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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선 앞에서 멈춘 ‘김호곤 마라톤’의 결말은
입력 2013-11-29 16:07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백전노장 김호곤 울산 감독은 올 시즌 내내 ‘마라톤론을 주창했다. 장기레이스인 정규리그를 마라톤과 빗댄 것인데,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먼 곳을 내다보는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힘을 비축할 때와 써야할 때의 구분이 필요하다고 때마다 밝혔다. 대신, 힘을 비축할 때도 선두그룹과 그리 멀리 떨어지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시즌 전체에 대한 로드맵이 정확해야하고, 잘 나갈 때 조급함을 버리고 비틀거릴 때 조바심도 없어야하는 쉽지 않은 일이다. 결과적으로 울산은 성공적인 레이스를 펼쳐나갔다. 정확히 말하면, 골인 직전까지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난감한 상황에 봉착했다.
김호곤 감독이 시즌 내내 주창했던 ‘마라톤론은 꽤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결승선 앞에서 주춤하면서 결과는 오리무중에 빠졌다. 결말이 더욱 궁금해지고 있다. 사진= MK스포츠 DB
울산은 지난 27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부산아이파크와의 원정경기에서 1-2로 역전패를 당했다. 만약 그 경기에서 승리했다면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일이 꼬였다. 승점 73점에서 발이 묶인 울산은 2위 포항(71점)에게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하필 12월1일 마지막 라운드에서 포항과 맞붙는다. 무승부만 거둬도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으니 여전히 유리한 것은 사실이나, 자칫 공든 탑이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김호곤 감독의 마라톤 시나리오는 시즌 내내 적중했다. 지난 4월 김호곤 감독은 지금 중요한 것은 ‘순위가 아니라 ‘점수”라는 짧고 굵은 말을 전했다. 순위는 3위든 5위든 크게 중요하지 않으나 승점이 선두와 격차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뜻이었다. 그러면서 정규리그는 마라톤이다. 지금은 선두보다는 선두 그룹에 묶여 있으면서 뛰는 게 낫다”는 표현을 했다. 페이스를 조절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순위보다는 점수, 긴 안목으로 실리를 추구하던 울산은 실제로 시즌 초반이던 3~5월 3개월 간을 대략 4위권을 유지했다. 마라톤 레이스의 중반부였던 6~9월까지는 주로 2~3위권을 달렸다. 김호곤 감독의 말처럼, 맨 앞으로 나서진 않았으나 선두그룹에서 멀어지는 법이 없었다. 그러면서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 스퍼트를 올릴 때를 말하는 것이다.
그 시점은 10월부터였다. 스플릿라운드가 막 가동된 때다. 이 무렵 김호곤 감독은 이제는 경기를 단순하게 할 필요가 있다. 보기 좋은 축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강호들과의 경기에서는 이기는 경기를 해야한다”는 말로 ‘이기는 경기를 강조했다. 김신욱이라는 알고도 막기 힘든 공격수와 함께 울산이 승승장구하기 시작한 때다.
10월9일, 전북과의 원정경기에서 0-1로 진 것이 우승을 결정짓기 전 마지막 패배였다. 전북전 패배 당시 순위가 3위였다. 하지만 다음 라운드에서 서울을 2-0으로 잡으면서 선두로 올라선 이후 27일 부산전까지, 울산의 순위는 내내 1위였다. 울산 앞에서 서울-수원-서울-인천-전북-수원이 차례로 쓰러졌다.
상위그룹 팀들을 상대로 6번 내리 이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6번의 경기 내용이 모두 좋았던 것은 아니다. 상대편이 주도권을 잡았던 경기도 적잖다. 하지만, 승리는 늘 울산의 몫이었다. 김호곤 감독의 말처럼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던 운영과 함께 울산은 좀처럼 멈출 줄을 몰랐다. 그런데 하필 골인 지점 바로 앞에서 제동이 걸렸다. 잠시 삐끗했던 페이스를 다시 회복해 1위로 통과할지, 아니면 최악의 상황에 빠질지 단 1경기를 통해 결정된다.
42.195km의 마라톤 같았던 정규리그의 긴 여정이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만약 위기를 극복하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다면 ‘아름다운 완주가 되겠으나 만약 신기루처럼 사라진다면 이보다 더 씁쓸할 수는 없다. 지난해 ACL 우승에 이어 올 시즌 보여준 울산의 지금까지 행보만으로도 ‘철퇴축구에 대한 재조명은 필요하나, 2위라면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김호곤 감독과 함께한 울산 마라톤의 최종 결말은 어떤 내용일지, 12월의 첫날 울산의 홈구장에서 내용이 공개된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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