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술 마시면 `주폭` 되는 이유 찾았다
입력 2013-12-02 13:58 

국내 연구진이 술을 마셨을 때 '주폭(酒暴.취중폭력)'이 되는 이유를 밝혀냈다.
강남을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재원 교수와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계산신경시스템학과 윤경식 박사 공동 연구팀은 술을 마시면 사람의 뇌 영역간 소통이 저하되면서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게 된다고 2일 밝혔다.
'취중진담'이라는 말이 있듯이, 술을 마시면 사람들은 감정을 억제하지 못해 속에 담아두고 있던 이야기를 꺼내거나 심하면 폭력을 휘두르기도 한다. 하지만 뇌파의 미세한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없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과학적으로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연구팀은 혈중 알코올 농도에 따른 미세한 뇌파 변화를 잡아낼 수 있는 고감도 뇌활성도 측정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토대로 21명의 실험자에게 오렌지주스와 술을 섞은 오렌지주스를 마시게 한 뒤 사람의 인지과정과 관련이 있는 '세타 감마 교차주파수 동기화' 정도를 측정했다. 세타 감마 교차주파수 동기화는 뇌파인 '알파', '세타', 감마' 등이 서로 연관돼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 실험 결과 술이 섞인 오렌지주스를 마신 실험자들은 세타 감마 교차주파수 동기화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원 교수는 "술을 조금만 마셔도 뇌 영역의 소통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뇌 피질의 활성도 역시 낮아짐을 밝혀냈다"며 "사람은 이때 감정을 억제하기 힘들고 충동적인 행동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뇌파의 상호작용을 미세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되면서 이번 연구는 향후 알코올 중독 뿐 아니라 약물 중독, 의사결정장애 등 정신질환 치료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원 교수는 "최근 주폭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 기술을 이용해 알코올에 의한 충동성향을 과학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성 억제정도를 정량화하여 알코올뿐만 아니라 각종 중독 등 정신질환 평가에 활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결과는 약물중독분야 학술지인 '알코올 중독' 지난달 20일자에 게재됐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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