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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기획…‘동성애코드’①] 금기를 깬 동성애 작품 봇물, 왜?
입력 2013-12-12 10:39 
사진=영화 ‘금욕’, ‘내일로 흐르는 강’ 스틸컷
[MBN스타 남우정 기자] 최근 연예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사건이 있다. 바로 영화 제작자 겸 감독인 김조광수가 자신의 연인, 레인보우팩토리 김승환 대표와 오는 10일 혼인신고를 한다는 것. 서류가 수리될 경우 두 사람은 대한민국 최초로 혼인신고를 한 동성 커플이 된다.

또 다른 사건은 김조광수 감독이 연출을 맡았던 퀴어 영화 ‘친구사이?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분류 취소 판결을 받은 것이다. 개봉 당시 청소년 관람불과 판정을 받은 ‘친구사이는 4년 만에 15세 이상 관람가로 조정됐다. 두 사건은 금기로만 치부됐던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졌음을 시사하고 있다.

유교적 가치관으로 뭉친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를 다룬 작품들의 등장은 파란은 물론 큰 반향을 일으켰다. 물론 10년 전에도 동성애를 다룬 작품들을 등장했지만 2013년 현재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과거 동성애 작품을 다룬 것은 대중들이 선택해서 접할 수 있는 영화와 공연이 먼저였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동성애를 다룬 영화 작품은 1960년대 나온 영화 ‘질투이다. 남성을 향한 증오가 넘치는 여주인공은 자신의 의동생을 사랑하게 되고 심지어 동생의 애인을 질투하기에 이른다. 이런 증상은 병적인 것으로 치부되었다.

‘내시, ‘화분 같은 작품에서 동성애 관계를 다루긴 했지만 동성간의 사랑을 본격적으로 다룬 것은 김수형 감독의 ‘금욕이다. 1976년 탄생한 이 작품은 레즈비언들의 사랑을 전면적으로 다뤘으며 이영옥, 신성일, 정소녀 등 당대 인기 배우들이 출연하기도 했다. 시나리오까지 사전 검열하던 보수적이던 사회 분위기에서 동성애를 다뤘다는 것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90년대에 들어선 동성애를 사회적 이슈로 다룬 독립영화들의 등장이 본격화되었다. 1996년 제작된 ‘내일로 흐르는 강은 동성애를 소재로 다루는 것은 물론 사회적 논쟁으로까지 일으켰다.

2000년 방송인 홍석천이 커밍아웃을 하고 한국 최초 트랜스젠더 방송인 하리수의 등장으로 동성애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고 탄압도 받았지만 퀴어 영화는 꾸준히 등장했다. 2002년 ‘로드무비는 동성애자들의 파격적인 정사장면을 다뤄 화제를 모았다.

이외에도 남자들의 멜로 영화 ‘후회하지 않아, 군대내 동성애 문제를 다룬 ‘용서받지 못한 자, 결혼과 동성애 문제를 결합시킨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친구사이, ‘백야 등이 등장했다.

물론 퀴어영화들이 띄엄띄엄 제작되는 가운데 상업영화 사이에서도 동성애 소재를 은근히 묻어낸 작품들도 출현했다. 하지만 상업영화는 그저 소재일 뿐, 퀴어 영화처럼 동성애 소재를 사회적 이슈로 담아낸 것은 아니었다.

사진=드라마 ‘슬픈 유혹, 영화 ‘로드무비, ‘후회하지 않아, ‘친구사이 스틸컷
1996년 만들어진 연극 ‘천사의 바이러스는 연극계에서 처음으로 동성애와 에이즈를 다뤘다. 남자배우들의 전라 연기는 물론 남성간의 키스 장면 등 동성애 표현을 둘러싸고 논란을 일어나기도 했다.

처음으로 드라마에서 동성애를 수면에 올린 것은 SBS 드라마 ‘째쯔(1995)이지만 본격적으로 동성애자의 사랑을 다룬 것은 KBS 단막극 ‘슬픈 유혹이었다. 성적 소수자의 고민을 세심하게 다뤄 호평은 받았지만 큰 반향을 이뤄내지는 못했다.

이러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 등장한 동성애 코드에 대해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최진봉 교수는 당시 이런 작품들을 사회적 이슈를 담으려고 한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가 사회적 논란의 불씨를 심어주는 것은 언론의 가진 역할 중 하나다. 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걸 따라가기도 하지만 이를 이슈화 시키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방송은 보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도덕성, 윤리성이 요구됐다. 예전엔 공영방송이었기 때문에 공영성을 강조하고 사회적 이슈를 다룰 때도 비판적인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영화는 원하는 사람이 보는 것이기 때문에 자유로웠다. 내가 보고 싶으면 보고 아니면 마는 것에 대해 규제를 심하게 할 수 없다. 영화가 실험적 시도도 있고 규제도 적었기 때문에 대중문화로 먼저 드러난 것으로 영화가 이슈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했다”라고 말했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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