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나 떨고 있니?’ 신재웅 “꿈의 2점대 자책점 도전”
입력 2013-12-05 13:07  | 수정 2013-12-05 13:13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시즌 끝나니 더 긴장돼 마음을 못 놔요.”
‘투수왕국을 꿈꾸는 LG 트윈스의 행복한 비명에 선수들이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 대표 주자가 LG 좌완 투수 신재웅(31)이다.
프로야구는 12월1일부터 내년 1월15일까지 비활동 기간이다. 그러나 질세라 자율훈련에 박차를 가하는 선수들이 있다. LG의 최고령 투수 류택현(42)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러닝머신에 몸을 맞기고 있다. 그리도 또 한 명의 투수. 신재웅도 몸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LG 트윈스 투수 신재웅이 시즌 종료 후 파마머리로 변신했다. 2014시즌을 위한 몸 만들기에 들어간 그의 각오도 새롭다. 사진=서민교 기자
LG의 2014시즌 테마는 ‘투수왕국이다. 올 시즌 안정적으로 구축한 마운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올해 베테랑 투수 김선우(36)와 신승현(30)이 LG 유니폼으로 바꿔 입었고, 군 복무를 마친 윤지웅(25)과 정찬헌(23) 이형종(24) 등이 김기태(44) LG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기 때문에 기존 투수들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태다.
신재웅은 올 시즌 LG 마운드의 감초 역할을 맡았다. 18경기에 등판해 4승4패 평균자책점 3.05를 기록했다. 특히 ‘곰 사냥꾼으로 나섰다.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3차례 선발을 포함해 5경기서 3승1패 평균자책점 2.81을 찍었다. 두산과 만난 플레이오프에서 류제국(30), 레다메스 리즈(30)에 이어 3선발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확실한 선발 자리를 꿰차지는 못했다. 아직은 불안한 입지다.

신재웅은 시즌 때는 경기 때문에 긴장을 하고 살았는데, 시즌이 끝나니까 또 긴장을 해야 한다.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내가 부족한 것을 더 찾게 되고 신경을 더 많이 쓰고 있다”고 털어놨다.
신재웅은 올해 초 무릎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전지훈련을 무리없이 소화했지만, 수술 여파는 전반기까지 이어졌다. 그는 가장 아쉬웠던 것은 시즌 초반부터 팀에 합류해 같이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무릎 수술을 받고 페이스가 뒤틀려 버렸다. 수술 부위에 신경을 쓰느라 잘 못했다. 후반기에는 그나마 괜찮았다”고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신재웅은 운도 없었다. LG에서 비를 부르는 남자였다. 올 시즌 선발로 예고된 경기서 4차례나 우천 취소로 등판하지 못했다. 그는 날씨까지 안 도와주더라. 컨디션 관리를 잘해 놓은 날 꼭 비가 왔다. 하늘의 뜻이라 그건 어쩔 수 없었지만, 2~3승은 더 추가할 수 있었을 텐데…”라며 하늘을 원망했다.
신재웅의 경쟁 상대는 많다. 그 중에서도 동의대 후배 윤지웅은 비슷한 유형의 좌완 기대주. 신재웅은 지웅이는 영리하게 던지는 투수다. 나랑 스타일은 거의 비슷한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영리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웃은 뒤 지웅이도 보고 배워야 할 것 같다. 지웅이 뿐 아니라 팀 전체 투수가 다 라이벌이다. 선의의 경쟁 상대들이다”라고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신재웅은 전지훈련에 합류하기 전까지 유연성 훈련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내 몸이 다른 선수들보다 뻣뻣한 편이다. 유연성을 키워야 더 강한 공을 던질 수 있고 부상 위험도 적어진다. 기술적인 부분은 캠프에 가서 하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 LG 토종 선발의 한 축이었던 신재웅의 역투 모습. 사진=MK스포츠 DB
평소 말 없이 묵묵하게 나서지 않는 성격인 신재웅은 시즌 종료 후 외모 스타일도 확 바꿨다. 태어나 처음으로 ‘파마라는 것을 해봤단다. 그런데 걱정이다. 그는 원래 반곱슬이라 자연스럽게 말아달라고 했는데 세게 말렸다. 이게 잘 안 펴진다. 함께 파마를 했던 류제국은 결국 감당을 못하고 다시 풀었더라. 나도 시즌 전에는 다시 단정하게 바꿔야 한다. 감독님이 그런 걸 좋아하신다”며 소심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내년 야구 이야기로 화제를 다시 돌리자 소심함은 사라졌다. 신재웅은 내년 목표는 2점대 방어율이다. 꿈 같은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한 번 해보고 싶다. 승수는 자연히 따라오는 것이기 때문에 방어율을 낮춰서 안정적인 투수가 되고 싶다”고 당당히 목표를 밝혔다.
기대를 모으고 있는 내년 팀 성적에 대한 생각도 다부졌다. 신재웅은 올해는 팀원들이 다 잘하니까 마운드에 오를 때 좋은 기운을 받는 것 같았다. 상대 타자와 기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고 편안하게 던지게 되더라”며 우리는 경험을 쌓았고 선수가 더 보강됐기 때문에 나빠질 이유가 없다. 부상만 없다면 올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청사진을 그렸다.
신재웅 곁에는 정신적 지주였던 차명석(44) 투수코치가 2군으로 내려가 없다. 신재웅은 팀을 떠난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빨리 건강이 좋아지셔서 다시 오셨으면 좋겠다”면서도 힘들 때마다 찾아가 물어볼 수도 있다. 그래도 내년엔 2군에 계시니까 코치님을 최대한 안 봤으면 좋겠다. 전화 통화로만 물어보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min@maekyung.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