다.

문근영의 사극 복귀로 초반 시선몰이에 성공한 MBC ‘불의 여신 정이는 뒤로 갈수록 전개에 있어서 허술한 면을 드러내며, KBS1 ‘가요무대에 시청률 1위 자리를 내어주더니 결국에는 저조한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이밖에 MBC ‘마의 KBS2 ‘전우치 SBS ‘대조영 또한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을 들으며 안방극장을 떠났다.

◇ 신인작가에 역습당한 스타작가의 굴욕

그동안 스타 작가와 스타 PD가 연출한 작품은 기본 이상의 시청률을 보증해 왔었다. 하지만 이는 애석하게도 2013년에 와서 과감하게 깨지게 됐다. 소현경 작가는 KBS2 ‘내 딸 서영이로 올 한해 모든 프로그램을 통틀어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으나, 후속작인 MBC ‘투윅스에서 높은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10%대 안팎에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해 아쉬움을 샀다.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등 다수의 흥행 드라마를 집필한 김은숙 작가의 신작 SBS ‘상속자의 이민호, 김우빈, 박형식, 박신혜 등 방송계 ‘배우 씨가 마른다는 불평이 돌 정도로 잘나가는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했음에도 초반 평가는 좋지 못했다. 당시 경쟁 작인 ‘비밀에 밀려 동시간대 2위 자리에 머물렀던 ‘상속자들은 ‘비밀이 종영되자 그제야 시청률 20%대를 기록하며 겨우 예전 명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

‘태양의 여자 ‘적도의 남자 등의 작품으로 필력을 인정받은 김인영 작가는 올해 MBC ‘남자가 사랑할 때로 돌아왔다. 김인영 작가 극본에 신세경-송승헌의 조합을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지극히 상투적인 캐릭터와 극단적인 전개로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샀다. 김수현 작가 역시JTBC ‘유자식 상팔자는 좋은 평을 받았으나, 현재 집필 중인 SBS ‘세 번 결혼한 여자는 시청률 적으로 다소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 그나마 스타작가로서 명성을 유지한 작품은 홍자매(홍정은, 홍미란 작가)의 SBS ‘주군의 태양 뿐이었다.

반면 신인 작가의 약진은 눈부셨다. KBS 단막극으로 데뷔한 이현주, 고정원 작가의 KBS2 ‘학교2013의 경우 학교에서 일어나는 각종 문제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큰 호평을 받았으며, 무엇보다 이종석, 김우빈, 박세영 등 차세대 배우들을 발굴하는 창구 역할을 했다.

KBS 단막극 출신 작가의 반란은 윤난중 작가의 KBS2 ‘직장의 신과 유보라, 최호철작 가의 ‘비밀에서도 이어졌다. ‘직장의 신은 ‘미스김 김혜수의 물오른 코믹연기와 함께, 우리나라 비정규직 문제를 유쾌하게 풀어내면서 안방극장의 공감을 샀다. KBS2 ‘비밀은 방영되기 전까지 그 누구도 성공을 예측하지 못했던 드라마였다. 하지만 탄탄한 극본과 배우들의 열연이 잘 어우러지면서 극은 순식간에 입소문을 타게 됐고, 이는 김은숙 작가의 ‘상속자들와 의학드라마 ‘메디컬탑팀을 누르며 동시간대 1위에 올라서는 저력을 발휘했다.

초능력이라는 판타지에 법정이야기를 접목시킨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 역시 스타작가나 배우에 기대지 않은 잘 만든 드라마의 정수를 보여준 작품이 됐다. 한동안 안방극장을 너목들 열풍에 빠지게 만든 박혜련 작가는 필력을 인정받으며 대표작을 남기게 됐다.

◇ 일본 원작, 안방극장을 점령했지만…

올해는 일본 드라마(이하 일드)의 리메이크 열풍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렬했다. 노희경 작가의 복귀작으로도 유명한 SBS ‘그 겨울, 바람이 불다(이하 ‘그겨울)는 일드 ‘사랑 따윈 필요 없어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일본 내에서도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던 이 드라마는 국내 최고의 작가 노희경과 만나며 2013년 봄으로 넘어가는 시점의 겨울을 따뜻하게 물들였다. 일본드라마 ‘파견의 품격을 원작으로 하는 ‘직장의 신 역시 최대한 국내 정서에 최대한 맞춰 극본작업을 하면서 국내 일드 리메이크 열풍을 불고 왔다.

