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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향해] 김준의 설렘 “광주 등판은 처음인데...”
입력 2013-12-13 06:01 
2008년부터 SK에서 뛰었던 김준은 2014년 KIA의 유니폼을 입는다. 예상치 못한 이적이나,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를 기회를 잡기 위해 그는 어느 때보다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2013년 11월 22일, SK 와이번스 소속 김준(28)의 운명이 뒤바뀌었다. 프로야구 2차 드래프트에서 김준은 전체 23순위로 KIA 타이거즈의 지명을 받았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적료 1억원에 KIA로 이적했다.
프로 데뷔 처음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1군 무대에서 많은 경기(18경기)를 뛰진 않았지만, 2008년부터 줄곧 비룡군단에서만 뛰었다.
한국이 아닌 일본 가고시마에서 마무리 훈련에 한창이던 김준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았다. 예상치 못한 일에 충격은 컸다. 김준은 내가 2차 드래프트 지명으로 다른 팀에 갈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갑작스러워 많이 당황스러웠다”라고 1달 전 기억을 떠올렸다.
부랴부랴 짐을 싼 김준은 이만수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에게 작별 인사를 나눈 뒤 이튿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돌이켜보면 2013년은 그에게 참 복잡하고 미묘한 한 해였다. 우선 프로 데뷔 이래 올해 가장 많은 경기를 뛰었다.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받으며 개막 로스터에 포함돼 원 포인트 릴리프로 활약했다. 지난 5월 5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⅔이닝 무실점으로 프로 데뷔 첫 승의 감격을 누렸다.
그러나 그 첫 승을 거둔 다음날 SK는 KIA와 2대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김상현과 진해수가 새로 왔는데, 김준은 진해수에 밀려 2군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더 이상 1군에 올라가지 못했다. 기회를 좀처럼 얻지 못하던 그는 시즌 직후 KIA로 둥지를 옮겼다.
김준은 시즌 초반엔 나름 괜찮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진해수가 가세한 뒤 내 실력이 부족해 2군으로 내려갔다. 잘 해야 하는 것도 잘 안 됐다. 안 되는 것마저 안 됐다”라며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이제는 시원섭섭하다는 김준이다. SK에 대한 악감정도 이제 없다. KIA 이적은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다. 그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KIA는 ‘허리가 약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펜 난조로 승수 사냥에 어려움을 겪었다. 왼손 불펜 자원도 마땅치 않은 터라, 김준은 그들에게 딱 알맞은 후보다. 즉흥적으로 뽑았던 것도 아니다. KIA의 한 관계자는 오랫동안 지켜본 선수다. 왼손 불펜 자원으로 쓰려 한다”고 귀띔했다.
기회는 주어질 텐데, 이제는 김준이 하기 나름이다. 김준도 이를 잘 인지하고 있다. 때문에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르는 ‘동아줄을 반드시 잡겠다는 각오다.
김준은 이를 악물고 있다. 현재 아버지 김인식 감독이 있는 안양 충훈고에서 몸만들기에 한창이다. 일단 내년 1월 스프링캠프에 합류하기 위해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달 말 함평으로 내려가 1주일 동안 KIA에서 훈련을 했던 김준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김준은 밖에서의 이야기와 다르게 왼손 불펜 자원이 없지 않더라라며 ”내 나이도 적지 않다. 이제 못하면 나도 끝이다. 갈 곳도 더 이상 없다. 때문에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분명 기회는 주어질 텐데 내가 잘 해야 한다. 눈도장을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려 한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김준에게 아직 KIA는 어색하다. 친분이 있는 선수도 많지 않다. 트레이드 전까지 SK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송은범과 고려대 후배인 박성호, 홍재호, 황정립 등이 있다.
그렇지만 설렘도 가득하다. 그는 아직까지 광주에서 공을 던진 적이 없다. 선수단과 같이 광주로 내려간 적은 있지만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내년부터 사용할 KIA의 새 홈구장에서 그 첫 경험을 하게 된다. 김준은 광주에서 던진 적이 없는데, 이번 KIA 이적으로 첫 투구를 한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호랑이구단에서 첫 시즌 각오는 소박하다. 몇 승을 거두고 몇 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게 아니다. 그저 1년 내내 1군 엔트리에 등록되어 있는 것이다. 김준은 기회가 주어지면 1군에 살아남아 (처음으로)풀 시즌을 뛰고 싶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친정팀 SK와 만남도 준비해야 한다. 비수를 꽂고 싶을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꼭 자신의 진가만은 보여주고 싶어했다. 김준은 SK를 상대해도 다른 팀과 경기랑 같을 것 같다. 더 이상 악감정도 없다. 어차피 팀끼리 맞붙는 경기인 데다 야구란 게 공을 던지고 치는 건 같지 않나. 그래도 (SK를 상대로)최대한 실점은 안 하도록 하겠다”라며 의욕을 불태웠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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