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문재인 "끝이 시작", 안철수 "새정치, 홍준표 "레임덕"
입력 2013-12-02 12:00  | 수정 2013-12-02 17:11
정치권의 극한 대결이 대선 불복과 차기 대선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를 낳고 있나 봅니다.

문재인 의원이 차기 대선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문 의원이 곧 출간할 '1219, 끝이 시작이다'라는 책에서 한 말입니다.

"(대선 패배 원인에 대해) 평소 실력 부족이었다. 여기에 국정원의 대선 공작과 경찰의 수사 결과 조작 발표 등의 관권 개입이 더해졌을 뿐이다."

"(2017년 대선 재출마에 대해) 집착하지 않겠지만, 회피하지도 않겠다"

문 의원은 대선 재도전에 나서는 이유를 박근혜 정부의 퇴행으로 꼽았습니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실패를 면하기 어렵다. 언젠가 한꺼번에 대가를 치르게 돼 있다"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박 대통령의 처리 방식이 결국에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뜻입니다.

대선이 끝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야당의 대선 후보였던 사람이 현 대통령의 실정을 언급하고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하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박 대통령을 존중해 1년 간 참고 기다렸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할까요?

아니면, 겨우 1년 밖에 안됐는데 다시 국론을 분열시키려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눈을 둬야 할까요?

청와대는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이정현 홍보수석의 말입니다.


"박 대통령은 2007년도 경선에서 깨끗하게 승복했었고,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도 1992년 대선 패배 후 선거 결과에 승복했다. 선거결과에 불복하는 것이 품격인지는 모르겠다."

청와대는 문 의원의 2017년 대선 재도전 선언이 분명 '대선 불복'이라 보는 것 같습니다.

새누리당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 인터뷰 : 최경환 / 새누리당 원내대표(오늘)
- "대선 불과 1년 지나지도 않은 시점에 박근혜 맹비난 한풀이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 개인적 꿈 접겠다고 한 자신 발언에 잉크도 안말랐다."

민주당의 반응은 애매모호합니다.

오늘 아침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대표도, 원내대표도 문재인 의원의 대선 재도전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었습니다.

다만, 평소 문 의원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취했던 조경태 최고위원이 한마디 했을 뿐입니다.

▶ 인터뷰 : 조경태 / 민주당 최고위원(오늘)
- "대선 타령이 왠 말이냐. 민주당 지지율 폭락 원인제공이 누구냐. 다수의 국민의 뜻에 반하는 강경노선 주장한 사람이 누구냐. NLL 대화록 부터해서 민주당을 이지경으로 몰고온 장본인이 아직 대선 출마를 운운하는 게 무슨 도움이 되느냐. 대선 출마를 시사하는 것이 귀책사유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이냐. 한마디로 당원과 국민 우롱하는 것이다."

매우 격한 말입니다.

사실 지금 새누리당과 극한 대치를 하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당의 소중한 자산인 문재인 의원이 대선 재출마를 얘기할 것이 아니라 당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기를 원하고 있을 법합니다.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대여 투쟁을 강화하자", 뭐 이런 말 말입니다.

그런데, 덜컥 대선 재출마 얘기를 꺼냈으니 앞으로 당은 친노와 비노로 다시 갈라져 분열 양상을 보일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서는 가 봅니다.

문 의원 쪽은 그동안 수없이 당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는 얘기를 해왔는데, 무슨 그런 오해를 하느냐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더욱이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를 얘기하며 신당 창당계획을 밝힌 마당에 문 의원이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던 점을 당 지도부도 이해해 달라는 겁니다.

문 의원이 지금 나서지 않으면, 야권의 지형이 급격히 안철수 의원 쪽으로 기울 수도 있다는 점을 왜 모르냐는 겁니다.

안 의원이 민주당이나 문재인 의원으로서는 큰 위협이 되는 걸까요?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 발언을 다시 들어보죠.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의원(11월28일)
- "낡은 틀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담아낼 수 없으며, 이제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그리고 오늘 그 첫 걸음을 디디고자 합니다."

모호함 속에 던진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는 민주당을 곤혹스럽게 하는 모양입니다.

문재인 의원의 대선 재출마나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을 보는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사실 기분이 썩 좋을 리 없을 법합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의 말에 여권의 속내가 다 들어 있는 듯합니다.

▶ 인터뷰 : 황우여 / 새누리당 대표(오늘)
- "안철수 창당과 문재인 조기 대선 출마는 대선 1년도 안돼 대선 각축장으로 만드는 건 아닌지 걱정과 안타까움 앞선다."

그런데 새누리당 쪽에서도 사실 박 대통령을 기운을 빼는 소리는 나오고 있습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경고했습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하면 그렇지 않아도 국정원 댓글 사건 등에 발목 잡혀 국정 추동력을 갖지못한 박근혜 정부가 바로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

홍 지사는 그러면서 예산안 처리가 끝난 뒤 내각과 청와대를 전면 쇄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야권에 대해 대선 불복종 운동을 하지 말라는 경고 속에 나온 발언이지만, 여당 핵심 인사의 입에서 어떤 이유로든 '레임덕' 얘기가 나온 것은 청와대로서는 썩 듣기 좋은 것은 아닙니다.

임명동의안과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치.

그리고 그 속에서 불거져 나온 차기 대선 움직임과 레임덕 논란.

올해 12월은 그 어느 해보다 유난히 추워질 것 같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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