그러나 이후 등장한 MBC ‘여왕의 교실(원제 ‘여왕의 교실)과 ‘수상한 가정부(원제 ‘가정부 미타)의 경우 국내 정서에 맞게 수정하는 작업 대신 원작 특유의 분위기를 살리고자 하다가 오히려 안방극장의 거부반응을 일으킨 드라마가 됐다. 이들 드라마는 각각 국내 최고의 여배우 고현정과 최지우가 캐스팅 됐음에도, 10%대 시청률에 넘을까 말까한 성적으로 마무리 했다.

◇ 막장과 사랑에 빠진 지상파…막장을 버린 케이블

막장드라마의 인기는 여전했다. 며느리를 정신병원에 가두는 시어머니가 등장한 MBC ‘백년의 유산과 동생과 언니의 인생을 바꾸는 KBS2 ‘루비반지 등 다양한 막장드라마가 지상파 안방극장을 찾았다.

막장 드라마 중 최고의 막장을 꼽는다면 바로 임성한 작가의 MBC ‘오로라 공주 일 것이다. 전작인 ‘신기생뎐에서 귀신에 빙의당하는 설정으로 많은 이들을 아연실색케 했던 임성한 작가는 ‘오로라 공주로 그동안의 논란을 집대성하기에 이르렀다.

개까지 포함해 13명의 배우를 하차시켰을 뿐 아니라 유체이탈과 비상식적인 성정체성 변화 등 개연성 없는 자극적인 이야기의 나열로 ‘진격의 막장이라는 불명예를 얻기도 했다. 극 중반까지 10% 초반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오로라 공주는 논란이 크게 터질 때마다 시청률이 상승하는 기이한 현상을 일으키며 시청률 면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상파가 막장드라마로 화려하게 장식했다면 지상파보다 제약이 자유로운 케이블 드라마의 경우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가 등장했다. 그 중 9개의 신비의 향으로 20년 전 과거로 돌아가 현재를 바꾼다는 타임슬립 드라마 tvN ‘나인은 뛰어난 작품성과 재미로 올 한해 최고의 드라마로 꼽히기도 했다. 흥행성과 완성도 모두 인정받은 ‘나인은 한국 드라마 최초로 미국시장에 리메이크 되는 쾌거를 낳기도 했다.

전국에 복고 열풍을 일으킨 tvN ‘응답하라 1994 역시 케이블 드라마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전작인 ‘응답하라 1997에 이어 94년도 대학문화를 그린 ‘응답하라 1994는 재미와 공감코드, 감동을 동시에 잡으면서 케이블드라마 사상 최초 10%대 시청률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 외에도 사랑을 조작한다는 tvN ‘연예조작단, 시라노 귀신을 보는 여자와 현실을 믿는 남자의 러브스토리 ‘후아유 판타지 옴니버스식 드라마 ‘환상거탑 본격 먹방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등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가 안방극장을 찾아 신선한 재미를 더했다.

◇ 종편 드라마는 여전히 ‘감감무소식

2013년에는 채널A, JTBC, MBN, TV조선 총 4개의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중 JTBC를 제외하고 드라마 프로그램을 살펴보기 어려웠다. JTBC는 종편 드라마 사상 최로로 11%(닐슨 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김수현 작가의 ‘유자식 상팔자를 비롯해 일일드라마 ‘가시꽃 ‘더 이상은 못참아 주말드라마 ‘꽃들의 전쟁 ‘맏이 월화드라마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무정도시 ‘그녀의 신화 ‘네 이웃의 아내 등 다수의 작품을 선보였다. JTBC를 제외하고 2013년 종편계 드라마 시장은 전무하다.

2014년부터는 다른 종편에서도 드라마를 접할 수 있을 듯하다. 최근 TV조선은 이홍기·양진성 주연의 목표로 드라마 백년의 신부를 준비 중에 있으며, 주간드라마 ‘파랑새는 있다 미니시리즈 ‘불꽃 속으로 등의 드라마 편성도 준비 중에 있다. 채널A도 역시 드라마 시장구축을 위해 올해 하반기 ‘제1회 열린 드라마 시놉시스 공모전을 열기도 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917@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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