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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글러브] 이병규 “아, 부처님!”…봉은사에 합장한 사연
입력 2013-12-10 16:35  | 수정 2013-12-10 17:02
LG 트윈스 이병규(9번)가 10일 오후 서울 코엑스 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서울)=한희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서민교 기자] 프로야구 역대 최고령 골든글러브에 도전하는 이병규(39, LG 트윈스)가 간절한 마음을 위트있게 표현해 폭소를 자아냈다.
이병규는 10일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리는 2013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앞서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포토존에 섰다. 긴장된 표정으로 입장한 이병규는 포토존에서는 밝은 표정으로 여유있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병규는 지명타자 부문 후보에 올랐다. 홍성흔(두산) 이호준(NC) 최진행(한화) 등 경쟁 상대로 만만치 않다. 이병규는 홍성흔과 함께 총 6회로 가장 많은 수상 횟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병규는 최고령 골든글러브 수상에도 도전한다. 올해 이병규가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게 되면 만 39세 1개월 15일의 나이(12월 10일 기준)로, 양준혁이 2007년 수립한 역대 최고령 수상(38세 6개월 15일)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이병규는 올 시즌 98경기서 타율 3할4푼8리로 타격왕을 차지했고, 최고령 사이클링히트, 10연타석 안타 등 진기록을 세우며 노장은 살아있다는 것을 몸소 입증했다. 특히 주장으로 팀을 이끌며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큰 역할을 해냈다.
이병규는 올해 가족을 남겨두고 홀로 시상식을 찾았다. 이유가 있다. 2년 전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 지난 2011년 이병규는 127경기서 타격 3위(타율 0.338) 최다안타 2위(164개)를 기록하며 유력한 골든글러브 수상 후보였으나 외야수 부문 4위에 그쳤다. 이날 가족과 함께 시상식을 찾았던 이병규는 아픔도 두 배였다.
이병규는 느낌은 반반이다”라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한 뒤 2011년의 아픔이 있다. 가족에게 미안했고 아쉬웠다. 올해도 한 시즌을 잘하고 또 아픔을 당할까 걱정된다. 아이들한테 기쁨을 주고 싶다”며 욕심을 드러냈다.

이어 이병규는 간절한 마음을 몸으로 표현했다. 이병규는 갑자기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며 아, 부처님…”이라고 말해 순간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3층에 위치한 시상식장 복도 건너편 창밖으로 삼성동에 위치한 봉은사가 한 눈에 들어왔기 때문. 이병규의 돌발 행동은 수상에 대한 솔직한 속내이기도 했다.
이병규는 이번 골든글러브는 진짜 안 오려고 했다. 그래도 혹시나 받는다면 같이 후보에 오른 지명타자들에게 미안할 것 같다”면서도 3년 계약을 했으니까 그 동안 더 받아 최다 수상자 기록도 도전해 보겠다”고 욕심을 보였다.
이병규는 취재진을 향해 "나한테 투표한 사람 손 들어 봐요"라며 농을 던진 뒤 유유히 시상식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과연 이병규의 간절한 기도가 통할까.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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