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묻지마` 폭력에 `묻지마` 징계…KBL의 `불통` 현주소
입력 2013-12-17 07:10  | 수정 2013-12-17 19:28
서울 SK 외국선수 애런 헤인즈가 지난 16일 강남구 논현동 KBL센터에서 전주 KCC 김민구를 고의적으로 가격한 행위에 대해 공식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한국농구연맹(KBL)이 눈을 감고 귀를 닫았다. 프로농구 중흥을 이끌어야 할 KBL이 불통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
아무 이유 없이 김민구(전주 KCC)를 고의 가격한 애런 헤인즈(서울 SK)에 대한 비난 여론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헤인즈가 공식 사과하고 KBL이 징계를 내렸지만, 후폭풍은 더 심각해졌다. 싸늘하게 등을 돌린 팬심은 이제 헤인즈에서 KBL로 불씨가 옮겨 붙었다. 진화에 나서야 할 KBL이 오히려 불씨를 더 키운 셈이다.
KBL은 지난 16일 오후 강남구 논현동 KBL센터에서 긴급 재정위원회를 열어 김민구를 고의로 밀쳐 부상을 입힌 헤인즈에게 2경기 출전 정지에 벌금 500만원의 징계를 결정했다. 또 헤인즈의 반칙을 포착하지 못한 최한철 주심에게 견책, 이상준 부심에게 1주일 배정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번 재정위 결정은 한선교 KBL 총재의 재가가 이미 내려진 사항이다.
헤인즈 가격 사건에 대한 KBL의 징계 수위는 초미의 관심을 받았다. KBL의 강력한 중징계 철퇴를 기대했던 팬들과 농구계는 말 그대로 뒷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다. 헤인즈의 징계는 처벌이라기보단 휴가에 가깝다. 무지했던 심판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도 제식구 감싸기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KBL은 이에 대해 헤인즈의 비신사적 행위는 결코 가볍지 않은 중징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KBL의 잣대는 과거 폭력성 플레이에 대한 징계 사례였다.
2008-09시즌 인천 전자랜드 김성철은 창원 LG 기승호의 얼굴을 팔꿈치로 가격해 2경기 출전정지와 제재금 300만원의 처분을 받았다. 2002-03시즌에도 SK 최명도가 오리온스 김승현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려 3경기 출전정지와 제재금 500만원을 물었다.

그러나 KBL이 적용하지 않은 과거 사례도 있다. 퍼비스 파스코는 2007년 심판을 폭행해 영구제명을 당했고, 아이반 존슨도 2010년 상대 감독에게 손가락 욕을 했다가 영구제명됐다. 모두 반복된 비신사적 행위에 대한 외국선수의 중징계였다.
KBL의 이번 징계 결정은 실소가 나올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스스로 중재 기관으로서 권위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징계의 의미조차 모르는 KBL의 여론을 무시한 처사다. 이미 과거에도 낮은 수위의 징계로 뭇매를 맞았던 KBL이 같은 사례를 반복해 적용하는 자가당착의 오류에 빠져있다.
헤인즈의 고의 가격은 과거 폭행 사례와 비교할 수 없는 악의적인 행위였다. ‘묻지마 폭력에 가까웠다. 이번 사건 이후에도 헤인즈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어떤 경각심도 느끼지 못했고, 뒤늦게 등떠밀려 진정성 없는 사과로 사태를 잠재우기 위해 애를 썼다. KBL은 이번 결정으로 헤인즈의 엉덩이만 토닥여준 꼴이다. 앞으로 선수 보호를 위한 재발 방지에 대한 어떤 기준도 확립하지 못했다.
KBL의 이번 결정에 공정성 의혹의 시선도 짙다. 재정위를 총괄한 이재선 재정위원장은 SK가 인수한 신세기 단장 출신으로 친 SK 성향이 강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또 한선교 총재의 임기는 내년 6월 말까지다. 한 농구인은 한 총재가 임기 말년에 굳이 구단을 적으로 만들 필요는 없지 않겠나? 지금까지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일방적인 밀어붙이기 행정을 하면서 결단이 필요한 징계를 할 땐 미온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헤인즈의 행위에 분노했던 농구 팬들은 KBL의 납득할 수 없는 처사에 한숨을 넘어 분개하고 있다. 취임 당시 발로 뛰겠다던 KBL 수장의 눈과 귀에는 이런 목소리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듯 하다.
[min@maekyung.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