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연예기자24시]SF 타임슬립스릴러 `열한시`의 제작 비밀
입력 2013-12-05 15:07 
SF 타임슬립스릴러의 제작비가 45억원?
한국에서도 요즘 100억 원을 훌쩍 넘는 액션영화가 많으니 이 정도면 저예산 영화에 속한다. 단 15분 동안이지만, 내일 오전 11시로 시간 이동에 성공한 연구원들이 미래에서 가져온 24시간 동안의 CCTV 속에서 죽음을 목격하고 그것을 막기 위해 시간을 추적하는 내용을 담은 '열한시' 얘기다. 돈을 많이 투입하면 볼거리가 많다는 건(물론 아닌 영화들도 꽤 많았지만) 누구나 다 안다.
'열한시' 관계자들은 한사코 제작비에 대해 언급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하지만 몇몇 기사에도 났고, 개봉 2주차이니 이쯤에는 '열한시'의 제작비와 뒷이야기를 해도 되지 않나 싶다. 당연히 '열한시'는 대단히 획기적인 영화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새로운 장르 도전에 일단 후한 점수를 줘야 할 것 같다.
'열한시'는 애초 'AM 11:00'이라는 이름의 3D 영화로 기획됐다. 김현석 감독이 공식적으로 이 영화의 연출을 맡기 전 신태라 감독이 참여했던 작품이다. 신 감독이 참여했을 때는 상황이 녹록지 않아 몇 차례 엎어졌다. 미래 구현을 위한 제작비, 장르의 한계 등 한국에서 시도하는 첫 SF 타임슬립 스릴러는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제작에 참여한 CJ엔터테인먼트가 영화 '7광구'로 흥행 참패를 기록한 영향도 없지는 않다.
김 감독이 맡고 나서는 배우 김무열이 병역비리와 관련한 문제로 하차했고, 최다니엘이 그 역할을 맡았다. 물론 지완 역은 애초 최다니엘에게 먼저 제안이 들어갔다가 고사한 적이 있는데, 김무열의 하차로 원래 주인을 찾아갔다. 제작비는 애초 기획 때였던 70억 원보다 줄었다. 김 감독이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프로듀서들은 적은 예산 탓에 처음부터 '멘붕'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후반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심하게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만 컴퓨터 그래픽(CG) 작업에 공을 들였다. CG 등을 외주업체에 하청주는 건 언감생심. '열한시'는 '가내 수공업' 형태로 모든 걸 이 영화 팀이 꾸려가야 했다.

사실 '열한시'의 태생은 심리 스릴러 요소가 더 강하고 어두웠다. 천재 과학자들의 얽히고설킨 이야기가 중심이었다. 김 감독을 만나 다소 밝아진 게 이 정도다. 너무 딱딱하게 보이지 않게 코미디적인 요소와 멜로 부분에도 힘을 실었다.
특히 영화를 향해 비주얼을 지적하는 이들이 꽤 많다. 제작진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한국 최초 SF 타임슬립 스릴러라는 수식어는 어느새 슬그머니 스릴러로 바뀌었다. 화려한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한 한국관객을 만족시키기에는 모자람이 많다. 심해 해저연구소와 타임머신 등은 아무리 감추려 해도 부족한 부분에 티가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영화적인 부분에 집중한다면 몰입도가 엄청난 작품인 건 틀림없다. 자신들의 미래를 알게 된 인물들의 상황과 이야기들을 하나씩 매듭지으며 결말에 이르는 방식이 흥미진진하고 긴장감 넘친다. 예정된 미래로 흘러가는 운명에 맞서는 인간을 통해 철학적인 물음도 짚어낸다.
특히 열한시에 시작된 연구원들의 이야기가 열한시에 끝나야 하는 이유가 드러날 때쯤 감독이 치밀하고 섬세하게 많은 것들을 표현하려 했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몇몇 장면은 약간 과장하면 소름 끼칠 정도다. 퍼즐을 맞춰나가는 감독의 솜씨는 인정할 만하다. 김 감독은 로맨틱 코미디만 잘하는 게 아니었다.
김 감독 덕에 이제는 또 다른 한국형 SF 타임슬립 영화가 어서 나오기를 기대하게 됐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