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마켓레이더] 은행이 채권투자 꺼리는 이유는
입력 2013-12-05 17:07  | 수정 2013-12-05 19:16
은행의 채권투자 잔액이 올해 들어 29조원이나 급감했다. 작년 3월 고점 대비 무려 45조원이 감소했으며, 올해 들어 그 속도가 더 빠르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자산 규모가 꾸준하게 커지는 은행의 채권투자 감소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경기가 회복된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은행이 주로 투자하던 우량 회사채와 국채와의 금리 차이는 꾸준하게 확대되고 있다. 은행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은행 채권투자 감소의 배경은 저축성예금의 정체다. 저축성예금은 1~10월까지 작년에는 41조원이 증가했지만, 올해는 18조원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작년보다 23조원이 덜 들어왔다. 반면 같은 기간 대출은 작년보다 12조원이 더 증가하면서 단기적인 불균형이 발생했다. 부족한 자금을 채권투자를 줄여서 메우고 있다.
저축성예금이 덜 들어오고 있는 이유는 먼저 저금리 지속에 따른 금리 하락과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확대에 따른 거액 정기예금의 이탈이다. 실제로 5개 시중은행의 10억원 이상 거액 정기예금 규모는 231조원으로 작년 8월 말 대비 17조원 이상 빠져나갔다.
거액 예금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이자가 거의 없는 수시입출금식 단기예금으로 이동했다.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작년 대비 13조원 늘었다. 그 외에 골드바, 저축성보험 등 비과세 상품으로도 움직였다. 과세 회피를 위해 아예 금융권을 떠나 장롱 속으로 들어간 현금 수요도 상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 만난 한 PB는 자신의 고객 중에 수십억 원을 5만원권으로 바꾸어 집에 보관하는 거액자산가도 있다고 고백했다. 이러한 추세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시작되었으며, 과세 기준 확대로 최근에는 비교적 작은손(?)들까지 움직이는 것이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개인금고와 골드바(금괴)의 판매량이 작년보다 100% 이상 급증했다거나, 5만원권의 환수율이 급격하게 낮아지며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뉴스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자금은 거액자산가와 대기업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러나 거액자산가들은 현금을 찾아 보관하고 있고, 대기업은 사상 최대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쌓고 있는 중이다. 국가경제에 핏줄처럼 활발하게 돌아야 할 돈이 사라지면서 저소득층과 중소기업은 부동산을 담보로 생계형 대출을 늘려가고 있다. 디플레이션으로 점점 가까이 다가간다고 느낀다면 지나친 기우일까.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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