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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단막극 ‘이상 그 이상’…조승우표 ‘웰메이드 드라마’의 탄생
입력 2013-11-29 09:55 
[MBN스타 금빛나 기자]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건 말이야. 재산이 없는 것만큼이나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야”

아직도 베일에 쌓여있는 천재 시인 이상과 조선말기 고종 황실의 비밀스러운 이야기에 배우 조승우의 연기가 빛을 발했다. MBC 단막극 ‘드라마 페스티벌-상상 그 이상이 28일 베일을 벗었다.

때는 1972년 종로, 한 중년의 남자 수영(조민기 분)이 한 화랑에 구본웅(정경호 분)이 그린 이상의 초상화 우인상을 팔겠다고 내놓음으로써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됐다. 화랑의 주인은 갑자기 나타난 우인상에 열광하고, 이에 그 남성은 차분한 목소리로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거 말이야 재산이 없는 것만큼이나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 이는 생전의 이상 저 양반이 했던 말이라네. 세상이 언제고 수상하지 않을 때가 있겠는가 만은 40년 전 그때도 그랬다”고 말하면서 시청자들을 일제 강점기, 이상(조승우 분)이 운영했다는 카페 제비로 인도했다.

사진=이상 그 이상 캡처
한 없이 게으르고 도통 알 수도 없고 한마디로 그 이름처럼 이상한 인간이었지”라는 수영의 내레이션처럼 극중 이상의 모습은 커피를 주문하는 손님에게 귀찮으니 칼피스를 시켜 먹으라”고 할 만큼 게으르고 의뭉스럽게 그지없었다. 이렇게 나른하고 요상한 괴짜 이상은 히로시를 통해 고종 황제의 밀지가 덕수궁 연못에서 발견된 뒤, 그 밀지를 접한 사람들이 하나둘 죽어간다는 의문의 사건을 전해 들으면서 눈빛이 달라진다.

이상은 이상한 미어를 해석해달라는 히로시의 부탁을 받지만, 히로시마저 얼마 지니자 않아 의문의 죽음을 당하자 이상은 밀지에 무언가 큰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깨닫게 된다. 히로시의 죽음을 제일 먼저 발견한 바람에, 이상은 살인자 누명을 뒤집어 쓸 뻔한 상황에 처하게 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히로시의 정인이라고 주장하는 경혜(박하선 분)와 만나면서 겨우 풀려나게 된다. 이후 경혜는 이상에게 밀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그에 담긴 비밀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람들을 죽게 만드는 밀지가 고종이 숨긴 황금의 행방을 알리는 보물지도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은 그 이후부터 비상한 천재성을 발휘하고, 그 이후부터 극은 보물을 찾아 떠나는 이상과 친구들의 모습을 그리며 긴박하게 흘러나간다.

‘이상 그 이상은 2012년 연기대상을 수상한 조승우와 요즘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배우 정경호, 박하선이 MBC 단막극에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방송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었다. 특히 조승우의 경우 ‘마의 이후 약 8개월 만에 브라운관 복귀 뿐 아니라 첫 단막극 도전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었던 바 있다.

사람들의 기대만큼 조승우는 나라를 잃은 지식인의 아픔을 숨긴 채 능청과 익살로 자신을 포장하는 이상의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려내며 연기대상 수상자의 면모를 자랑했다. 조승우 뿐 아니라 한상진, 조민기, 인교진, 박하선 등 다른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와 탄탄한 극본, 짜임새 있는 연출이 더해지면서 한편의 영화 못지않은 재미와 완성도를 자랑했다. 여기에 한국방송사상 최초로 촬영단계부터 특수영상, CG 등 후반작업까지 완벽한 UHD(ultra high density, 초고화질)로 제작된 만큼 유려한 영상미는 더욱 시청자들을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한편 ‘이상 그 이상의 후속으로 펼쳐지는 MBC 단막극 시리즈 ‘드라마 페스티벌의 9번째 이야기는 1950년대 6·25 전쟁 때 한 여인의 이야기를 다룬 시대극 ‘하늘재 살인사건이 12월 초 방송될 예정이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917@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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