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1달러=1053원, 원화값 2년4개월만에 `최고`
입력 2013-12-09 17:13  | 수정 2013-12-10 09:06
원화값이 연일 치솟으면서 달러 대비 원화값이 2년4개월 만에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직전 거래일보다 5원 오른 1053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1052원까지 올랐던 원화값은 지난 10월 24일의 연간 고점(1054.3원)을 경신했다.
원ㆍ엔 재정환율도 100엔당 1020원대 초반까지 밀렸다.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달러당 엔화값은 전날보다 0.87엔 하락한 103엔을 기록했다. 원고에 엔저까지 겹치면서 같은 시간 원ㆍ엔 재정환율은 1021.54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28일 5년2개월 만에 1030원대에 진입한 원화값은 1020원 선을 위협하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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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원화값 상승은 미국이 당분간 양적완화(QE)를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지난주 말 발표된 11월 미국 고용지표가 뚜렷한 호조세를 보였지만 연내에 QE를 축소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자 달러 매물이 시장에 쏟아졌다.
원화값 강세 속도가 지나치게 가팔라 일본과 경쟁하는 국내 산업의 가격 경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난 3일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가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당분간 엔화 약세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원화 강세가 힘을 얻는 것은 연내에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지난주 발표된 11월 비농업 부문 고용자 수는 20만3000명 증가했고 실업률은 2008년 11월 이후 최저치인 7.0%를 기록하는 등 시장 전망을 상회하는 호조를 보였지만 아직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 시점을 내년 1분기로 잡고 있지만 이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명분도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 한 외환딜러는 "올해는 환율 종가 관리를 위해 정부가 개입할 수 있겠지만 내년 초에는 수출 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정부가 시장 개입에 나서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정경팔 외환선물 연구원은 "달러당 원화값이 1050원을 돌파하면 이달 중에 1035원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1분기 중에는 세 자릿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엔화 대비 원화값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일본의 양적완화로 엔저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원고가 겹칠 경우 재정환율로 계산되는 엔화 대비 원화값 특성상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내년 원화 강세가 이뤄지지 않아도 엔화 약세로 달러당 엔화값이 120엔까지 떨어지면 엔화당 원화값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이 경우 내년 초에 100엔당 원화값도 1000원을 넘어 950원 선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주요 경제연구기관들은 내년도 달러 대비 원화값으로 1000원대 초반을 예상하고 있다. 원화값이 연중 등락 모습을 보이겠지만 올해 평균보다 연간 3~4% 안팎의 강세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는 것이다.
[이승훈 기자 / 이덕주 기자 / 박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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