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간절함이 부른 강원의 승리, 실수가 부른 제주의 패배
입력 2013-11-30 15:52 
[매경닷컴 MK스포츠(강릉) 이상철 기자] K리그 클래식 강등 전쟁을 끝맺음 한 건 ‘목표의식이었다. 강등 전쟁의 본무대였던 강릉에는 승부가 갈렸다. 한 계단 더 올라가겠다는 의지보다 살아남겠다는 간절함이 승리를 불렀다.
30일 강릉종합경기장에서 열린 강원-제주전. 객관적인 전력상 제주가 강원을 압도했다. 제주는 2010년 7월 17일 이후 강원전 9경기 연속 무패(7승 2무) 행진을 달렸다. 강원의 천적이다. 그렇지만 제주는 동기부여가 떨어졌다. 강원을 꺾고 승점 3점을 획득하면 성남을 제치고 8위에 오를 수 있었다. 자존심이 걸린 한판이었다.
절실함보다 더한 동기부여는 없었다. 승리가 간절했기에 더욱 집중했고, 그게 승리를 불렀다. 사진=강원 FC 제공
그러나 그게 큰 동기부여가 될 리 없었다. 박경훈 제주 감독은 대구, 경남에게도 강했지만 졌다. 아무래도 상대는 죽기 살기로 덤빈다. 승리에 대한 간절함이 상대보다 떨어지는 걸 부인할 수 없다. 올해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진 뒤 선수단을 이끌기가 쉽지 않다”라고 토로했다.
제주는 최근 대전, 대구, 경남 등 하위권 팀에게 연이어 패했다.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한 상대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번 상대 강원은 더 절박했다. 13위 대구와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를 수 있는 12위를 놓고 다투는 승점 3점을 획득할 경우 자력으로 자동 강등을 피한다. 아무 조건도 따지지 않고, 제주만 이기면 되는 강원이었다.

이 때문에 경기 전 두 팀 감독의 승부의 분수령으로 그 절실함을 들었다. 김용갑 강원 감독은 제주에게 약했다는 건 다 옛날이야기다. 개개인의 능력은 떨어질지 몰라도, 승리에 대한 간절함은 우리가 더 크다. 체력적으로도 열세지만 정신력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잘 무장되어 있는데, 그 강한 눈빛에 제주 선수들이 위축될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제주와 강원 모두 90분 내내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펼쳤다. 볼은 쉴 새 없이 두 팀의 진영을 오갔다. 거센 압박 속에 빠른 공격 전개가 펼쳐지며 흥미진진한 경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간절함이 승부의 열쇠였다. 더욱 집중하면서 실수를 줄이는 게 중요했는데, 그 점에서 강원과 제주는 대조를 이뤘다.
강원은 전반 17분 최진호의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으나, 전반 35분 선제골을 넣었다. 수비수 허재원이 어설프게 걷어낸 볼을 전재호가 잡아, 크로스를 올려 김동기의 헤딩 득점을 도왔다.
제주 수비진의 실수는 후반 들어서도 계속됐고, 이는 실점으로 이어졌다. 후반 2분 골키퍼 전태현이 볼을 차려는 순간 김동기가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했다. 볼은 김동기의 몸을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포기를 모르고 악착같이 달려들은 노력이 빚어낸 골이었다. 강원에겐 행운이었고, 제주에겐 악몽이었다.
강원은 2분 뒤 역습에서 제주 수비를 완벽히 무너뜨리며 세 번째 골을 터뜨리며 12위를 확정지었다.
실책으로 자멸한 제주는 마무리 능력도 떨어졌다. 전반 두 차례나 골키퍼와 1대1로 맞이하는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맞이했지만, 마라냥과 서동현은 이를 살리지 못했다. 그 찬스를 모두 골로 연결시켰다면, 강원의 운명은 어찌 됐을지 모른다.
[rok1954@maekyung.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