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현대·기아차, 엔저 재부각에 TPP까지 `설상가상`
입력 2013-12-04 13:31 

신형 제네시스 출시 등 신차 기대감으로 주목 받던 자동차주가 엔저 재부각에 설상가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라는 변수까지 겹쳐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달 28일 약세로 장을 시작 한 이후 4일까지 닷새 연속 하락하고 있다. 기아차도 이날은 반등을 하고 있으나 전일까지 8일째 약세를 지속했다.
엔저 효과를 톡톡히 보던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TPP로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자동차 회사와의 가격 경쟁력에서 앞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여기에 103엔을 넘어선 엔/달러 환율은 앞으로 추가 상승 가능성까지 보태지면서 국내 자동차 주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엔저현상이 더욱 심화되면 일본과 수출 경쟁을 벌이는 자동차 업종은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내년 엔/달러 환율은 105~110엔의 완만한 엔저 또는 110~120엔의 공세적 엔저가 진행될 것인지는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 여부에 달려 있다"며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최악의 상황, 즉 110~120엔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다만 "이달 들어서 엔/달러 환율 상승세 재개에 대해 아직 올 연초의 급격한 엔/달러환율 상승의 재현으로 보지 않는다"며 "미국 연준이 이달 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에 나서지 않을 경우 상승세는 100엔대 초반에 진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최근 엔화 약세는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기대와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엔화 약세와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그러나 "양적완화 축소와 엔화 약세는 시기의 문제일 뿐 방향이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글로벌 제조업 경기회복, 내년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성장세 가속화, 한국 수출 증가 기대 등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최근 자동차 주의 하락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환율에 민감하지만 그동안 내성이 쌓인만큼 최근 주가하락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에 대해 미국시장에서의 판매가 회복되고 있다며 최근 주가 조정을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11월 미국 시장에서 10만1416대를 팔았다. 이는 지난해 동기보다 7.3% 늘어난 것이다.
서 연구원은 "두 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월 8.3%에서 8.2%로 다시 하락했으나 전월 7.7% 대비로는 큰 폭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증가율도 7.3% 상승해 2012년 11월 9.1% 이후 최고치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부의 TPP참여는 현대·기아차에게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TPP에 참여할 경우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무관세 혜택을 누리게 돼 8% 관세가 폐지된다. 그렇게 되면 일본에서 생산되는 자동차들이 그만큼 싼 가격에 들어올 수 있어 가뜩이나 힘든 내수 시장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여전히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 현대·기아차의 지난달 내수 판매량을 보면 지난해 동월 대비 각각 11.9%, 12.3% 감소하면서 내수시장 점유율이 4개월 연속 70% 대에 머물렀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생산된 일본차들은 관세 없이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만큼 생각보다 타격이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동남아 시장 등에서 영향력을 확대,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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