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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채찍-후당근? 두산이 꿈꾸는 2014년은?
입력 2013-12-17 07:15 
두산이 김현수와 4억5000만원에 연봉계약을 체결하는 등 기존과는 다른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윤 기자] 가을야구 이후 칼바람을 일으키던 두산이 언제 그랬냐는 듯 최근들어 잔류 선수들에게 기대치 이상의 당근을 쥐어주고 있다. 예외 없이 길게 이어지던 연봉협상 기간도 올해는 단기간에 마무리 지을 분위기다.
두산은 지난 16일 ‘타격기계 김현수와 4억5000만원에 2014년 연봉 계약을 했다. FA를 제외한 야수로서는 구단 최고 금액이다. 이미 노경은과 1억2000만원이 오른 2억6000만원에 도장을 찍은 두산은 유희관과도 285%라는 파격적인 인상률을 기록하며 1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큰 폭의 연봉인상은 좀처럼 시행하지 않던 두산이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예상하기 쉽지 않았던 행보라 의아함 마저 일고 있다.
두산은 지난 10월 포스트시즌이 마무리 된 이후 주전급 베테랑 선수들을 연이어 이탈 시키며 팬들의 원성을 샀다. 구단 측에서는 이유 있는 결정이라며 애써 담담하게 반응했지만 오랜 기간 두산의 유니폼을 입고 뛰던 선수들을 잡지 못 한데다가, 급작스레 수장까지 교체했었기에 팬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 부었다. 팀 재편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구단 측의 해명에도 팬들의 반응은 차갑게 식어만 갔다.
그러나 FA기간이 끝나고 연봉협상 기간에 들어서자 두산은 입장을 180도 달리 했다. 내년 시즌을 준비 할 선수들에게 기대치 이상의 연봉이라는 당근을 쥐어주기 시작한 것.
위 3명을 제외하고라도 두산의 불펜의 핵심으로 활약했던 오현택은 인상률 166.67%의 8000만원을 책정했고 2014년이 더 기대되는 윤명준은 인상률 137.5%로 5700만원을 쥐어 줬다. 액수로는 양의지가 2억원 반열에 올랐고 홍상삼 역시 1억6000만원을 찍었다.
이 외에도 허경민 8000만원 변진수 7000만원 김강률 6000만원 등에 사인했고 신인급 선수들이나 큰 활약이 없었던 선수도 최소한 기대치만큼의 연봉은 책정됐다. 포스트 시즌에 눈부신 활약을 펼쳤던 포수 최재훈은 페넌트레이스 당시의 활약이 미약해 5000만원에 머물렀지만 한국시리즈 이후 연봉 이상의 보너스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크게 술렁이던 선수들도 이내 차분히 자리를 잡아가는 인상이다. 최근에는 각종 사회단체들과 함께하는 봉사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으며 내년 시즌 준비도 조용히 이뤄지고 있다. 두산 측은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돼 팀이 재탄생하게 됐다”며 합당한 보상이 주어진다는 동기의식도 부여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두산이 넘어야 할 산은 분명 존재한다. 수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교체 된 데 이어 코치진도 ‘감독과의 의리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이탈했다. 베테랑 선수들도 다수 유니폼을 갈아입었기에 중심을 잡아 줘야할 존재들이 사라진 것은 분명하다. 더구나 신임 송일수 감독은 최고령 초보 감독이라는 꼬리표를 떼야 할 입장이고 한국어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젊은 선수들과 새롭게 구성된 코칭스태프의 커뮤니케이션은 분명 극복해야 할 명제다.
팬들의 부정적인 시각 또한 가라앉았다고는 보기 힘들다. 두산 팬들은 아직 현재의 두산을 만들어준 중축 선수나 코칭스태프를 프런트가 내쳤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며, 각종 SNS를 통해 ‘무관중 운동까지 진행하고 있다.
스토브리그 초반, 무서울 정도로 매서운 채찍을 휘두른 두산이 이제는 기대 이상의 당근을 주는 형상이다. 그러나 이 같은 행보가 두산 선수들이 입은 심리적인 충격이나 팬들이 당한 마음의 상처까지 달래 줘 2014년 시즌 성적으로 환원 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자칫 언 발에 오줌 누기 형태의 미봉책에 머무를 가능성도 배재하기는 힘들다.
[lsyoo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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