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그 많던 적립식펀드는 다 어디로 갔을까
입력 2013-12-10 17:17  | 수정 2013-12-10 20:38
펀드시장에서 '장기 투자' 신화가 깨지면서 매달 정해진 금액을 펀드에 투자하는 적립식 비중이 급격히 줄어들고 대신 언제든지 추가 납입이 가능한 임의식 펀드가 그 빈 자리를 메우고 있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체 펀드 가입계좌 중 정액 적립식 펀드 계좌 비중은 2006년 말 14.1%에서 지난 10월 말 2.4%까지 감소했다.
정액 적립식 펀드 계좌 수는 같은 기간 174만4390좌에서 36만8402좌로 79%나 급감했다. 정액 적립식 펀드 계좌 수는 지난해 말(46만8748좌)에 비해서도 21% 줄어든 것이다.
2008년 말 8조2025억원에 달했던 정액 적립식 펀드 가입금액도 10월 말 현재 2조1373억원으로 73% 줄어들었다. 가입금액을 기준으로 하면 정액 적립식 펀드가 전체 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68%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적립식 펀드 비중이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증시가 박스권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립식 펀드는 매달 기계적으로 펀드에 돈을 넣는 투자 방식으로 주가가 추세적으로 상승할 때 수익을 내기 좋은 구조다. 꾸준히 일정액을 적립하다 보면 주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할 때 주식을 사들여 매수 단가를 낮춘 후 주가가 오르면 수익을 내는 코스트 애버리지(Cost Average)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스권에서 주가가 등락을 거듭하다 보니 펀드 매도 시점을 잘못 잡으면 손실을 보는 역코스트 애버리지 효과가 발생해 투자자 관심권에서 멀어지게 된 것이다.
박스권 장세에서는 매달 일정액을 펀드에 넣기보다는 지수가 박스권 하단으로 떨어졌을 때 펀드투자에 나섰다가 박스권 상단에 진입하면 환매하는 것이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이다.
때문에 한 번 펀드에 가입하면 최소 2~3년간 투자자금을 묶어뒀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 투자자들은 매일 펀드수익률을 확인하고 매수ㆍ매도 타이밍을 잡는 단기 투자가 펀드투자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적립식 펀드가 도입된 지 10여 년이 지나면서 적립식 펀드로 모은 목돈을 여러 자산에 배분해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도 적립식 펀드 인기가 시들해진 요인 가운데 하나다.
배성진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연구위원은 "적립식 펀드에 가입했던 투자자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큰 손실을 보면서 적립식 펀드 열풍이 수그러들었다"며 "주가가 떨어지면 돈이 몰리고 오르면 돈이 빠져나가는 투자 패턴이 고착화되고 있어 앞으로도 투자자들은 주가가 내릴 때 샀다가 4~5% 정도 수익을 확보하면 빠지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 연구위원은 "적립식 펀드 열풍이 불었던 시기에는 다른 펀드투자 대안이 없었지만 지금은 롱쇼트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코덱스 레버리지 펀드 등 다양한 상품이 출시돼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덧붙였다. 오광영 신영증권 펀드애널리스트도 "만기까지 묵혀두는 투자 방법을 고수하는 적립식 펀드 투자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적립식 투자의 장점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수시로 수익률을 점검해 장기간 수익률이 좋지 않다면 다른 펀드로 옮겨 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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