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李기자의 소비자 이기자] 대출 미끼로 개통한 휴대전화, 미납요금은 누가?
입력 2013-12-12 13:31 

#지난해 3월 정규의씨(가명)는 ‘휴대전화를 개통해 보내주면 돈을 대출해주겠다는 문자를 받았다. 모르는 번호로부터 온 문자였음에도 불구하고 급전이 필요했던 정씨는 휴대폰을 개통해 보냈고, 한참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이에 정씨는 이용정지를 신청했지만 누군가 정씨의 행세를 하며 이용정지를 해제한 뒤 해당 휴대폰으로 다량의 스팸메일을 발송해 정씨는 600만원이 넘는 휴대폰 이용요금을 부담하게 됐다. 정씨는 본인 확인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아 피해를 입게 됐다며 통신사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위의 사례처럼 대출이나 현금지급을 미끼로 휴대폰을 개통한 뒤 요금폭탄을 떠안기는 피해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해당 휴대폰으로 대량 스팸문자를 발송하거나 국제전화, 정보이용료를 미끼로 고액의 통신요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대출 혹은 현금 지급에 현혹되어 휴대폰 개통에 필요한 개인정보나 휴대전화를 제공한다.

정씨가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소송에 대해 울산지방법원 재판부는 원고가 대출을 받기 위해 피고 회사와 휴대전화 이용계약을 체결한 후 전화기를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보냄으로써 휴대전화의 사용권한 역시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일정 부분 위임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 사이의 휴대전화 이용계약에 따르면, 가입자가 휴대폰 대출 등 기타 부정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휴대폰을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원고가 이용계약을 체결해 다른 사람에게 보내준 행위는 내재된 위험이 발현된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피고 회사에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그로 인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한국소비자원 김성천 연구위원은 휴대전화를 개통해 타인에게 넘겨주거나 개통에 필요한 서류를 넘겨주는 조건으로 돈을 받는 것은 불법”이라며 대출사기로 의심되는 경우 휴대폰을 개통한 이동통신사에 이용정지를 신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출사기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되는 경우 신속하게 경찰서에 신고하고,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의 휴대폰 대출사기 상담센터(080-347-2580, 수신자부담)에 상담신청을 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매경닷컴 이미연 기자 enero20@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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