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금융당국 옵션거래시스템 손본다
입력 2013-12-16 17:16  | 수정 2013-12-16 19:28
금융당국이 증권업계의 선물ㆍ옵션 거래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검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한맥투자증권의 대규모 옵션투자 주문 사고를 계기로 증권업계의 거래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이번 한맥증권의 주문 실수로 특정 외국계 투자 기관 한 곳에서 상당 규모의 이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돼 이 외국계 기관이 한맥증권의 거래 취소 요청에 응할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16일 임원회의에서 "한맥증권 사고는 주문처리의 신속성ㆍ편리성만 강조하고 위험관리는 경시하다 발생한 것"이라며 "증권사들의 옵션 거래 실태에 대한 면밀한 점검에 나서 달라"고 주문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동양증권에 대한 검사가 마무리되는 다음달부터 증권업계 선물ㆍ옵션 거래 내부통제 시스템 현황에 대한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미 파생상품 거래 주문 실수에 대한 주의를 촉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각 증권사에 발송했다. 금감원이 증권업계 선물ㆍ옵션 거래 시스템에 대한 검사를 추진하는 것은 한맥증권 사고에서 드러났듯이 일부 중소형 증권사가 위험감지 기능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은 거래 시스템에 기반해 거액의 파생상품 거래에 나서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이번 한맥증권의 경우에도 시가보다 훨씬 높거나 낮은 가격에 매수ㆍ매도 주문을 내는 데도 이를 걸러내는 내부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 대다수 증권사는 파생 거래 시 주문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미리 가격 범위와 거래 수량 범위를 설정하고, 실제 거래에서 이 같은 범위를 넘어서면 주문이 정지되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한맥증권은 이날 새로 구축된 거래 시스템을 처음 가동했다가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거래소 측은 파악하고 있다. 또 금융당국은 이번 검사에서 증권사들이 자본금 대비 지나치게 큰 규모의 파생 거래를 하고 있는지도 중점적으로 살필 계획이다. 한맥증권도 자본금(268억원) 규모보다 훨씬 많은 액수의 선물ㆍ옵션 거래에 나섰다가 주문 실수로 466억원의 손실을 냈다.
한국거래소는 시가와 차이가 큰 호가의 경우 접수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알고리즘 거래에 대한 위험관리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또 '킬 스위치 제도'를 내년 2월에 도입할 예정이다. 킬 스위치 제도란 옵션자동매매 같은 알고리즘 거래 시 거래소 측에 관련 계좌 등을 등록해 두면 주문 실수 시 해당 계좌에 제출된 모든 호가를 한꺼번에 취소하는 제도다.
아울러 한맥증권이 이번 주문 실수로 이득을 본 거래 상대방들을 대상으로 거래 취소에 응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가운데 한 외국계 기관이 이번 이득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파악돼 관심이 집중된다.
실제 한맥증권의 손실액 466억원 중 400억원가량이 외국인과의 거래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들 외국인은 시장에 알려진 것처럼 다수의 투자자가 아니며 특정 외국계 기관 한 곳에서 이익의 상당액을 차지한 상태다. 따라서 이 외국인이 거래 취소를 해달라는 설득에 응할 경우 한맥증권은 기사회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편 한맥투자증권이 사실상 파산상태에 들어감에 따라 연기금도 한맥투자증권과 거래를 단절하고 있다.
국내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은 당초 한맥투자증권을 사이버 거래 증권사로 선정해 거래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이번 사태로 거래에서 제외시켰다. 사이버 거래 증권사는 일반 증권사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로 거래 체결만 주선하는 증권사다.
[손일선 기자 /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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