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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블라인드’ 타루, 달콤하지 않다고 너무 놀라지 마세요
입력 2013-12-17 15:41 
당신이 기억하는 싱어송라이터 타루(taru)는 어떤 뮤지션인가.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보이스의 ‘홍대여신 혹은 ‘시크릿가든 속 휴대폰 알림음 ‘문자왔숑의 주인공이라 하면 무릎을 칠까.
상당히 긴 시간 동안 대중에 ‘그러한 이미지로 각인됐던 타루가 2013년 겨울을 앞두고 전에 없이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새롭게 꺼내놓은 미니앨범 ‘블라인드(BLIND)는 흡사 차가운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듯 하다.
드라마 OST나 CM송에서 흔히 들을 수 있던 타루 특유의 ‘블링블링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지만 깊은 심연을 바라본 만큼 또 다른 타루를 발견했다는 기분 좋은 느낌만은 분명하다.
다양한 곡 작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개인 앨범에선 아무래도 더 무게를 주고 싶은 부분이 있거든요. 밝은 에너지를 끌어 모아 하는 프로젝트 작업과 달리 이번 앨범은, 빛과 그림자를 테마로 잡았습니다.”
타루가 생각하는 ‘빛과 그림자는 그 자체로 일상이며 자연스러움이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 빛이 밝아지면 그림자도 짙어지듯요. 빛과 그림자는 자연스럽게 공존하는데 우리 대중문화는 하나의 이미지만을 보여주는 데 너무 길들여져 있는 것 같아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 사람이 하나의 이미지만 갖고 있다는 게 더 이상하지 않나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게 더 자연스러운, 또 다른 자연스러움이라고 생각했죠.”
‘슬픔의 시작은 언제였을까라는 화두에서 시작된 ‘블라인드는 두려움, 욕망, 미움, 실망이라는 감정의 장벽을 4개의 곡을 통해 표현한다. 1번 트랙인 타이틀곡 ‘Rainy는 사랑을 망설이는 두려움이라는 장벽을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웅장한 사운드로 표현했으며 2번 트랙 모기‘는 욕망이라는 장벽을 노래, 좀처럼 정리되지 않은 거친 느낌을 표현했다.
3번 트랙 ‘나는 나를 미워해요는 미움이 넘쳐나는 익명의 공간에서의 상처를 담아냈으며 4번 트랙 ‘말했잖아요는 가벼운 어쿠스틱 구성의 쉬운 멜로디로 편안함을 더하면서도 사람들의 맹목적인 기대에 대한 실망이라는 블라인드로 그늘을 씌웠다.
‘블라인드 앨범이 특별한 이유는 타루가 시도하는 첫 연작 시리즈의 시작이라는 점이다. ‘블라인드는 우리가 걷어내야 하는 것들에 대한 노래가 될 거에요. 일관성 있는 주제와 테마가 있는 앨범을 내고 싶었는데 그런 의미에선는 첫 번째 앨범인 것 같아요.”
처음으로 전체 프로듀싱에 도전했다는 점에서도 남다르다. 셀프 프로듀싱은 단지 노래만 부를 때와는 또 다른 엄청난 공력과 신경씀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프로듀싱 작업은 쉽지 않았어요. 하나하나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죠. 어려운 작업이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어요. 음악 작업은 제가 멜로디와 곡 구성, 가사와 전체적인 분위기를 제시하면 멤버들이 각자 맡은 부분을 알아서 책임져 작업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월했어요. 다만 뮤직비디오라던가 이미지적인, 정형화시켜 보여드리는 부분을 더 섬세하게 하기 위해 이것저것 신경을 많이 써야 했죠.”
‘Rainy 뮤직비디오 촬영 당시 에피소드도 의외로 재미있다. 타루는 바닥에 하루 종일 누워있었는데 항상 젖어있어야 했기 때문에, 애를 먹었다. 나중에는 먹물까지 뒤집어 쓰다시피 했다”며 웃었다.
물속에서 잉크가 번지는 장면은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의미를 담아냈다. 어떤 사물 혹은 상황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못한다면 그건 어떤 의미에서 속박이죠. 진짜를 접하지 못하고 무언가 허상을 접하고 있다 할까요. 진리가 많이 가려져 있다는 느낌이 드는 세상이죠.”
한 마디 한 마디에 무게가 실려 있다. 지난 1년 여 동안 타루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전문용어로 묵상이라 하죠? 하하. 그동안 잡생각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조금은 정리해보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할까요. 이건 왜 그럴까 하는 질문과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며 지냈고, 그런 과정을 겪으며 그렇다면 무엇을 노래할 것인가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하며 지냈어요.”
아직 어떤 해답을 찾진 못했다. 어쩌면 타루는 그 해답을 구하기 위한 시작, 출발점에 서 있다. 진리를 인식하는 것을 방해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시작점이라고 보시면 되요. 두려움이나 미움이 삶에서 우리의 인식을 얼마나 방해하는지에 대해서도 노래하고 싶었죠. 예를 들어 미움 같은 경우, 사람들은 본인이 무엇을 왜 미워하는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분위기에 휩쓸려서 미워하기도 하잖아요. 그런 것들이 굉장히 위험하다고 느꼈고, 그런 것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한때 시대적 화두로 떠올랐던 ‘힐링에 대한 반작용(?)으로 꾸밈 없는 비참함을 앨범 속에 담고 싶었다는 타루. 뮤직비디오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는 안대를 벗고 거울 속의 자신과 대면한다.
두려움을 벗어내고 현실을 직시하는, 나의 아픔을 목도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습니다. 모두가 자기 자신을 가리고 있는 안대를 벗어낼 수 있는 힘이 있는데, 그런 엄두를 못낸 것 같아요. 저 역시 그랬지만, 작은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앨범을 코스 요리에 비유하자면 어느 정도 단계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음… 이번 앨범은 에피타이저를 거쳐 나온 맛있는 샐러드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처음에 달콤한 소스가 나왔으니까 이제는 좀 씁쓸한 느낌? 너무 한쪽 맛만 먹다 보면 맛이 없거든요. 이것 저것 다 먹어야 진짜 맛을 알 수 있죠.”
어떤 의미에서 앨범은 앞으로의 타루의 음악적 방향성을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따뜻할 때는 밝은 노래는 하고 추울 때는 이렇게 냉혹한 노래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어요. ‘블라인드 앨범에 싣고 싶은 노래들이 많은데, 계속 ‘블라인드라는 타이틀로 앨범을 낼 계획이에요. 물론 지금은 상반기 밝은 노래를 준비 중이고요.”
나름의 인고의 시간을 거쳐 하나의 자식(!)을 내놓았지만 타루의 음악 행보는 다시 바튼 걸음을 준비하고 있다.
한 때 곡을 쓰는 작업은 수명을 깎아먹는 일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지금은 또 그로써 상쇄되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예전엔 수명이 깎여 가는 게 아까웠다면 지금은 아깝지 않아요.”
타루는 밝은 미소와 함께 덧붙였다. 확실히, 제가 음악을 왜 하는가에 대한 목적이 분명해지니 좋은 것 같아요. 뮤직비디오가 너무 잘 나와서 팬들이 행복해하시는 걸 보니 너무 행복했어요. 이제 더는 걱정시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OLD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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