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인터뷰]김아중 “실제 연애할 땐 천사가 되는데…”
입력 2013-12-06 15:04 
만난 지 100일째 되던 날, 말도 없이 떠나간 첫사랑이 10년 만에 전설의 대도가 돼 돌아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첫사랑을 제 손으로 잡아야 하는 기구한 운명에 처한 프로파일러. 과연 그의 선택은?
황당하지만 유쾌한 설정으로 출발한 영화 ‘캐치미(감독 이현종). 시사회를 통해 미리 공개된 ‘캐치미는 믿고 보는 두 배우 주원, 김아중의 좌충우돌 앙상블로 시종일관 미소 짓게 한다.
또 하나의 필모그래피로 1년 만에 스크린 컴백을 앞둔 김아중은 요즘 개봉을 앞둔 긴장이나 부담보다는 마냥 즐겁다 했다.
전작 ‘나의 PS 파트너의 경우 오랜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보니 긴장되는 게 있었는데, 1년 만에 비슷한 시기에 이렇게 인사드리게 돼 즐겁고, 담담해요. 12세 영화라 어린 친구들도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고요. 연말 분위기에 맞춰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영화는 김아중의 전매특허, 로맨틱코미디물. ‘로코 여왕에게 쏟아져 들어오는 수많은 시나리오들 가운데서 그녀의 선택은 왜 ‘캐치미였을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인물이 소개되는 방식이 독특했어요. 초반부터 캐릭터를 보여주고 스토리가 전개되는 게 아니라, 베일에 싸여있던 인물의 속이 극의 진행과 같이 하나씩 소개되면서 정체가 드러나는 소개 방식인데 로맨틱코미디 장르에서 이런 진행이 흥미롭다는 생각을 했죠. 또 영화 전반적으로 흐르는 유머 코드나 재기발랄한 느낌이 귀엽게 느껴져 택하게 됐어요.”
극중 전설의 대도로 칭해지는 윤진숙(이숙자) 역시 기존에 볼 수 없던 독보적 캐릭터다. 시나리오 읽을 땐 세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디까지 가려고 이러나 싶은 궁금증이 생겼어요. 촬영 과정에선 설정이 과하고 세니까 연기는 일상적이고 현실적으로 해야 관객들이 보기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독특한 설정을 믿고 연기 자체도 독특하게 하면 너무 만화처럼 느껴질 것 같다는 고민에 일상적인 캐릭터로 만들어보자 생각했죠.”
하지만 실제 진숙 같은 인물이 주위에 있다면 친구로 안 둘 것 같다. 친구로 두기엔 위험하다”며 싱긋 웃는다.

촬영 과정에선 어떤 계산도 없이, 현장에서 주어지는 상황에 맞춰 편안하게 했다고. 이번 영화는 현장에서 주원이가 주는 대로 느끼려고 노력했고, 감독님이 주시는 대로 맞춰 가려고 했어요. 한 장면을 연기할 때도 다양한 그림을 만들어봤고 감독님이 후반작업으로 만들어주셨어요.”
다만 김아중은 호태와 진숙이가 후반부 같이 다니며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장면에선 데이트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면도 있었다. 두 사람의 애정 행각이 드러나는 장면들이었지만 극 전개상 꼭 필요한 씬이 아니라 편집된 것 같은데 그 부분은 조금 아쉽다”고 덧붙였다.
유독 연상 복이 많았던 김아중의 첫 연하남인 주원과의 호흡은 기대 이상이었다. 주원이는 워낙 열심이고 성실한 아이죠. 만약 같은 학교를 나왔다면 과 후배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고 친숙한 느낌이었어요. 제가 여중-여고-여대 출신이라 주위에 남자 후배나 동생이 없어 처음에는 어떻게 대해줘야 편할까 고민했는데 자연스럽게 편안해졌어요.”
스크린 유망주이지만 ‘아직은 내 얼굴이 스크린에 크게 나오는 게 어색하다는 주원의 발언을 떠올린 그는 그 마음 뭔지 너무 잘 안다”며 씨익 웃어 보인다.
내년이면 데뷔 10주년을 맞는 베테랑 김아중이지만 이번 촬영에서 특별히 힘들었던 부분은 그 무엇도 아닌, 캐릭터 그 자체였다.
