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레이더M] 회사채 발행 기업들 `이중고` 우려
입력 2013-12-10 10:07 

[본 기사는 12월 6일(06:0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회사 영업기밀까지 증권신고서에 쓰라고 하는 건 너무 지나친 거 아닌가요?"
최근 회사채 발행사와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융감독원의 '깐깐함'이 지나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STX와 동양 사태 이후 금감원의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 요구가 극에 달했다는 것이다. 기관 투자자들이 금리 인상 기대에 투자시기를 늦추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가운데 금감원의 이같은 요구까지 겹쳐 발행사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롯데물산이 지난 2일 발행한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는 신용등급이 'AA'임에도 불구하고 수요예측에서 전량 미매각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롯데물산은 증권신고서 제출에서 발행까지 11영업일이 걸렸다. 통상 기업이 회사채 발행을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 8영업일 가량 소요된다. 롯데물산은 신고서 제출 이후 3영업일 만에 정정 요구를 받고 효력개시일이 다시 계산되면서 그로부터 8영업일이 가산됐다.
금투업계에서는 금감원의 정정 요구로 인해 발행 일정이 틀어진 것이 흥행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의견이 많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정 요구를 받기 전까지는 분위기가 좋았다"며 "우량등급이고 기관이 투자하는 회사채에 대해 너무 과도한 제재를 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발행사 입장에서도 차환 일정에 따라 예정된 자금조달 스케줄이 있기 때문에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밖에 흥국생명(신용등급 AA)도 금감원의 정정 요구에 효력개시일이 한 차례 밀려 발행일이 밀린 바 있으며 SK종합화학(AA)도 효력개시일이 밀리지는 않았지만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금감원으로부터 수차례 정정 요구를 받아 홍역을 치뤘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어떤 기업은 증권신고서에 제조원가를 추가 기재하라는 요구를 받았다며"며 "영업기밀을 누구나 볼 수 있는 증권신고서에 기재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취약업종에 속한 비우량 기업을 자세히 들여다 보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기관들이 주로 투자하는 우량등급 기업들에게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연말이라 회사채 발행이 잠시 뜸해서 다행이지만 내년에도 이렇게 나오면 발행사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리가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기관 투자자들이 투자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우량 대기업 계열사에 대한 수요예측 흥행 기조에도 먹구름이 꼈다. 최근에는 신용등급이 'AA-'인 LG CNS가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진행한 수요에측에서 900억원의 자금만 들어와 우량채 체면을 구겼다.
IB 관계자는 "향후 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기관 입장에서도 서둘러 자금을 집행할 필요가 없다"며 "당분간 1~2년 정도의 짧은 만기의 회사채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보여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 운용에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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