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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첫 승` 러시앤캐시…최윤 회장 삭발 위기 모면
입력 2013-12-06 16:19  | 수정 2013-12-06 16:31

남자 프로배구 신생구단인 러시앤캐시 '베스피드'가 8연패의 사슬을 끊고 창단 첫 승을 올리면서 구단주인 최윤 회장이 삭발 위기를 모면했다. 최 회장은 올해 배구팀을 창단하면서 "팀이 10연패하면 삭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러시앤캐시는 지난 5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3-14 V리그 남자부 2라운드에서 LIG손해보험을 세트스코어 3-0으로 완파했다.
시즌 개막 이후 35일 만에 첫 승이다. 지난 1일 우리카드를 상대로 두 세트를 먼저 따고도 내리 세 세트를 내줘 땅을 쳤던 악몽을 이날 승리로 말끔히 씻어냈다.
승리의 기쁨은 구단주인 최 회장을 비롯한 선수들이 함께 나눴다.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최 회장은 두 손을 불끈 쥐고 코트로 뛰어 나왔다. 김세진 감독 이하 모든 선수들을 한명한명 안아주며 "수고했다. 잘했다"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두 눈은 감격의 눈물로 촉촉해져 있었다.

이날 경기 후 최 회장, 감독 이하 선수들, 그리고 응원을 함께한 러시앤캐시 임직원들은 한 자리에 모여 첫 승의 감격을 밤새 나눴다는 후문이다. 최 회장은 첫 승의 기쁨을 선수들과 나누면서 "여러분 배고프지요? 우리는 이제 시작입니다"라며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했다.
무엇보다 이날 승리는 최 회장에게 각별했을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최 회장은 지난해 모기업을 찾지 못해 해체와 존속의 갈림길에 섰던 '드림식스' 배구단의 네이밍 스폰서를 선뜻 자원, 배구계에 첫 발을 들였다.
그러나 팀의 부진으로 적지 않은 마음고생을 겪었다. 급기야 최 회장은 "10연패를 하면 내가 먼저 삭발하겠다"는 공약까지 내걸었다. 선수들의 정신 무장을 강조한 것이다. 그만큼 승리는 간절했다. 최 회장의 바람이 간절했는지 드림식스는 8연패 후 5연승을 내리 달렸고 최 회장의 삭발 공약은 없던 일이 됐다.
올해 최 회장은 배구단 네이밍 스폰서에서 구단주로 변신했다. '배구스타' 김세진 감독을 전격 영입하고 러시앤캐시 '베스피드'제7구단을 창단했다. 기대를 모으며 창단 첫 승을 향해 출발했으나 신생팀에게 승리의 여신은 쉽게 웃어주지 않았다. 시즌 시작과 함께 부진의 수렁에 빠지면서 8경기를 내리 내줬다. 다 잡은 승리도 막판 역전 되는 등 운도 따르지 않았다.
지난 시즌과 같은 8연패 상황이 되풀이되자 최 회장의 '삭발' 공약은 다시금 주목받게 됐다.
최 회장은 올해 배구팀 창단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드림식스가 8연패에 빠진 동안 임원진이 '10연패하면 삭발하자'고 약속했다"면서 "올해도 삭발을 각오하고 있다"며 결연한 의지를 나타냈다. 베스피드의 첫 승도 배구업계의 관심이었지만 최 회장의 삭발 여부도 첫 승 못지않게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최 회장에게는 다행히도 베스피드가 이번 시즌 9번째 경기에서 강팀 LIG손해보험을 만나 3세트를 내리 따내며 기적과 같은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또 다시 삭발 위기를 모면했다.
그러나 단 한 명은 예외였다. 함께 첫 승을 응원한 러시앤캐시 홍보팀 조성익 팀장이다. 8연패 후 머리를 짧게 밀었다. 누가 시킨 것은 아니지만 팀의 첫 승을 간절히 소원했기 때문이다.
이번 첫 승을 계기로 베스피드가 팀 이름처럼 최고의 속도감으로 계속 회오리 바람을 불러일으킬 지 주목된다.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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