전설의 대도라는 직업을 가진, 범죄자이면서도 동시에 남자 주인공의 첫사랑이잖아요. 양 극단의 캐릭터가 너무 반대되는 이미지라 두 이미지를 어떻게 하나로 합쳐야 하나 고민이 됐어요. 극중 문제를 일으킬 때의 모습은 첫사랑 이미지에서 너무 벗어나니까요. 너무 과감한 뉘앙스가 나오면 감독님이 NG를 외치기도 하셨죠. 감독님이 워낙 첫사랑에 대한 아련함을 갖고 계신 것 같고, 그걸 잘 표현하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극중 호태(주원 분)의 첫사랑-정확히 말하면 호태와 진숙의 첫사랑은 해피엔딩으로 끝난 듯 하지만 김아중은 과연 그럴까요?”라며 의뭉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허를 찌르는 반응에 두 주인공의 1, 2년 후 모습을 그려보자 하니 눈을 반짝이며 말을 잇는다.
그렇게 같이 맞춰 나가며 잘 살지 않을까요? 프로파일러와 전설의 대도의 만남으로 보여졌지만 너무 다른 가치관과 성격, 직업을 갖고 있는 두 남녀가 만났을 때 감정적으로 얼마나 생각이 맞을지에 대한 부분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겠죠. 보통 자신과 데칼코마니처럼 딱 맞는 사람이랑 만나게 되진 않잖아요. 생활 습관, 문화생활, 여행 등이 다 다를텐데 그게 극적으로 다른 사람을 만난다면, 마치 호태와 진숙 같을 것 같아요. 때로는 죽이고 싶을 정도로 싫지만 그래도 그들이 사랑하니까 맞춰 가면서 살게 될 것이라 생각했어요. 결국 두 사람 중 누구 하나도 못 바꾸겠죠. 하지만 정말 사랑으로 포용하면서 그렇게 둘이 갈 것 같아요.”
극중 호태(주원 분)를 들었다놨다 하는 진숙과 달리, 김아중은 실제 연애할 땐 천사가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저는 진짜, 제가 잘 맞춰주는 것 같고. 천사가 되는 것 같은데 상대방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웃음). 편안한 사람을 좋아한다. 편안하고, 너무 강하거나 세지 않고, 서로 듣는 귀가 좀 열려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내친김에 연애와 결혼 계획도 묻자 지금은 연애 쪽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나의 PS 파트너 때는 결혼이라는 삶의 주제에 빠져있기도 했어요. 결혼이 뭘까, 나는 진짜 결혼이 하고 싶은 걸까, 서둘러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조급증도 있었는데 지금은 또 없어졌어요. 글쎄요, 연애를 못 한지 하도 오래 돼서(웃음) 결혼보다는 연애를 많이 해봤으면 좋겠는데요.”
어릴 땐 작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는 문학소녀(!) 김아중. 배우의 길을 걷게 된 지 어언 10년 가까이 됐지만 여전히 연기에 대한 갈증이 많다. 특별한 슬럼프는 없었지만 배우로서 그 자신과의 싸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관객들의 평가 외 다른 평가에 깊이 빠져들어 힘들거나 한 적은 별로 없어요. 다만 작품 활동을 하면서 주로 하게 되는 고민은,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는 욕심 혹은 스스로 배우로서 아직 못 채운 것에 대한 소망. 그런 게 크죠.”
다양한 장르에 대한 도전 정신은 충만하지만 꼭 만나보고 싶은 작품과 캐릭터 또한 분명했다. 너무 센 역할에 대한 판타지라기보다는요, 일상적인 캐릭터에 판타지가 더 커요. 아무 설정도 없는 평범한 생활인. 드라마가 아주 탄탄한, 그냥 정통 멜로가 있으면 만나보고 싶습니다.”
그는 개성이 강한 캐릭터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부모님께서는 제가 작품을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세요. 부지런히 해서 하루라도 더 예쁠 때 작품을 많이 남겨 놓으라고 하시죠. 저도 동의하고 있고요. 몇 년씩 텀이 생기면 그 사이 제가 연기하는 모습을 볼 수 없는 거잖아요. 매 해 계속 성장해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도록 앞으로는 쉬지 않고 작품을 꾸준히 할 계획입니다. 영화든 드라마든 가리지 않고 재미있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30대가 되면서 부쩍 주위를 돌아보게 된다는 김아중은 여성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도 꺼내 보였다.
요즘 들어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주변을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 의무감이랄까요. 사실 사랑을 많이 받는 직업이고 많이 누리고 사는데, 이렇게 그냥 있는 건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제가 주변을 더 돌아보면 팬분들도 저로 인해서 더 돌아볼 수 있을 것이고. 미혼모나 편부모 자녀, 걸마더 등 여성 관련된 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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