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레이더M] 공사채 `불패 신화` 막 내린다
입력 2013-12-16 10:13  | 수정 2013-12-16 10:16

[본 기사는 12월 12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그간 흥행 '보증수표'로 여겨지던 공사채(공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일부 지방 공기업의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관투자가들이 공사채 인수를 꺼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2일 한국자산평가에 따르면 강원도개발공사ㆍ인천도시공사 등 일부 지방 공기업들의 채권은 실제 신용등급(AA+) 보다 4~5단계 낮은 'A'급 금리에 발행되고 있다. 지난 10일 강원도개발공사가 발행한 1년물의 금리는 3.45%로 이는 'AA+'급 평균금리(2.885%)보다 'A'급 평균금리(3.34%)에 오히려 더 가까운 수준이다. 지난달 14일 발행된 인천도시공사 1년물의 금리는 3.70%로 'A-'급 평균금리(3.51%) 보다도 높다. 채권 발행금리가 평균 금리보다 높아졌다는 것은 투자 수요가 없어 가격이 하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해당 지방 공기업들은 현재 마땅한 투자자를 찾지 못해 사실상 신규 공사채 발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강원도개발공사는 알펜시아리조트를 담보로 약 800억원 규모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을 발행하려 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장기물인 공사채 발행이 어렵다고 판단해 만기 3개월짜리로 발행하려 했지만 이마저 투자 수요를 찾는 데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부채비율이 위험수위에 도달한 인천도시공사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공사채 발행이 쉽지 않아 영종도 미단시티 조성사업 등과 연계한 ABCP 발행을 타진 중이지만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사채의 인기가 급락한 것은 지방 공기업의 무리한 개발사업 추진으로 인해 부채가 급증하면서 향후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개발공사의 지난 3분기말 기준 부채는 1조2431억원으로 자기자본의 366.3%에 달한다. 같은 기간 인천도시공사의 부채는 7조8692억원으로 자기자본의 344.7% 수준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방 공기업들이 능력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사업을 벌이면서 발행시장에서의 이미지가 악화됐다"며 "과거 우정사업본부 등이 주로 공사채를 인수했지만 최근에는 리스크를 우려해 아예 인수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사채는 대부분 수요예측 과정을 거치지 않는 일괄신고 방식으로 발행돼 주관을 맡는 증권사들 입장에서도 '골칫덩이'로 여겨지고 있다. 공기업들이 투자 수요와 상관없이 낮은 금리로 발행할 것을 강요해 대규모 미매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초 대신증권이 한국남부발전이 발행한 미매각 공사채를 떠맡았다가 금리가 오르면서 수억원대의 손실을 입기도 했다.
침체된 공사채 투자 수요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현재 지나치게 높게 책정돼 있는 신용등급의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기업 신용등급은 정부의 지원 가능성이 반영돼 개별 재무지표와 관계없이 높게 책정돼 있는 경우가 많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 공기업 파산에 관한 법적 근거가 없긴 하지만 향후 부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며 "펀더멘탈이 좋지 않은 공기업들에 대해선 투자시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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